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제재결의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콘도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어느 때보다 분명한 어조로 한국 정부의 제재이행에 대한 협조를 촉구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결의안 이행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을 순방하기 하루 앞서 나온 것입니다.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16일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등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의 제재결의안 이후에도 두 사업을 계속한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한국이 북한과의 활동 전반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것”이라면서 “그런 결정의 많은 부분은 북한의 행동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모든 대북한 활동을 재평가할 것임을 분명히 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워싱턴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강경책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단호한 협력을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더 높아가고 있습니다. 딕 체니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지낸 아론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16일 <워싱턴포스트> 신문 기고문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한 압박을 계속 꺼린다면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안전 뿐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도 위태롭게 될 것임을 분명히 이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은 핵실험으로 세계를 위협하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도록 할 수는 없다고 단호한 조처를 강조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행동은 동북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들에게 우리가 공유하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분명히 보여줬다”면서 “각국은 우리의 공통 안보의 혜택 뿐아니라 부담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 정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동북아지역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에 상호방위조약을 통해 안보공약을 이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대북한 제재에 미국과 함께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라이스 장관에 앞서 17일 서울에 도착한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자신의 입국 목적과 관련, “모든 쟁점에 대해 얘기하겠지만 특히 유엔의 대북한 제재결의안의 검색 부분을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은 결의안 이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발언에 비춰볼 때 라이스 장관과 힐 차관보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의 잇따른 회담에서 한국측의 PSI 참여 확대를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3년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부쉬 행정부가 제안한 이 구상에의 참여를 거부하다 최근에는 부분적으로만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측통들은 19일 열리는 라이스 장관과 일본의 아소 다로 외상,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등 한-미-일 세 나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질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 나라 외무장관 간 회담은 지난해 9월 이래 13개월만에 처음 열리는 것입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해서도 결의안 이행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중국이 그들의 의무에 등을 돌릴 것으로 우려하지 않으며, 이행하지 않을 결의에 찬성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또 어느 나라도 위험한 물질이나 대량살상무기 거래에서 이익을 볼 수 없으며 이는 미국보다는 주변국들에게 더 불안정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라이스 장관은 17일 시작되는 자신의 일본과 한국, 중국, 러시아 방문은 포괄적 전략에 대한 해당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포괄적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한국과 일본 등 동맹에 대한 미국의 전면적인 안보, 억지 공약과 상호의무 재확인,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의의 모든 측면을 완전히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집단대응 확보, 그리고 핵무기와 핵물질의 이전을 막기 위한 PSI 확대를 꼽았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또 이란을 겨냥한 비확산체제 유지와 6자회담 복귀 및 9.19 공동성명의 유효성 재확인도 포괄적 전략의 내용으로 제시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의 이번 순방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크게 고조된 부쉬 행정부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지만 주변국들의 입장은 미국과 적지않은 차이가 있어 얼마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