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한 핵 논의를 위한 6자회담 당사국들은 1년 전인 지난해 9월19일 역사적인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합의 내용은 온데간데 없고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긴장상태만 높아가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 핵 6자회담 당사국들은 지난해 9월19일 중국의 베이징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계획의 포기’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나머지 당사국들은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 등 경제지원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또 이 합의에 따라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한편 체제안정을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 성명은 발표 직후 그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측의 견해차로 인해 곧바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양측은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의 시점을 놓고 극명한 견해차를 보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한의 미국 달러화 위조지폐 제작 의혹을 이유로 북한의 주요 거래은행인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해 금융제재를 가하는 등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한편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주말에도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미국이 제재를 계속하는 한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김 의장의 발언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부쉬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접근방안’에 합의한 이후 나온 북한측의 첫 반응이어서 주목됩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비동맹회의 정상회의에 참석한 김 의장은 “미국이 북한 은행계좌 동결과 북한을 돕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경고 등 잇단 제재 조처들을 유지하면서 북한에게 무조건 회담장에 복귀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 운운하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북조선은 한반도와 역내 평화 및 안전을 확고히 보장하기 위해 억지력 차원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핵폭발 실험을 하지는 않은 상태여서 국제사회는 아직 이 선언의 진위 여부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미국 언론은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해 주변국들의 우려를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중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은 지난 7월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이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부쉬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주로 다뤄졌습니다.

회담에서는 북한 핵 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6자회담과 관련한 미국 정부 관계자의 첫 발언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로 부터 나왔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18일 한국의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초청으로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한다는 확실한 의사를 표시 한다면 6자회담 이전이라도 북-미 양자회담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는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최근 중국 방문 중 이미 밝힌 내용으로 북한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같은 제안을 하면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6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회동도 제의했지만 북한측은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자회담 이전에 양자회담을 열 수 있다는 미국측의 제안은 기본적으로 6자회담의 틀 안에서만 양자회담이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9.19 합의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은 미국의 금융제재를 북한정권을 고립시키고 붕괴하려는 시도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6자회담에 복귀해 공동성명을 이행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이같은 성명은 미국의 대북한 금융제재 완화가 문제해결의 핵심임을 지적한 것입니다. 한-미 두 나라는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직 내용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이 접근방안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