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최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관심의 초점을 북한 핵 문제에서 탈북자 등 인권 문제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는 10일 난민 문제 청문회를 열고 행정부와 민간단체 관계자들로 부터 탈북자 문제 등에 대한 정책과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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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청문회는 하원 국제관계위의 아프리카와 세계권리 및 국제활동 소위 주최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탈북자들의 미국 등 제3국 정착과 중국의 탈북자 처우와 관련한 문제들이 주로 제기됐습니다.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과 인권활동가들은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지난 5일 탈북자 6명의 미국 망명이 허용된 것을 환영하면서, 부쉬 행정부는 좀더 많은 탈북자가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폴 로젠지그 국토안보부 정책개발 담당 차관보 대행은 북한인들이 미국에서 남한 국적을 이유로 망명 신청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북한 주민을 남한 국민으로 자동적으로 취급하지 말도록 분명한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로젠지그 대행은 또 국토안보부는 북한주민과 남한 국민을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해 망명자 관리 시스템에 새로운 국적 및 국가코드 기입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조처는 중국과 남한 등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미국 망명을 신청할 수 있는 문호를 공식적으로 연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입국한 6명에 이어 더 많은 탈북자들에게 추가로 미국 망명이 허용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마이클 코마티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위원장은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은 현재 미국 내 규정 때문에 탈북자들을 미국에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토안보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코마티 위원장은 북한은 특별한 신원절차를 거쳐야만 국토안보부로 부터 망명과 관련한 인터뷰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3개국 가운데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미 카톨릭 주교회의 소속 아나스타시아 브라운씨도 증언에서 지난주에 탈북자 6명이 미국에 입국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더 많은 탈북자에게 난민지위가 부여돼야 할 필요성이 절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라운씨는 중국내 탈북자들은 북한으로 추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지하에서 숨어 살거나 남한 등으로 다시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미국은 중국 정부가 이들에게 난민 자격을 부여하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난민 지원단체의 케네스 베이컨 대표는 미국은 중국 정부와 고위급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면서 의회가 행정부에 이를 강력히 촉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베이컨 대표는 중국은 국제단체들의 탈북자 지원을 제약할 뿐 아니라 유엔난민고등판무관과 미국 정부 관리들의 탈북자 면담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최근 부쉬 행정부가 탈북자 문제 등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것입니다. 부쉬 대통령은 최근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인 김한미양 가족과 북한에 의해 납북된 요코타 메구미씨 가족을 백악관에서 만났습니다. 또 제이 레프코위치 미 국무부 인권 특사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남한 등 국제사회가 대북 지원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북한 인권 문제를 조용히 거론해온 미국 정부의 방침이 강경기조로 변할 것임을 예고한 것입니다. 부쉬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움직임은 인권 문제가 인류의 보편적 관심사라는 미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부쉬 행정부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인권 문제를 공세용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