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한에 정착한 탈북 청소년들의 사회부적응과 학업부진 사례가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탈북 청소년들이 우울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화여대에서 간호과학을 전공한 김예영씨의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탈북 아동과 청소년의 우울정도가 남한 청소년들의 우울정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8∼11월 하나원을 거친 탈북자 중 9세에서 19세 사이의 아동과 청소년 43명을 대상으로 우울 정도를 측정한 결과를 평균 수치로 환산한 결과입니다.

측정 결과 탈북아동과 청소년 43명의 평균 점수가 14.3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척도를 이용해 환산한 남한 청소년의 우울 정도의 평균 점수가 12.36점에서 13.5점 정도인 것과 비교해 볼 때 탈북 청소년들의 우울 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우울 증세의 원인으로 조사한 27개 항목 중 ‘나는 학교 공부를 해내려면 언제나 노력해야만 한다’를 가장 많이 선택했습니다.

이는 탈북 청소년들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곧 대학입학을 앞두고 새 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명숙(가명, 2005년 입국) 학생 역시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크다고 말합니다. 같은 한글을 사용하지만 낯선 문화가 많고, 남한 학생들 사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문화에서 생활하다 왔잖아요. 다른 환경에서 다른 문화에서 공부도 하고 왔는데, 같은 한국말을 해도 문화가 다르고 그러니까, 배우는 것도 많이 차이나고, 또 이 남한에 와서 볼 때 학생들이 대학교 가려고 진짜 많이 열심히 공부하고 하니까 대학교 들어가서 그 학생들과 볼 때 실력이 많이 뒤지니까 그것에 대해서 많이 부담감이 있고, 또 그 학생들 못지않게 배우려니까 학업에 염려가 되는 것 같애요.”

특히 이명숙 학생을 비롯한 탈북 청소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은 영어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 배웠던 것과 많이 다르고, 영어가 많이 사용되고 전문용어가 등장하는 과목들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습니다. 현재 총신대에 재학중인 김영국 학생도 언어문제를 꼽았습니다. 또한 탈북청소년들이 마음을 열지 못하고 되래 소외감을 느껴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제가 대학입시 공부를 할 때 제일 어려웠던 것은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그러니까 왜나면 외래어를 많이 섞어 쓰다 보니까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그리고 둘째는 언어의, 그러니까 영어나 이런 데 많이 두려워하는 것. 담벽을 보고 먼저 두려워서 접근을 못하는 것, 사람들하고 휩쓸리지 못하는 것. 오히려 소외감을 먼저 느끼고 들어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남한 사회의 정착을 위해서입니다. 이명숙 학생은 학업이 정착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이든 하려면, 뭐 일 하나 하려고 해도 그렇고 취직하나 하려고 해도 알아야 할 수 있잖아요. 정말 다른 문화에 와서 생활하는 것만큼 모르면 그만큼 본인이 힘들고 그러니까 더 배우려고 하는 것 같고.”

한편, 두통과 위장병 등 신체증상이 있는 경우와 탈북 후 한국에 오기 전 제3국 체류기간이 긴 청소년일수록 우울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논문의 저자인 김씨는 “심층면접을 해보니 탈북 청소년들이 학교생활과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 두려움을 많이 표현했다”며 “남한에 올 때까지 대부분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히 큰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계속해서 그는 “응답자 가운데 10명은 만성두통, 5명은 소화불량과 복통을 호소했다”면서, “탈북 후 중국에서의 생활과 남한에 입국하기까지 경험한 불안과 공포, 두려움이 우울증은 물론 이들의 신체건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씨는 “북한이탈 아동과 청소년의 성장발달 상태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함께 이들의 우울정도를 줄이기 위한 적절한 간호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