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설을 맞아 온 국민이 고향을 찾는 등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보낸 가운데 한국 양천구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는 탈북자 60여명은 지난 25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임진각을 방문해 합동차례를 지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습니다. 북녘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을 위해 1972년 세워진 임진각은 6.25전쟁의 비통한 한이 서려있는 곳으로 명절마다 많은 이산가족과 탈북자들이 찾는 장소입니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분단 지점이기도 한 임진각은 실향민들을 위한 망배단과 한국전쟁의 대표유산인 자유의 다리, 미군 참전기념비 등이 있는 통일안보 관광지입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양천구협의회의 임경하 회장은 명절을 맞아 더욱 고향이 그리울 탈북자들을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임경하] “저희 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그 새터민들이 가장 많이 살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이제 여기 분들이 한국에 오셔가지고 사실상 내일 모레 설인데 고향에 가셔서 친척 친지들 모시고 차례를 지내야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임진각으로 향하는 차 안은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과 고향이야기로 가득찼습니다. 돌아가며 고향에서 즐겨부르던 추억의 노래를 부르는 시간도 불렀습니다.

임진각에 도착한 탈북자들은 망배단에 차례상을 차렸습니다. 망배단은 북녘땅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을 위하여 1985년에 설치된 제단으로, 추석•설날 등 명절은 물론 평소에 이곳을 찾는 실향민들이 차례를 지내는 곳입니다. 참석한 탈북자들은 함께 차린 차례상 앞에 모여 차례를 지내며 조상님들과 고향에 두고온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했습니다.

차례는 참석한 탈북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등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2004년 한국에 입국한 박옥례씨의 고향은 함경북도 온성입니다. 박씨는 부모님들께 한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인사드리는 심정으로 절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박옥례] “우리 부모님들한테 내가 여기와서 인사를 드리는 심정으로 여기와서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심정으로 절을 올렸습니다.” 올해 예순일곱세로 함경북도 샛별군이 고향인 이경숙씨는 북녘땅에 아들을 남겨둔 채 2005년 한국에 홀로 입국한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씨는 임진각에서 보이는 북한땅을 바라보니 더욱 고향생각이 난다면서 설에는 고향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경숙] “북한에 있는 홀로 두고 온 아들이 참 안돼서 그 아들에게 새해 첫잔을 드렸습니다. 멀리 이렇게 보니까 빨리 통일이 돼서 고향에 가봤으면 하는 생각이 듬뿍 더 납니다.” 지난 2000년 12월 일가족 모두가 탈북한 탈북가수 김병수씨는 현재 큰 딸 옥임씨와 함께 탈북한 예술인들이 만든 평화통일예술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지낸지 5년을 넘긴 김병수씨는 차례를 드리면서 북한에 두고 온 부모님과 친척들이 더욱 그리워진다고 밝혔습니다.

[김병수] “여기 와 보니까 감개무량하거든. 가보지 못하는 북한땅에 금방이라도 이렇게 와서 차례를 지내니까 북한에 묻고 온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장인어른, 장모님 다 더 깊이 생각되고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친척들 다 그리운 감정이 이곳에 오니까 더 새롭게 떠오르누만.” 자신의 고향이 자강도 묘향산 근방이라고 밝히는 김씨는 멀리 북한땅이 보이는 임진각에 온 소감에 대해 빨리 통일이 이루어져 직접 부모님 영전 앞에서 차례를 지내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김병수] “저는 옛날 평안북도 지금은 자강도 묘향산 금방에서 살다고 왔거든 고향은 여기서 많이 멀지만 감정은 똑같애요. 요 근방에 있는 것 같애. 여기 오니까. 빨리 통일이 이루어졌으면, 이곳에서 차례상 지내기보다. 부모님 영전 앞에 가서 묘지에 가서 술을 부으면서 같이 차례를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많았고.” 2004년 입국한 김순희씨도 북녘땅의 부모님들을 그리며 차례상에 절을 올렸습니다.

[김순희] “저 북한땅에 누워계시는 어머니하고 아버지를 향해서 드리는 마음으로 절을 드렸어요. 한국 국민들이 차려준 이 상을 잘 받아서 잡수시라고. 앞으로 이제 통일되면 나도 가서 이런 상을 꼭 차려 드리리라고 그런 마음 다짐하면서 제가 인사드렸어요.” 지난해 추석에 이어 두 번째 임진각을 찾았다는 김순희씨는 차례를 드리면서 통일이 되면 직접 꼭 차례상을 차려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순희] “두 번째 오는데 먼저번에 왔을 때는 감정에 그저 슬프기만 했는데, 지금은 슬픔보다 앞으로 통일이 멀지 않았는데 꼭 그날에 내가 우리 아버지 어머니 좋은 상을 차려드리리라 각오를 다졌어요.” 차례를 지낸 탈북자들은 함께 모여 차례음식을 나누며 고향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보내드린 탈북자 통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