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인함에 따라 북한이 ‘2.13합의’ 이행과정에서 이를 신고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 지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문제가 북핵 폐기 과정에서 협상의 결렬 요소로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리 장관은 또 한미동맹의 와해는 미국의 안정과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개성공단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20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13 합의’를 포함한 6자회담의 최근 결과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 등 한미동맹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2.13 합의’ 이행과정에서 큰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 문제가 북핵폐기과정에서 “협상의 결렬 요소로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이 핵폐기를 위한 ‘초기이행조치’에서 플루토늄과  HEU문제를 논의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강력히 부인하며 이는 미국의 조작과 모략이라고 일축해 왔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전쟁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아내지 못한 것을 거론하며 우라늄농축계획 역시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시 존재 여부에 대한 증거 제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인하고, 미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에서 북한이 신고해야하는 핵시설에 HEU가 포함된다고 잇달아 언급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문제가 ‘2.13합의’ 이행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날 회견에서 페리 전 장관은 ‘2.13 합의’와 관련해 “합의가 도출됐다는 것 자체는 매우 기쁜 일”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페리 전 장관은 이번 합의는 “무척이나 긴 여행인 ‘비핵화’를 향한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면서 “아직 미완인 상태이며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북한의 핵포기 의사에 ‘진정성’이 있는 지에 달려있는데 이러한 진정성은 아직 진실의 시험대에 오르지 않았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또 ‘2.13합의’의 궁극적인 목표와 관련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게 설득할 뿐 아니라 이미 개발한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합의도 검증까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합의 이행 이전까지 합의문은 종이쪽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또 22일 개성공단 방문에 앞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한국의 주요 대권주자들과 만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 등 한미동맹과 관련한 사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안정과 안보는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안보에 달려있지만 이를 해칠 수 있는 2가지 요인이 있다”면서 “첫째는 북핵이고 둘째는 한미동맹의 와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한미간 쟁점이 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와 관련해 페리 전 장관을 동석한 존 틸럴리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이 문제는 “청사진이 있어야 하고 북핵문제의 진전 상황 등에 연계해 융통성있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한국 정부가 당장 작통권을 환수하더라도 추가비용이 전혀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이 한국에 가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2012년까지 작전권을 환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최근 한국 국회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시기를 북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로 미룰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법적 강제력은 없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