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쉬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의 발언을 문제삼아 해명을 공식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일은 최근 한-미 동맹관계가 여러 측면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나온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중앙일보>는 25일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의 고위 관계자가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송민순 실장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이 인용한 정부 당국자와 외교소식통은 백악관의 이같은 요청은 ‘외교적 용어로는 설명이지만 사실은 해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이 해명을 요청한 송 실장의 발언은 지난 18일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이란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행한 연설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송 실장은 이 연설에서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정세에 대해 설명하면서 `인류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미국일 것이다.  남북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고 교류협력이 많이 되면 어느 누구도 북한을 못 친다. 미국이 칠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송 실장의 발언을 `미국을 늘 전쟁광으로 비난하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이 신문에 “미국은 한국전쟁 당시 5만4천여명의 사망자를 내며 한국을 지켰는데 이런 미국의 희생을 무시하면서 한-미 동맹 자체를 부인한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안다”고 백악관의 기류를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주재 한국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는 “일상적인 업무조율 과정에서 미국측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나 방침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사례는 많지만 해명을 요구한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송 실장의 발언을 문제삼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부쉬 대통령을 의장으로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도리자 라이스 국무,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며 미국의 국가안보와 관련한 국내외 정책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입니다.

백악관은 송 실장의 발언 중 `유엔에 우리 운명을 맡길 수 없다’거나 `북한이 협상을 통한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말로만 해도 부쉬 행정부 정책이 움직일 수 있다’고 한 대목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면서 설명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 실장의 발언은 미국의 해명 요청 이전에도 이미 국내 보수언론과 전문가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 책임자가 핵에 관해 속임수로 일관한 북한의 외교안보 전략을 자문하고 나선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서울대 사회학과의 송호근 교수는 ‘한반도의 운명을 어떻게 제대로 국제화할 것인가가 지난 1백년 한국 외교사의 숙제였다’며 송 실장을 `핵 시대의 낭만주의자’라고 비꼬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백악관의 해명 요청에 대해 그의 강연 전문을 전달하면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가 조율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내용을 언론이 전후맥락없이 보도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은 송 실장의 발언이 국내에서 물의를 빚자 이미 일찌감치 웹사이트에서 언론의 보도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안보정책실은 `송 실장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우리의 국익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서로 존중하고 조율하는 것이 한-미 동맹의 기본원리라는 진의를 전달하기 위해 그 전제로 미국의 역사적 배경을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송 실장은 자신의 강연과 관련해 “미국 측이 발언 전문과 함께 설명을 듣고 충분히 이해해 이미 정리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측이 한국 정부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습니다. 

외교관 출신인 송민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전반을 관장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이 분야 핵심 실세로 알려져 있습니다. 송 실장은 특히 다음  주 중으로 예정된 한국 정부의 개각에서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돼 사의를 표명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