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000년 이후 불법 이민자가 1천만명을 넘는 수준으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치, 사회, 경제 등 미국사회 전반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문: 불법 이민과 관련한 경제적 비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불법이민의 현황이 어떤지 부터 설명해 주십시요.

답: 미국 내 불법이민자 수는 지난 1980년만 해도 3백만명 정도였던 것이 90년대 중반에는 5백만명으로 늘어났습니다.  2000년 이후에는 더욱 급속히 늘어나 지금은 대략 1천1백만에서 1천2백만명 정도 규모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10년 전에 비해 불법 이민자가 2배 넘게 늘어난 셈입니다.

한 예를 들자면, 지난 2004년 국경수비대 관할지역에서 멕시코와의 국경을 불법으로 넘다 체포된 사람의 수는 113만9천8백여명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불법 입국에 성공하는 멕시코인의 수도 무려 50만명이어서 전체적으로는 매년 2백만명에 가까운 남미인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미국 언론에는 국경수비대의 감시가 소홀한 지역을 통해 국경을 넘다 사망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도가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불법 이민자들이 뚫은 것으로 보이는 지하터널과 하수구가 드러나는 등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들어오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식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불법 이민자 단속에 소요되는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지요.

답: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더글라스 매시씨가 각종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불법 이민자 1명을 체포하는 데 드는 비용은 1992년에만 해도 3백달러로 비교적 적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줄곧 국경수비대 규모를 늘리고 특히 2001년 9/11 테러사태가 터지면서 2002년에 불법 이민자 1명 단속에 드는 비용은 1천7백 달러로 무려 467%가 늘어났습니다.

불법 이민 단속 비용은 지금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만 해도 부쉬 대통령은 지난 15일 불법 이민자 정책과 관련한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 6천명의 주방위군을 추가로 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민간인 순찰대원 증원과 불법 이민자 수용시설 증설 등을 위해  19억 달러를 승인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습니다.

문: 그러면 단속에 소요되는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실제 불법 이민자 단속에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요.

답: 그렇지 않습니다. 매시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1997년에 멕시코인 불법 이민자가 미국 국경을 넘다 체포될 가능성은 33%였습니다. 그런데 단속을 위해 더 많은 돈이 투입된 2004년에는 이같은 가능성이 19%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는 국경경비가 강화되자 불법 이민자들이 도시를 통과하지 않고 외곽지역을 이용하게 된 것이 주요 이유인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문: 국경을 넘기 위해 먼거리를 우회해야 한다면 불법 이민자들이 치러야 할 비용도 그만큼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답: 멕시코나 캐나다와의 국경지대에는 불법 이민을 알선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안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흔히 사막의 들개를 뜻하는 `코요테'로 불리는데 1992년까지만 해도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가 코요테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1인당 4백달러였던 것이 1999년에는 1천2백달러로 3배가 늘었습니다. 이 비용은 지금은 더욱 늘어나서 수천달러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불법이민에 따른 비용이 높아지다 보니 불법 이민자들이 몇 년 정도 미국에서 돈을 번 뒤에 다시 멕시코 등지로 돌아가는 사례도 과거 45% 였던 것이 지금은 25%로 크게 줄었습니다. 단속에 따른 비용은 느는데 실제 단속은 더욱 어려워지고, 불법 체류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문: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은 비용 뿐 아니라 위험성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지요.

답: 미국은 불법 이민자 단속을 위해 국경지대에 순찰대를 배치하는 외에 감시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하고, 심지어 무인항공기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를 피해 목적을 이루려면 갈수록 그야말로 고난의 행로를 택해야 합니다.

한 예로 불법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로인 애리조나 사막지대는 여름철 한낮이면 기온이 40도를 넘는 불덩이 땅입니다. 그런데 불법으로 국경을 넘기 위해 이 지역을 사나흘씩 걷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난해에 이 지역을 통과하다 사망한 사람은 46명에 이릅니다. 

미국 정부는 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막지대에 식수대를 설치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이들은 더욱 더 멀고 눈에 띄지 않는 통로로 우회하고 있습니다. 가히 목숨을 건 이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문: 어제, 그러니까 25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이민법안은 국경 경비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지요.

답: 상원이 찬성 62, 반대 36의 압도적 다수로 의결한 이 법안은 국경 강화를 위해 올해 1천명의 경비요원을 늘리고 2011년까지 모두 1만4천명을 증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국경 감시장비 배치와 595 킬로미터 길이의 담, 그리고 8백 킬로미터 길이의 자동차 차단물 설치을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민 옹호론자들과 인권단체들은 이같은 조처는 필사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려는 사람들이 더 멀리 우회하게 만들고, 그 결과 사망자도 증가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정부도 미국의 장벽 설치가 자국 이민자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24일 미국 유타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장벽 설치에 반대하면서 "그런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 나라의 경제력 격차가 줄지 않는 한 불법 이민을 막을 길을 없다고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