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국 달러화 위조지폐 제조 의혹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대북한 압박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부쉬 행정부는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주변국들을 상대로 협조를 요청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방침입니다. 좀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부쉬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달러화 제조 의혹과 관련해 마카우에 소재한 북한의 주 거래은행인 방코 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해 금융제재 조처를 취했습니다. 부쉬 행정부는 이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 다른 나라들에도 협조를 당부했고, 그 결과 상당수 나라들로 부터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최근 <AP 통신>과의 회견에서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계좌 동결 이후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이 북한과의 거래를 끊고 있다"면서 "북한은 재정적으로 거의 완전히 고립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달 9월 4일부터 8일까지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대북한 제재와 관련해 회원국들의 협조를 당부할 예정입니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개별국가 차원을 넘어 다자간 협력기구로 확대하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 목적을 가진 국제 금융망 차단을 위해 회원국 간 협력을 촉구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직접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이 통신은 미국이 에이펙 회의에 재무장관을 보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이클 머린 베트남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은 테러나 확산 목적의 금융망 악용을 우려하는 만큼 폴슨 장관이 당연히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면서 "폴슨 장관은 하노이에서 베트남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도 만나 북한 금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쉬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조만간 전면적인 대북한 경제제재에 나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튜어트 레비 차관은 지난달 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신문과의 회견에서 지난 2000년에 해제했던 대북한 경제제재 조처들을 다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레비 차관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경우 달러화 위조 의혹에 따른 금융제재와 더불어 북한에 추가적인 압박이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은 지난 2000년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키로 한 데 대한 보상책으로 북한에 대한 여행금지와 폭넓은 교역 제한, 투자 및 송금 제한 등 이전에 가했던 조처들을 해제한 바 있습니다. 한편 갈수록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미국측의 금융제재로 북한이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레비 차관이 언급한 대로 미국은 북한이 재정적으로 완전히 고립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는 반면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의 북한의 대외교역이 전체의 15%도 되지 않는 점을 들어 그다지 큰 압박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7일 발표한 외무성 담화에서 "제재와 압력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면서 "미국이 우리에 대한 금융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모든 대응조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다음달로 정권 창건 기념일인 9.9절을 맞게 되며 19일은 6자회담의 베이징 공동선언이 나온 지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주요 기념일 등에 맞춰 극적인 조처들을 취해온 북한이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것인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