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은 6일 중국 베이징에서 국교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계속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4일 시작됐으며, 북한 공작원에 의한 일본 민간인 납치 문제를 논의한 앞서 이틀 간의 회담에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양측 협상대표들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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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한 북한과 일본의 이번 회담은 지난 2002년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뒤 3년여 만에 처음 열린 것입니다. 두 나라는 그동안 경제협력과 일본 거주 조선인들의 지위 문제, 일제 시대 일본이 약탈해간 문화재 반환과 식민지 배상 문제 등을 의제로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의제들은 1979년대와 80년대 북한 공작원들에 의한 일본 민간인 납치 문제에 걸려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거나 아예 논의 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 줄곧 납치 문제를 부인해 오던 중 지난 2002년 평양에서 열린 고이즈미 총리와 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13명을 납치한 사실을 극적으로 시인했습니다. 북한은 이후 5명을 일본으로 송환했으며 나머지 8명은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북한의 조처와 설명에 전혀 만족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들 8명이 사망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추가 송환을 요구하는 한편 납치 문제의 진상 규명 및 납치 용의자들에 대한 신병 인도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측 협상 대표인 하라구치 고이치 대사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두 나라의 관계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라구치 대사는 또 식민지배 배상 문제 역시 양국 간 외교관계 정상화의 틀 안에서만 논의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민간인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매우 강경합니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도 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습니다. 아베 장관은 "일본은 북한이 구체적인 조처를 취하기를 바란다”면서 생존자 송환과 납치 문제의 진실 공개, 납치 관련자 인도를 거듭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문제가 2002년 김정일 위원장과 고이즈미 총리 간 회담에서 종결됐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측 협상 대표인 외무성 아시아국의 김철호 일본과장은 두 나라가 납치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은 앞서 이틀 간 열린 회담에서 납치 사건 관련자들을 재판에 회부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과 일본 간 국교 정상화의 걸림돌은 납치 문제만이 아닙니다.  북한 역시 국교 정상화에 앞선 선결과제로 과거사 청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측 협상대표인 송일호 외무성 대사는 "과거 청산은 역사적, 도덕적으로 반드시 해결되지 않으면 안될 문제"라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일본측이 이런 역사적 잔재를 청산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밖에 일본의 경제협력과 재일 북한인 지위 문제, 문화재 반환 문제도 줄곧 제기하고 있습니다.

양측은 회담 나흘째인 7일에는 북한의 핵 계획과 미사일 등 안보 문제를 주로 다루게 됩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북한과 일본 뿐아니라 북한과 국제사회가 팽팽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사안이어서 좀처럼 합일점을 찾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양측은 7일 협상을 끝으로 나흘 간에 걸친 고위급 회담을 일단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