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민족으로서 북한의 빈곤에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한국의 이재정 통일부장관의 신년사 발언이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정략적 발언이라며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 반면 집권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대응은 구시대적 색깔론이라며 이 장관의 발언을 옹호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입니다.

한국의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2일 신년사에서 “북한의 빈곤에 대해 3천억 달러 수출국이자 세계경제 10위권 국가로서, 또 같은 민족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또 같은 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핵실험까지 간 여러 배경을 본다면 빈곤 문제도 하나의 원인이 아니었겠느냐며 북한 빈곤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한나라당은 3일 이 장관의 발언은 파격적인 대북 지원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정치적 의도를 경계했습니다.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은 “이 장관의 발언은 남한의 경제적 성과를 몽땅 북한에 갖다 바치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친북사대주의자, 핵포용 적화통일론자인 이재정 씨는 통일부장관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습니다.

나경원 대변인은 또 “정부와 여당 곳곳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암시하거나 예고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며 “북 핵 문제 해결 전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분위기 반전을 노린 정략적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지난달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살아 있는 현안이자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일단 1월 말까지 추이를 지켜본 뒤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수단체들 역시 북한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금을 핵무기 개발에 투입했는데 가난 때문에 핵실험을 했다는 식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며 이 장관을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통일부장관이 북한의 빈곤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한나라당은 구시대적 색깔론을 중단하라고 응수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우상호 대변인은 이 장관의 한국 책임론 발언은 미래형이며,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우리가 책임을 갖고 나가자는 것이지 북한의 빈곤이 남한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의 발언을 둘러싸고 이처럼 논란이 확산되자 통일부가 진화작업에 나섰습니다. 통일부는 3일 국정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 빈곤의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 장관의 신년사는 남북정상회담이나 대규모 대북지원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통일부는 이 장관의 발언은 북한에 빈곤이 초래된 책임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같은 민족으로서의 도덕적 책임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정 장관 역시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핵과 빈곤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한편 이런 논란과는 별도로 이 장관의 발언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원칙에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3일 이재정 장관이 지난달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때’라고 밝힌 데 이어 2일 신년사에서 북한 식량난 해결에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힌 것은 인도적 지원에 대한 근본적 대책의 변화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언론들은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대북 쌀 차관과 비료 지원이 유보되면서 단절된 남북대화를 풀려는 의도, 그리고 인도적 지원을 긴급구호와 차관, 개발지원 등으로 세분화해 긴급구호는 조건없이 지원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일부 고위 당국자들은 명분과 전략적 차원에서 쌀과 비료지원 재개는 현 상황에서 어렵다고 밝히고 있어 이 장관의 발언이 실질적인 정책으로 옮겨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한국과 국제사회가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강력히 요청했음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대북 인도주의 지원 재개 의지가 있어도 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