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자 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난 1월 중국 방문은 북한의 경제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 곳 워싱턴에서는 '중국의 경제 개혁 모델이 과연 북한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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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카네기 평화 재단의 알버트 카이델 선임 연구원은 이 곳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와 대서양 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중국 경제 개혁 초기와 현재 북한의 상황은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이델 연구원은 우선 두 나라가 소비에트 식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문맹률이 낮고 교육 가능한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같다고 설명하면서, 이밖에도 중국이 홍콩을 통해 자본과 기술을 유치할 수 있었듯이 북한에게는 남한이 있는 점도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카이델 연구원은 중국의 경험을 통해 북한의 경제 개혁에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칙들로, 강력한 경제계획 기구의 설립과 조세와 예산 등의 재정 체제 확립,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 환율 정책 정비 등을 꼽았습니다. 또한 카이델 연구원은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카이델 연구원은 남한은 외국인 직접 투자와 제품 판매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돼야 하고, 또한 북한 제품의 주요 시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카이델 연구원은 중국의 텐안먼 사태를 예로 들면서, 북한도 경제 개혁 과정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이에 대비한 정책과 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경제개혁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 개혁은 중국 지도부에 의해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된 개혁인 반면에 북한의 개혁 의지는 

지난 1990년 대의 대규모 기아 사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발생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북한의 경우 최근 100퍼센트 내지 200퍼센트의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는 등 거시 경제가 불안정한 상태이며 , 농업 인구도  전체 인구의 30 내지 40퍼센트 정도로  경제 정책의 변화로 인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중국에 비해 훨씬 적다고 말하면서, 북한 경제 상황은 중국 보다는 오히려 벨라루스나 루마니아에 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중국이나 남한이 기술적인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북한의 정책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궁극적으로 경제 개혁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근본적인 경제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같은 경우에 재정 지원과 물적 지원은 오히려 개혁을 늦추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워싱턴 부르킹스 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있는 임원혁 연구원은 김정일 위원장의 최근 중국 방문은 정권 안보에 대한 자신감과 북한과 중국의 다면적인 밀접한 관계를 반영하는 것인 동시에  새로운 경제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임원혁 연구원은 과거 1990년대 초반과 중반에 북한은 구 소련과 동구 공산권 국가들이 붕괴된 것은 경제 개혁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제 개혁 불가를 외쳤지만, 그같은 경제 체제의 비효율성이 입증되면서 이제는 북한의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경제 개혁 모델을 찾아 나설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임원혁 연구원은 북한은 앞으로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에 촛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임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북한 내에 축적돼 있는 투자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대규모 외국인 투자 없이는 경제 성장에 시동을 거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경제 관리에 대한 국가 지도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 남한 등으로부터 직접 투자를 유치해 공식 부문과 비공식 부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데 촛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임 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