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베이징에서 재개된 북 핵 6자회담이 북한측의 거부로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됐던 계좌가 완전히 자국에 인계된 후에야 움직인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회담장 주변에서는 당초 21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회담이 하루 더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온기홍 통신원을 연결해서 현지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북한측의 참석 거부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이 열리지 못했지요. 회담장 주변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답: 제6차 6자회담 사흘째인 오늘 참가국들은 초기조치인 북한 영변 핵시설 폐쇄와 이후 조치인 불능화 등 현안을 협의할 계획이었지만, 북한은 마카오 BDA은행에 묶였던 북한자금이 입금된 뒤에야 본격적인 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오늘도 오전 11시 에 계획됐던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등 회담은 파행을 거듭했습니다.

북한측 대표단은 오전에 회담장인 조어대(댜오위타이)로 나왔지만.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북한 대사관에 머물렀습니다.

BDA자금이 북한측계좌로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미국, 중국, 러시아 대표단은 어차피 내실 있는 회담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오전에는 아예 회담장에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교섭본부장은 오전에 회담장에 잠시 들렀다가, 곧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와 점심을 함께하며 대책을 숙의했습니다.

: 현지에서는 회담 사흘째인 오늘까지 북한이 회담에 소극적인 데 대해 다른 참가국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은 상태라지요?

답: 오늘들어 다른 참가국들 사이에서 점차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회담 첫날과 이튿날 "곧 북측자금이 입금될 것이며 모든 장애물은 제거됐다"고 자신있게 말하던 한국과 미국 대표단의 얼굴에는 오늘 점점 실망의 기색이 보였습니다.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는 오늘 낮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와 오찬 뒤 기자들에게 "6자회담 진로에 큰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해서 작은 장애물까지 자동적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우리가 장애가 제거되기를 기다리며 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도 "금융문제로 회담을 지연시키는 것은 북한의 이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북한을 향해 쓴소리를 한데 이어, "많은 대표단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한국과 미국 수석대표들이 이처럼 다소 직접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유감을 표시한 것은, 외교적 문제가 아닌 기술적 문제로 회담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는 "돈을 받을 것이라는 전제로 회담에서 논의하면 가장 합리적이겠지만, 합리적 태도를 북한이 수용토록 할 현실적 방법이 없다"고 무력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 북한측 김계관 수석대표가 오늘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나요?

답: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오늘 오전 내내 숙소인 주중 북한 대사관에 머물다가, 이곳 시간으로 오후 3시30분 께 대사관을 나와 회담장인 조어대(댜오위타이)에 합류했습니다.

이에 따라 의장국 중국을 중심으로 한-중, 미-중, 북-중 양자회동이 진행됐는데요,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BDA 동결 자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일체 토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입금되기 전에는 (오늘 회담에서는) 양자협의 수준 이상의 토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현지에서는 이번 회담을 내일, 22일까지 하루 더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지요?

답: 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가급적 이곳 시간으로 오늘 오후 5시30분 6개국 수석대표회담을 열어서, 지난 15일부터 베이징에서 진행된 3개 실무그룹회담과, 이틀(19일)전부터 진행된 6자회담 논의결과를 정리해서, 의장요약이나 의장성명 등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회담일정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회의 일정을 하루나 이틀 늘리거나 일단 회담을 끝낸 다음 일정 기간을 거친 뒤 다시 회담을 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의장국인 중국은 오늘 이곳 시간으로 각국 대표단을 초청해 만찬을 갖고 있는데요, 회기 연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BDA은행 북한 동결자금은, 당초 오늘(21일) 오전 중에 북한 계좌에 들어가기로 돼 있지 않았습니까? 자금이체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현지에서는 어떤 해석이 나오고 있나요?

답: 그렇습니다. 마카오 금융관리국은 당초 오늘 오전중 BDA의 북한 동결자금 2500만달러를 전액 중국은행의 북한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송금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송금 실무단계에서 시간이 다소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마카오 정부 당국은 베이징 6자회담이 BDA 자금 송금 문제로 파행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큰 부담을 느끼면서 송금절차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BDA에 동결된 북한 계좌 50여개는 상당수가 사망한 박자병 전 북한 조광무역 총지배인과 평양으로 소환된 한명철 전 총지배인의 명의로 돼 있어 계좌 소유주 여부를 확인하는데 애로를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망한 사람 등이 예금주로 돼있는 계좌의 경우 자금의 '수신처'등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마카오 정부 당국은 이들 예금주의 권리 위임을 확인한 다음 송금 승인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마카오 BDA은행에서 베이징 중국은행 계좌로 큰 금액의 달러를 송금할 경우, 미국 등 제3국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송금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곳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폐막일을 오늘(21일)로 상정해 놓은 상황에서, 마카오와 미국의 시차 때문에 물리적으로 오늘 중 북한측 계좌에 돈이 들어갈 수 없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BDA 자금이 송금되더라도 북한측 계좌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만 하루 정도가 걸리는 만큼 오늘 중에 입금 확인이 될지는 불투명합니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달러화 송금시 확인해야 하는 수신처 문제 등으로 송금이 지연되고 있는 것 같다며,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마카오 정부가 BDA 은행에 대한 정부 경영관리 체제를 연장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답: 마카오 정부는 오늘 BDA은행에 대한 정부 경영관리 체제를 오는 29일부터 6개월 추가 연장키로 하고, 에르쿨라노 데 수사 마카오 대서양은행 회장 등 3명을 BDA 행정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재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마카오 금융관리국측은 외부의 전화통화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이번 회담은 오늘 끝날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요, 참가국들 가운데 내일 중국을 떠나겠다는 대표단도 있나요?

답: 러시아측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은 오늘 낮 호텔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밤부터 오늘 낮까지 회담에 새로운 진전이 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이번 6자회담은 예정대로 오늘 끝난다”면서 내일 모스크바로 돌아간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수석대표는 또 북한이 마카오 BDA은행에 묶여있는 자금해제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회담에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측 수석대표는 “앞으로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은 실무차원에서 논의한 뒤, 나중에 다시 회담을 가지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이번 회담과 관련해서 중국 내 전문가들은 어떤 평가와 전망을 내놓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답: 미국이 BDA은행의 북한 동결계좌를 전액 반환키로 한 것은 상상을 뛰어넘은 것으로 북한이 핵포기의 대가로 경제원조를 바라고 있다면 이미 목표의 절반을 성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중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피아오지앤이 중국 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연구원은 “북-미 관계 정상화가 가장 관건으로, 현재로서는 전망이 밝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푸단대 한국연구센터의 스위앤화 교수는, 이번 6자회담에 춘풍이 불고 있다면서 미국의 동결계좌 반환으로 북한의 핵포기 종용을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불능화'문제가 가장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원자로 폐쇄와 봉인에 북한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그리고 핵프로그램 신고에 북한이 어떤 내용을 포함시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 일정을 제시할지에 대해 스 교수는 미국이 상당히 양보를 했기 때문에 북한이 어떤 핑계를 대기가 쉽지 않으며 일정 제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