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남한 언론들이 “‘북한이 핵무기 대여섯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밝혔다”고 보도한 내용의 기사가 해프닝성 오보로 밝혀져 큰 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관련 언론사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하성봉 통신원을 통해 알아봅니다.

문: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의 발언 보도 내용이 완전한 오보로 밝혀졌다면서요. 보도 내용의 핵심적인 사항은 무엇입니까?

서울: 오늘 남한의 조간신문들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핵무기 대여섯 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조선, 중앙, 동아와 세계일보 등 종합지들은 대부분 1면 머리와 종합면에 해설박스를 곁들여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또 이 뉴스는 오늘 오전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로 퍼져나가면서 파장이 컸습니다.

보도내용은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북한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강 부상이 참석한 외교관들에게 연설한 내용을 근거로 했다는 보도 내용이었습니다만 사실이 아닌 완전한 오보로 드러났습니다. 뒤늦게 오보 사실을 확인한 남한내 방송사들은 오늘 오전 뉴스에서 북한의 핵보유 뉴스가 오보라는 내용으로 정정해 일제히 보도하고 나섰습니다. 한 방송사가 강 부상의 발언뉴스가 오보라고 보도하는 내용입니다.

"오늘 아침 북한 핵무기 대여섯 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북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발언내용이 실린 일부 조간신문을 보신 분들은 깜짝 놀라셨을 겁니다. 미국의 한 북한문제 전문가가 풍자형식으로 쓴 수필을 사실로 받아들여서 생긴 웃지 못할 오보 소동이었습니다."

문: 어떻게 해서 언론사들이 이러한 주요 뉴스에 대해 ‘오보 사고’를 일으켰는지 궁금한데요?

답: 결론적으로 말하면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주요 신문들이 인용한 기고문은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담당관이 지난 14일 브루킹스연구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동북아 안보전문 싱크탱크인 노틸러스 연구소 홈페이지에 ‘추락하는 토끼’라는 제목으로 게재해놓은 것으로, 분명히 ‘에세이’라고 밝혔음에도 취재기자들이 이를 확인하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입니다.

애초 <연합뉴스>가 한국시간으로 어제 밤 11시 17분에 기사를 출고한뒤 조간 신문들은 야간에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조간 신문들은 보통 밤늦은 시간 <연합뉴스>에 주요뉴스가 뜨는 경우 담당 기자들의 추가 취재를 통해 판갈이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일요일 저녁이어서 필자와 접촉이 잘 안되는 취약시간이라는 점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보수 언론들의 구미를 자극했다는 분석입니다. <연합뉴스>는 25일 오전 5시 5분께 “송고한 기사의 전문을 취소한다”며 오보임을 밝혔으나, 이때는 이미 모든 가정에 신문 배달이 끝난 다음이었습니다.

 

문: 네, 그렇군요. 로버트 칼린 전 담당관이라면 대표적인 북한 분석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칼린 전 담당관은 어떻게 이를 설명하고 있는지요.

답: 칼린 전 담당관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칼린 전 담당관은 특히 이 글은 지난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미 발표된 내용으로 왜 한국 언론이 뒤늦게 오해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실제 발표내용이 아닌 ‘에세이’라고 분명히 밝혔고, 군데군데 가상의 상황이 나타나는 데 이런 오보사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특히 칼린 전 담당관은 “사소한 풍자도 허용되지 않을 만큼 북한 문제가 워낙 긴박한 것 같다”며 이번 해프닝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칼린 전 담당관이 국내 한 방송사에 밝힌 내용입니다.

칼린 전 담당관은 “현재의 북미 대치상황을 북한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상상해서 쓴 글에 불과합니다. 그날 브루킹스 연구소 세미나의 참석자들은 강석주 부상의 편지가 실제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 이해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문: 한국내 언론사들은 오보에 대해 마음이 편치 않을 듯한데요. 오보를 낸 언론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요?

답: <연합뉴스>측은 오늘 오전 11시23분께 인터넷상에 알림난을 통해 “기사 제작과정에서 착오가 빚어져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며 정식으로 사과했습니다. 또 조선일보는 오늘 오후 2시 30분께 조선일보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조선닷컴에서 “본지의 6면에 실린 내용의 오보에 대해 사과한다”라며 상세하게 해명했습니다. 

조선닷컴은 "칼린 전 담당관이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프라하 소인이 찍힌 익명의 편지를 받았다' '기름종이로 싼 서류 뭉치가 들어있었다' '서류에는 강석주 부상이 7월 후배 외교관에게 연설한 내용이 누군가의 손으로 기록한 것이었다'는 등의 정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면서 오보 경위를 밝혔습니다.

조선닷컴은 "어제 노틸러스 홈페이지에서 글을 발견하고 칼린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냈지만 미국과의 시차때문인지 응답이 없었다"면서 "북한 내부의 상황을 본 듯이 쓰고 있었고, 최종 판단을 해야하는 신문 마감 시간때문에 강 부상의 연설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보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문: 북한 관련 뉴스가 확인하기 힘들지만 그럴수록 보도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한데요. 시민들과 미디어 비평가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면서요.

답: 미디어 비평가들은 북한 뉴스를 보도할 때 신중하게 확인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언론들의 오랜 관행을 목소리 높여 질타했습니다. 특히 북한 관련 보도가 사실이 아닐 경우 국민과 안보 당국자들을 혼란으로 이끌 우려가 큰 만큼 더욱 신중해야한다는 지적입니다. 문한별 언론인권센터 대회협력위원장은 오늘 한 인터넷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발 소설에 한국언론이 놀아난 언론사상 미증유의 참사”라고 혹평을 했습니다.

미디어비평 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의 박원식 편집국장은 “언론인의 책무는 사실에 대한 확인으로 특파원들이 최대한 확인을 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면서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준 만큼 사과문을 게재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