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새로운 증거가 포착됐다는 미국 방송의 보도가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주변국들은 보도를 확인할 증거가 없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의 방송은 17일 여러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풍계역 외곽에서 케이블 뭉치가 하역되는 것이 포착된 것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케이블은 지하 핵실험장과 외부의 관측시설을 연결하는 데 사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정보당국이 최근 핵 실험장소로 의심되는 곳에서 차량들의 의심스런 움직임을 관측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미 정보당국의 견해"라고 말했다고 은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달 4일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지하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이같은 보도는 즉각 관련국들의 큰 관심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하고 미국과 일본 등이 제재를 가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비난하면서 `더욱 강력한 조처를 취할 것'임을 공언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발언이 핵실험을 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각국은 이에 따라 우려 속에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 왔습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 단 한 차례의 핵실험도 실시한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핵실험이 성공할 경우 북한은 곧바로 핵 보유국 대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의 보도 내용은 매우 단편적인 정보에 근거한 것이어서 이를 곧바로 핵실험 가능성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방송 스스로도 미 행정부 관리들이 풍계역 부근의 움직임과 관련한 정보가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보도를 한 군과 정보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지금까지 포착된 현상은 사소한 것들이며 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과 한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가들은 모두 이번 보도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대체로 그같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정보 관련 사안에 대해 확인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습니다. 부쉬 행정부의 관리 2명은 에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도 북한의 핵실험 준비 혹은 특이한 움직임에 대한 정보나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의 보도가 지나친 추측에 근거한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또 그동안 북한의 핵 계획과 관련해 많은 추측이 제기돼 왔지만 모든 게 사실로 드러난 건 아니라는 말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정보기관과 연계가 있는 한 연구원은 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의도는 종종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 내부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단편적인 하나의 정보를 갖고 실험이 임박한 듯이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핵실험이 이뤄지려면 그 전에 방사능과 지진활동 측정 장비, 굴착기 등이 필요하며 실험이 임박해서는 인근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까지는 포착된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 언론의 보도 배경에 오히려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외국 언론에 정기적으로 나고 있는 이런 종류의 보도가 확인된 것은 없다"면서 "한반도 상황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감안할 때 사태를 부추기는 것은 역효과를 내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해 4월에도 북한 내 핵실험 시설로 의심되는 지역에 관람대가 설치됐다며 핵실험 임박설을 크게 보도했지만 북한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북한을 제외한 국제사회의 어느 나라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비타협적 태도가 주변국들의 적지않은 우려와 경계심을 자아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이는 세계 각국의 비난을 초래할 극도로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