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 탈북자 수가 사실상 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탈북자들의 위상과 탈북자들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이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안정된 정착도 중요하지만 미래 남북통일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근본적인 지원을 마련해야 하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북한 주민의 대량 탈북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에서는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특집으로 탈북자 만 명 시대를 맞아 한국내 탈북자들의 위상 변화와 한국인들에게 바라는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늘 첫 순서로 유미정 김영권 기자가 공동 취재했습니다.

 2007년! 탈북자 만 명 시대를 맞는 한국내 탈북자들은 만감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정수반)

 “제가 올 때 보다는 이제 많이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과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가 통일이란 큰 과업을 앞에 놓고 봤을 때는 아직도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과 북한 주민들에 대한 한국 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미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탈북자 강철환)

“한국 사회에서 탈북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커졌고 탈북자가 그렇게 많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국민들의 탈북자나 북한사회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고…한국 사회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은 탈북자는 9천 265명! 그러나 탈북자 사회정착 기관인 하나원내 수 백명의 교육생과 곧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해외 한국 외교 공관에서 대기하고 있는 탈북자들까지 더하면 한국은 사실상 탈북자 1만명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수가 늘면서 한국내 탈북자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착 성공 여부와 함께 탈북자가 한국사회에서 갖는 위상 변화입니다. 

지난 2000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정수반씨는 탈북자는 미래 한반도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일군들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물과 기름이 서로 섞이지 않는 것처럼 남북한은 60 년을 서로 다른 체제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가령 물과 기름을 섞으려면 비눗물이나 알콜 같은 촉매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 것처럼 남북한 통일과 화합, 융합을 위해서는 촉매제가 필요한데..그런 촉매제 역할을 할 사람이 누군인가 생각해보니 북한과 남한 사회에 대해 모두 잘 아는 탈북자들! 이 통일인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요덕 정치범 수용소 출신으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면담했었던 한국 조선일보의 강철환 기자 역시 탈북자는 남북 화해와 북한 재건에 중요한 가교 역할을 담당할 주인공들 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김정일 체제를 경험하고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이 붕괴되거나 무너질 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고 그런 과정을 한국정부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한국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01년부터 5년간 탈북자들에게 3천억원에 달하는 정착 지원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자들의 사회 기초교육을 제공하는 하나원의 이충원 원장은 지난해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북자 지원 정책에 있어 무엇보다 자립과 자활이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도 이에 지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착의 성공 여부를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힘듭니다. 다만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정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립, 자활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상태면 우선 1차 정착은 성공이고,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인생의 목표라든지..이런것들은 개인적인 인생의 성공 목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탈북자 강철환씨는 탈북자들의 본질적 위치보다 정착 여부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오히려 탈북자들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탈북자들을 한국 사회에서 더욱 소외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단순히 우리가 잘먹고 잘 살자는 목적보다는 우리가 김정일의 박해를 피해서 임시로 왔다는 개념이 더 강한거죠. 이 사회에서 우리가 정착하는 것은 후에 북한에 가서 우리가 꿈꿔왔던 그런 일들을 하고 싶기 때문에 있는 것인데 너무 한국사회 정착만 강조하다 보면 탈북자의 정치적 생채나 꿈이 다 뒤로 밀리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런 점을 좀 더 배려했으면 합니다.”

강 씨는 한국 정부가 정치적 색채를 띤 ‘탈북자’ 란 표현 대신 ‘새터민’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도 한국내 탈북자 인식 재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합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새로운 터를 닦는다는 의미의 ‘새터민’이란 표현이 탈북자들은 못살고 못먹고 못배운 사람들로 치부해 취업과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탈북자 지원을 자립 자활 중심으로 선회했음에도 아직 적지 않은 탈북자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탈북자 본인 문제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따른 한국사회의 무관심도 한 몫을 한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적지 않은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겪는 취업의 애로점들을 이렇게 지적합니다.

 “그러니까 일은 해보겠다고 할 수 없이 가면 받는데는 열에 한두군데 밖에 없는데….거기 가면 또 일이 엄청 힘들고 월급은 또 싸고 이러니까… 또 거기서 조금 일해보다가 또 나오고 또 다른데 가고….직업 문제가 제일 어려운 문제예요”

"월급을 주면서 일을 시키는데…한국 사람보다 곱절의 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북한 사람이다…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일을 시키려고 할 때 왠만해서는 북한 사람 잘 쓰지 않습니다.”

탈북자 정수반씨는 한국 국민들이 1만명 밖에 안되는 탈북자들을 부담스러워 한다면 민족의 소원인 통일을 어떻게 이룰지 우려가 앞선다고 말합니다.

 “ 북한 2천 3백만 인구와 화합하는 일이 엄청난 공사입니다. 그런 대업을 이루려는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한 줌도 안되는 1만명의 적은 탈북자들을 품에 안지 못하면서 어떻게 북한의 큰 영토와 인구 전체를 품에 안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한국 국민들이 탈북자들에 대해 좀 더 아양을 갖고 좀더 따스한 눈길을 갖고 대해줬으면 합니다. 탈북자들이 한국 세금을 축내고 한국 사회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아니고 통일을 위해서 필요한 존재고 통일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대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2002년 입국해 현재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탈북자 이명철씨는 한국 국민들이 탈북자의 시선이 아닌 한민족의 시선으로 자신들을 대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합니다.

