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911 테러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 되지만 이 사건이 부쉬 행정부에 의한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아예 조직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9/11 테러와 관련해 이른바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인터넷이나 출판물 등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주고 받거나 전파해 오던 중 최근에는 시카고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5백여명이 모였습니다. 이 중에는 미국 내 유명대학에 적을 둔 학자들도 일부 있는데 이들은 `911 테러 진상규명을 위한 학자들'이란 모임을 결성해 나름대로 과학적인 근거와 논리까지 제시하면서 911 테러사태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문: 이들이 주장하는 음모론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답: 헐리우드의 영화감독인 마이클 무어가 영화 `화씨 911'에서 제기했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은 테러범들이 납치한 여객기가 충돌해 붕괴한 것이 아니라 건물 내부에 장치된 폭발물 때문에 붕괴했으며 이는 부시 행정부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것입니다. 

음모론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911 을 방조했을 뿐 아니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진상규명을 위한 학자들' 모임에 관여하는 제임프 페쳐씨 같은 경우는 여객기 납치 테러범 가운데 일부가 생존해 있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물론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또 주장 자체도 설득력이 크지 않지만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문: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데는 아무래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답: 크게 보면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침공 등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기류가 음모론 확산의 토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모론자들은 911 테러사태를 계기로 부쉬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애국법으로 불리는 반테러법을 제정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국토안보부를 신설한 사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등에서 보듯 군사행동을 전개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입지를 강화한 것으로 파악하면서 911을 부쉬 행정부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문: 911 사건과 관해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동수로 구성된 초당파 기구인 `911테러진상조사위원회'가 오랜 기간에 걸쳐 결론을 낸 것이 있지 않습니까.

답: 진상조사위원회는 무려 1천2백회에 이르는 관련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납치범들이 여객기를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충돌시켜 건물이 붕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 국립 표준기술연구원은 1만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여객기 충돌로 인한 화재가 건물을 붕괴시킬 만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국립표준연구원의 이같은 지적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항공기의 제트유가 탈 때 내는 온도가 철골조가 녹아내리는 온도보다 낮다면서 이들 건물이 붕괴한 것은 누군가 미리 건물 안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가 폭발시켰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철골조가 녹아내리는 온도는 섭씨 1천도지만 5백도만 돼도 강도가 50% 줄어들고 또 당시 건물 안에서 제트유 뿐아니라 양탄자 등 내부 장식물도 함께 탄 점 등을 지적하면서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문: 음모론에 대해 미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답: 음모론은 사실 미국 정부가 나서서 911 위원회의 결론을 거듭 강조해 설명해야 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만큼 부쉬 행정부 차원에서 이같은 음모론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최근 아메리칸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국방부 건물에 충돌해 폭발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공개했습니다. 이 비디오는 국방부 주차장에 설치된 보안카메라 2대에 의해 자동으로 촬영된 것입니다.

이 비디오는 사법감시라는 단체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요구해 공개된 것인데 이 단체는 공개요구의 이유를 `911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전쟁명분을 만들기 위해 미사일로 자해한 것이라는 등의 음모론과 유언비어가 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음모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지요.

답: 가령 음모론과 관련해 대표적인 학자의 한 사람인 캐빈 배럿씨는 조만간 위스콘신대학에서 이슬람에 대한 강의를 맡을 예정입니다. 그런데 주 의원 60여명이 그의 채용을 반대하는 의견을 학교측에 전달했습니다. 이 대학의 교무처장은 이에 대해 예정대로 배럿씨를 채용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가 개인적 견해와 자신이 가르치는 것을 분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할 경우 결정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대학교수협회의 로저 바우언 사무국장은 "학문의 자유에는 책임이 수반된다"면서 "책임이란 진리를 가르칠 것을 요구하며 진리에는 음모론 또는 지구는 평평하다거나 유대인 학살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문: 올리버 스톤 감독이 제작한  911 사태를 다룬 영화 `세계무역센터'가 이번 주에 개봉된다는데 이 영화 내용은 음모설과는 무관합니까.

답: 올리버 스톤 감독은 진보성향인데다 그동안 정치적 음모사건을 다룬 영화를 많이 제작한 사람이어서 관심을 모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붕괴된 세계무역센터에 갖혀 있다 12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출되는 두 경찰관의 얘기를 다룬 휴먼 드라머로 음모론자들의 주장은 영화 어디에서도 풍기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