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의 캐서린 스티븐스(Stephens, D. Kathleen)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가 지난 26일부터 사흘 간 한국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구축 방안과 유엔군사령부의 역할 변화 등 한-미 간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스티븐스 수석 부차관보에게 최근 주한미군 기지 이전 지연에 대해 버웰 벨 주한 미군사령관이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신중한 언행을 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당국자는 30일 미국 국무부의 캐서린 스티븐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가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간 한국을 방문해 다양한 안보 현안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스티븐스 수석 부차관보와 한국 정부 관리들이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협상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으며 후속 구상들을 협의하는 자리였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특히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핵 동결과 폐기 일정을 제시할 경우 한미 양국은 이에 맞춰 평화협정 체결에 관해 북한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음을 이번 만남에서 재확인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6.25 전쟁의 종전을 선언하고 경제협력 등 여러 분야의 유대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스티븐스 수석 부차관보는 방한 중 외교통상부 외에 국방부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을 두루 방문해 유엔군사령부의 역할 변화와 주한미군 기지 이전 등 양국 간 외교 안보 현안에 관해 포괄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방부의 관계자는 스티븐스 수석 부차관보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유엔군사령부의 임무와 역할 변화 등에 대한 양국 간의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유엔군사령부의 역할변화론은 지난 9일과 18일 버웰 벨 주한 미군사령관의 발언으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벨 사령관은 당시 대북 억지력과 군사작전 능력이 작전통제권 이양 시기보다 중요하다며, 한반도 위기시 전시상황으로 전환될 때를 대비해 지휘체계의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벨 사령관은 그 대안으로 유엔군사령부의 구조개편을 제시했습니다.

한국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이 이양되면 전략지침도 없어지는 것이라며, 따라서 유엔군사령부는 군사적 임무가 아닌 정전체제 유지 기능만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양측이 유엔군사령부의 권한과 미군 기지 이전 등을 놓고 시각차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8일 열리는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편 버웰 벨 주한 미군사령관이 최근 주한미군 기지 이전 지연 가능성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한국 외교부의 고위 관리가 스티븐스 수석 부차관보를 만나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벨 사령관은 지난 8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04년 미국과 한국은 주한 미군지지를 2008년까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지적하고 “예산이나 정치적 이유로 이전에 차질이 생기면 이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벨 사령관의 이런 발언은 앞서 한국 국방부가 용산기지 이전이 최소한 2년 이상 늦어질 것으로 보이며, 주한미군 2사단까지 이전을 완료하려면 2013년은 돼야 한다고 밝힌 데 따른 대응조치로 해석됐습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스티븐스 수석 부차관보와의 면담 자리에서 벨 사령관이 한국에서 갖는 영향력이 큰 만큼 ‘신중한 언행’을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의 다른 당국자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좋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민감한 사안에 대한 발언에 대해 미국이 좀 더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