“탈북자를 위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탈북자와 함께 하는 , 함께 하면서 생활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탈북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의 눈으로 시선으로 보면서 서로 친구처럼 오빠처럼, 형처럼 이렇게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살면 앞으로 통일을 위해서 준비하는 것이 향상되지 않나…그리고 통일이되면 수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이 남북 통일 과정에서 진정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선 전문직 출신 탈북자들을 정부나 연구기관에서 고용해 통일을 준비하는 업무를 맡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과 화합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탈북자가 한국 사회에서 보다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탈북자들을 돕는 자원봉사자가 한국에서 조금씩 늘고 있다는 소식은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남북한 통일을 위한 작은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국 하나원의 원기선 전 기획팀장은 지난 2005년 한국 정부가 탈북자 정착 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현재 전국에서  2천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탈북자들의 정착을 손수 돕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사람들이 1세대당 두 명이 배치돼서 초기 1년간 새터민들이 사회에 배출돼서 생활해나가는데 여러가지 안내와 상담 또는 보호담당관과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멘토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지난 1999년부터 매년 탈북자 자원봉사 수련회를 열고 있는 대북 인권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현 이사장은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사람을 알고 사랑하기를 배우는 남한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탈북 동포를 사랑하기를 배우고 그들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배우기를 사랑하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할줄로 압니다. 탈북 동포를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 북한 사람을 좀더 알아서 통일의 날을 대비해야 할 줄 압니다.

탈북자들을 바라보는 한국 시민들의 시각이 이렇게 조금씩 바뀌고 탈북자들의 수도 1만명으로 급증하면서 탈북자 단체가 한국내 현실 정치에 참여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위원장으로 있는 북한민주화동맹은 최근 조직을 확대 개편해 탈북자 1천명이 참여하는  ‘북한민주화추진위원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 설립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강철환씨는 한국에서 상당히 왜곡된 북한 사회의 실상을 한국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북한의 민주화를 촉진하기 위해 단체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북한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한국 정치가 잘못됨으로 인해 북한 주민에게 피해가 가고 북한의 민주화가 지연될 경우에, 이것은 우리가 바로잡아야 겠다! 이런 취지에서 한국사회에서 탈북자가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죠.”

강철환씨는 특히 남북한이 처한 특수성 때문에 독재 60여년에도 불구하고 북한 망명정부가 들어서기 힘들다는 제약이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 단체가 북한 주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체 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사람들이나 미국, 국제사회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북한 내부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도 중요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할 조직도 필요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탈북자 사업이나 북한 내부의 문제들을 여러가지 통합해서 이끌 수 있는 조직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죠.”

탈북자 관련 군소단체들을 통합해 설립될 북한민주화추진위원회는 올 4월부터 정식 활동에 들어가 우선 12월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 민주화를 적극 옹호하는 대선 후보를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탈북자들의 움직임이 오히려 탈북자 전체의 권익에 손상을 주거나 이념 갈등을 부추킬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며 우려를 보내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정치적으로 양분된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집단 행동이 선거용으로 이용 당하거나 상대편의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탈북자들을 대하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시각도 문제이지만 남한에 정착하는 탈북자들의 마음 자세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김영수 교수는  탈북자들의 허황된 욕심이 심리적 좌절로 이어져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발전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 자기가 기대했던 것만큼 성취를 못하니까 거기에서 오는 좌절이 크다 그럴까 . 욕심 없이 처음부터 새로운 사회에서 잘 살아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성공하고, 북한에서 잘 살았거나 제 3국에서 기대치를 많이 갖고 온 사람들이 불만이 많아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니까 심리적 좌절감을 더 많이 느낀다. 그리고 탈북자들의 경우 다른 탈북자와 비교하면서 자기 자신의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기때문에 사실 정착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기 어렵다”

탈북자 강철환씨 역시 그런 지적에 동의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런 문화가 있는데 북한 주민들은 대화 보다는 주먹이 앞선 문화가 자리해 있습니다.그리고 자본주의 사회가 노력하지 않고 일확천금 즉 갑자기 일하지 않고 돈이 굴러오고…그런 환상을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이 사회와서 정말 열심히 노력하려는 생각보다 자꾸 환상만 쫗다 보니까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이 북한에서 살 때 보다 몇 배의 노력을 더 할 필요가 있죠. 그런 것들을 잘 인식을 못하는 것 같아요. 빠른 시간안에.”

강씨는 탈북자의 성공이 통일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나 기존의 탈북자들 모두 의존적 자세를 버리고 개척 정신을 거질 것을 주문했습니다.

“탈북자 스스로가 한국 국민에게 의존하거나 도움받고 살아가는 그런 개념보다 자기 힘으로 개척하겠다는 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회주의 국가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시키면 되는 나라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우리가 빨리 알고 고치는 것이 한국 사회 정착에 도움이 되죠. 그리고 정착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지 그 만큼 통일의 기회가 더 높아진다고 봅니다.”

지난 2002년 입국해 현재 서울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허성우씨는 모든 것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이 먼저 비워져야 한다고 탈북자들에게 부탁합니다.

"오실때 잘 살아야 된다! 잘 살거다! 대접 받아야 한다! 이런 마음은 모두 버리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들은 공산주의 사회 체제에서 살다보니까 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체제에 익숙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어서 마음에서 비워줬으면 좋겠구요. 모든것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야하는 풍습도 지워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한에) 가면 잘산다는 것, 편안하다는 것도 말고 그저 열심히 살아서 가족들도 다 살리고 친척도 도와주고 그 사회도 도와주고.. …그 사회에 가서 열심히 살겠다…그런 마음을 가지고 한국에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탈북자 1만명 시대!  이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작은 통일을 먼저 일구어 가는 남북 화합의 거름이 될지, 아니면 사회 갈등을 초래하는 경계 대상이 될지는 이제 탈북자 자신들의 노력과 한국인들의 관심 여부에 달려 있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