한승주 전 주미 한국대사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으며, 이는 북 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정세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승주 전 대사는 28일 워싱턴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북한이 핵 협상에 복귀한 것은 미국이 북한에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은 현 상황에서는 북한의 핵을 용인하더라도 더 이상의 확대를 막는 것이 좋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태도를 바꿨다고 분석했습니다. 취재에 ‘미국의 소리’ 김근삼 기자입니다.

한승주 전 주미 한국대사는 28일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학교 국제대학원 초청강연에서 북한이 핵 협상에 복귀한 것은 미국의 경제제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때문이라기 보다는, 미국이 북한에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부시 정권은 북한에 완전한 핵 해체를 요구했고, 미-북 간 직접대화가 아닌 6자회담만을 고집했습니다. 하지만 2.13 합의에서 제시된 조건에 따르면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인정하거나 이의 해체를 언급할 필요가 없으며, 플루토늄과 현재 보유한 핵무기에 대한 언급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협상조건을 크게 낮춘 것이며,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 실제적인 이유가 됐다는 것이 한 전 대사의 분석입니다.

한 전 대사는 이어 미국은 동북아 지역 내 영향력 등을 고려해서 태도에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미국 보다는 중국에 더 큰 위협이 되고, 한국과 일본을 미국에 더 의존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게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의 핵이 다른 곳으로 이전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북한의 핵 능력이 확대되는 것 보다는 현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전 대사는 또 미국은 전략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개선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남북한과 모두 관계를 개선하고 있고 일본도 국익에 따라 언제든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역시 한반도 영향력 유지라는 측면에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전 대사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이런 태도변화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북 핵 문제 진전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이 조건을 낮췄다는 것은 긍정적이더라도, 실제 한반도 비핵화에는 비관적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입니다.

한 전 대사는 북한은 핵실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큰  양보로 인식되고, 또 추가 핵실험 여부보다는 BDA 계좌 해제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며, 앞으로 핵 동결과 검사, 핵 시설 폐쇄 등 각 단계마다 많은 보상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전 대사는 중국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북한 핵 해체를 원하지만, 전략적인 이유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북한 핵을 현 수준에서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은 한반도 내 영향력과 자국의 평화적 번영을 위해 북한 정권 붕괴와 한반도 내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따라서 미-북 간 양자회담을 통한 북 핵 긴장해소를 지원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