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위기설에 대해 침묵하던 북한이 공개적으로 수치까지 제시하며 세계식량계획 (WFP)에 도움을 요청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지원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지난 주 평양을 방문한 WFP 대표단에게 올해 1백만t 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 배경에는 자연재해 뿐아니라 북한 정부의 체제와 잘못된 정책에도 문제가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인도주의 지원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한 소식을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세계식량계획(WFP)의 토니 벤버리 아시아 담당 국장은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부가 올해 약 1백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벤버리 국장은 북한 관리들이 식량부족분에 대한 추가 지원을 WFP에 요청했다며, 원조국들이 이에 협력하지 않으면 수 백만명의 북한주민들이 기아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벤버리 국장은 북한의 식량부족분은 전체 수요량의 20%에 달하며, 최근 6자회담에서의 2.13 합의로 인도주의 지원의 발판이 마련됐지만 문제는 북한주민이 모든 과정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벤버리 국장은 북한의 식량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 원조국들이 직접 들여다 봐야 한다며, 식량원조가 즉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서는 이미 유엔기구를 비롯해 인도주의 지원단체들과 전문기관에서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습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고팔라 발라고팔 평양사무소 소장은 지난 20일 지난해 북한에서 발생한 큰물 피해로 인해 올해 전체 수요분의 5분의 1인 1백만t의 식량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11월 ‘곡물 전망과 식량상황’이란 보고서에서 북한의 지난해 곡물생산량이 전년보다 낮을 것으로 평가하고, 곡물 수입량이 적어도 1백만t 정도는 돼야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 수요분을 5백20 만t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최소 식량 소요량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인당 하루 섭취량 2천130 칼로리의 75%인 1천6백 칼로리를 말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북한농업팀의 권태진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백30만~4백40만t으로 추정된다며 따라서 적어도 90만t 정도가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대북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의 법륜 스님도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은 올해 적어도 2백40 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을 경우 제 2의 고난의 행군이 닥쳐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5년 말 세계식량계획(WFP)에 긴급원조 방식을 장기적 차원의 기술적 원조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지원을 거부해 식량지원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WFP는 이후 2년 간 1억 2백만 달러를 투입해 1백90만명을 지원하기로 북한측과 다시 합의했지만,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원조가 대폭 줄어들면서 최근까지 목표량의 20%도 채 지원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니세프 등 다른 국제기구의 기부현황 역시 매우 저조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큰물 피해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 북한의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식량위기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왔으며, 내부적으로는 핵실험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만을 강조해 식량난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극심한 식량상황을 스스로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그러나 배급의 투명성 확보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취약계층의 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미국 시카고대학의 역사학자 부르스 커밍스 교수는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 홍보관에서 가진 강연에서, 북한 아동들의 영양실조 문제를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북한 지도부가 이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해도 변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난의 최대 원인을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는 북한의 수령 독재주의 체제, 그리고 주민의 복지보다 군대를 우선시하는 선군정책에서 찾고 있습니다. 한국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지난해 12월 북한에서 입수한 문건을 인용해, 북한은 남한에서 주민지원용으로 무상 지원한 인도주의 차원의 쌀을 군량미 부족분으로 채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지난해 말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른 남한은 지난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쌀과 비료 등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모두 6조 5천8백99억원을 북한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오늘(28일) 6개월만에 대북 식량지원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국 적십자사는 지난해 7월 북한에서 발생한 큰물 피해 수재민들을 돕기 위해 쌀과 담요, 건설자재들을 실은 첫 선적분을 북한으로 보내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