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워싱톤 포스트 신문은 최근 북핵 6자회담에서 체결된  ‘9.19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의 내용과 의미를 자세히 분석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번 합의문 분석작업에 참여한 아시아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는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정치적 모험이 되는 것이라며, 초기 이행조치가 진행될 앞으로 60일 동안이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톤 포스트 신문의 분석기사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지난18일자 워싱톤 포스트 신문 ‘Outlook (논평)’ 란에 실린 분석기사는 최근 베이징 6자회담에서 체결된 2.13 합의문의 내용을 항목별로 조목조목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작성에 기여한 캘리포니아 주립 UC 샌디에고 대학교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와 수잔 셔크 교수는 이번 합의는 미국과 북한 뿐만이 아니라 여섯 나라가 모두 동의했다는 점에서 제네바 합의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994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체결된 제네바 합의는 미국과 북한, 양자 간의 합의에 불과했으나, 이번 ‘9.19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합의는 북한의 인접국이자 북한 경제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6개국이 동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6자회담에서는 의장국인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으나 이번 합의의 기본 내용은 6자회담에 앞서 이뤄진 미국과 북한 간의 베를린 회동에서 마련됐다고 이 기사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합의가 제네바 합의와 구별되는 또다른 특징은 ‘궁극적인 포기’를 목적으로 영변 핵 시설을  폐쇄, 봉인한다는 점입니다.  제네바 합의 때는 핵 시설 ‘동결’에 그쳤었습니다. 또한 이번 합의는 그 대상에 재처리 시설이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0월의 핵 실험 때 영변의 재처리 시설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워싱톤 포스트 신문은 ‘참가국들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상호조율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 점을 지적하며, ‘상호조율된 조치’는 미국정부의 입장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먼저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으나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현 상황에서는  ‘상호조율된 조치’가 필요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워싱톤 포스트 신문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과정을 개시한다’는 합의문 조항이 미국내 비판자들의 주요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테러를 지원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으나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려면 부시 대통령 뿐만이 아니라 국회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면 북한은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의 원조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교역도 개시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북한이 미국의 위협 때문에 핵을 보유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에서는   9.19 공동선언 이상의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놀랄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는 또 북한이 ‘사용후 연료봉으로부터 추출된 플루토늄을 포함해 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목록을 여타 참가국들과 협의’하도록 된 조항이 앞으로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우라늄 농축계획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에 관해 확실히 밝히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워싱톤 포스트 신문은 이번 합의에 따라  60일 이내에 중유 5만톤을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것은 일종의 계약금 치고 상대적으로 액수가 적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다음 단계 기간 중 총 1백만톤의 중유를 제공하기로 한 것도 제네바 합의 당시 한 해 중유  50만톤을 제공한 것에 비하면 사실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는 북한이 최근 베이징 회담에서 지나치게 많은 양의 중유를 요구함에 따라 회담이 결렬될 뻔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핵 시설 폐쇄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때 까지 대규모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는 또 제네바 합의당시 북한에 제공하기로 돼 있던 경수로가 이번 합의문에서 빠져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지난 2005년에 체결된 9.19 공동선언은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 시기를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진 이후로 보고 있다고 이 기사는 풀이했습니다.

워싱톤 포스트 신문은 또 이번 합의에 따라 구성되는 다섯개 실무그룹 가운데 가장 중요한 그룹은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이라면서 이번 합의에 명시되지 않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계획이나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 물질에 관한 제안이 여기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예를 볼 때 북한 외교관들은 협상권한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매번 평양 당국의 훈령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무그룹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 기사는 지적했습니다. 

이번 합의에 따르면 차기 6자회담은 오는 3월 19일에 열리게 됩니다. 초기 이행조치 완료시한 이전에 열리는 이번 회담은 북한이 제대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을 경우, 북한을 재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이 기사는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