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남북으로 헤어져 살아온 80가족 585명의 이산가족이 반세기만의 상봉을 했습니다. 이번 상봉은 올해 8.15 시범상봉과 지난 지난달 24일과 25일의 2차 화상상봉에 이어 세 번째로, 남북간에 이어진 광케이블을 통한 만남이었습니다. 자세한 소식 VOA 서울 통신원 연결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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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이번 3차 화상상봉이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으로서는 올해의 마지막 행사였지요?

서울: 그렇습니다. 지난 815때 처음 실시되었던 화상을 통한 이산가족 만남이 세 번째를 맞이했고 남북에서 각각 40가족씩 585명이 화상상봉으로 가족의 생사를 확인했습니다. 남쪽에서는 적십자사 서울본사를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수원, 춘천, 제주 지사 등에 13개의 상봉실을 , 북측에서는 지난 두차례와 마찬가지로 평양고려호텔에 상봉장을 마련했었습니다.

VOA: 50년 넘는 세월의 가족을 그리워한 마음을 풀기에는 정해진 시간이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서울: 물론입니다. 이산가족들은 상봉 첫날인 8일과 이튿날 9일, 오전과 오후 각 2차례로 나눠 한번에 10가족씩 총 40가족씩 만났습니다. 상봉시간은 헤어진 반백년의 세월의 이야기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2시간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또 정해진 5명의 가족만 상봉장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상봉장에 들어가지 못한 남측 가족들은 대기실에서 TV로 생중계되는 상봉 장면을 보면서 이산의 아픔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남측의 적십자사 부산지사에서도 이틀간 8가족의 상봉이 이루어졌는데요. 적십자사의 진행요원들의 준비도 한결 익숙해졌지만 상봉하는 가족들도 지난 815 시범상봉 때의 서먹한 모습과는 달리 화상상봉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 부자간에 만났는데 저 정도 감정 밖에 안 생길까.. 너무 .. 실제로 누가 살아있고 누가 죽었고 어디 살고 있고...그런 것 ...조사 수준에서 그치는 수준이라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나다 보니까 서로 화상상봉이라도 실제로 만난 것 못지않게 다들 만나고 나서 만족하시고 ,, 저도 같이 옆에서 진행하는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과정이 많았습니다.”

VOA: 아무래도 화상상봉이라는 것이 직접보고 이야기하는 금강산에서의 상봉행사와는 다른점이 많겠지요?

서울: 그렇습니다. 만나서 반갑고, 기뻐서 울고, 헤어진 세월 맘고생이 서러워 부둥켜안고 우는 것이 상봉장에서의 보통의 모습인데.. 화상상봉에서는 TV속 형제와 부부. 부모 자식의 모습을 확인하느라 조금은 서먹한 그러다가 서로를 직접 만져 확인하지 못하는 아쉬움의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손을 내뻗어보지만 네모난 TV화면이 그간의 그리움과 미안함을 전해주지는 못했습니다.

“ 당신이 그..저....정경순이요? ...당신이 내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얼마나 욕 보고.. 욕 받쏘? 나 참 고맙고 당신을 통해 고마워하는데..."

"당신은 나를 버리고 갔는데.. 나는 고대하고 ....”

VOA: 남편은 남쪽에서 또 아내는 북쪽의 카메라 앞에 섰네요. 참.. 50년 넘게 보고 싶었던 소원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예전그대로의 모습이 아니어서 더 마음이 아팠을 듯 합니다.

서울: 네. 부산과 평양 상봉장을 연결한 모습이었습니다. 남측의 남편 조광혁씨는 한국전쟁때 헤어졌던 북측의 아내 전경순를 만났습니다. 한국전쟁때 헤어질 당시 22살과 19살의 부부였는데 이제는 82, 78의 백발노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더구나 남편 조씨는 재혼을 해 살아지만 아내 전경순씨는 홀로 시부모님을 봉양하며 살아왔습니다.

VOA: 채 20살도 안 된...정말 꽃다운 나이에서부터 수절하며 50여 년을 살았다는 것인데.. 말이 쉽지... 그 세월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서울: 그렇습니다. 아내 전씨는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남편이 원망스러워 결혼사진을 다 찢어 버렸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살아 있어 이렇게라도 상봉한 것 아니겠느냐고 기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또 남편이 아내에게 "그 곱던 모습이 어디 갔느냐?"고 하자 아내는 "이젠 할머니가 다 됐는데.."라며 새색시 같은 수줍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VOA: 애타는 부부의 모습을 지켜보는 또 다른 가족도 있었지요? 남쪽의 부인과 아들이 함께 했다구요...

서울: 그렇습니다. 남측의 부인도 이제 일흔이 넘은 할머닙니다. 부인 양영진씨는 상봉장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남편 조씨가 지난 1999년 1차 상봉에서 탈락한 뒤 크게 실망해 중풍에 걸렸다며 남편을 걱정하기도 하고 북측의 전씨에게 선물을 준비했다며 처음 보는 남편의 북측 부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제 조씨의 아내와 아들은 평생의 그리움을 풀어놓은 조씨가 마음을 놓아 돌아가시기라도 할까봐 오히려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 처음에는 화면을 볼 때는 아무런 감정을 못 느끼시더니...막상 상봉이 끝나고 2~3일 후에 우시더라구요. 그 화면으로 보는 것 보다는 손이라도 한번 잡아봤으면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하시면서 우시더라구요.”

VOA: 그렇지요. 아무래도 연로하신 분들이 많으니까요... 그동안 몇 차례 상봉에서도 북받친 마음을 가당하지 못하고 정신을 놓은 경우도 있었지 않았습니까?

서울: 네. 그것이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들의 또 다른 걱정입니다. 평생 한번 만이라고 만나봤으면.. 아니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생사만이라도 알았으면.. 하는 것이 이산가족의 바람이었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또 다시 헤어져야 하고, 이제 살아생전에 다시 못 만난다는 사실이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입니다. 보지는 못하더라도 편지나 전화로라도 안부를 전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가망이 없어 보이는 괜한 소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 그러니까 마음이 아프다 이거지요. 차라리 안 본 못 것 보다 못하다...옛날 그 모습만 상상하고 그리워하고..그 마음이 더 낫지 지금은 오히려 후회스럽다 아닙니까? .... 다 늙은 할머니를 보고 나서 뭐가 좋겠어요.”

VOA: 하지만 아직 그렇게라도 가족을 만났으면 하는 분들이 더 많지 않습니까?

서울: 물론입니다. TV로 나마 내 가족을 만났듯 눈물 흘린 이산가족들이 더 많습니다. 이번 3차 화상상봉에는 국군포로 출신의 가족의 만남이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요. 국군포로 출신인 북측의 79살 김동수 씨가 남측의 동생 동진 씨와 동주 씨 등 남측 가족들을 찾아 55년 만에 상봉해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측 가족들은 형 동수씨의 전사통지서를 받고 그 동안 제사도 지내왔기 때문에 꿈에도 생각지 못한 반가움이었습니다.

또 55녀만에 만나 북측의 딸에게 호된 원성을 들은 남쪽의 아버지도 있었는데요. 북측의 딸 65살 림보화씨는 남측의 아버지 93살 임주락씨와 만나 헤어진 가족들의 생사확인을 마치자 마자 굳은 표정으로 자신과 동생들을 두고 남으로 내려간 아버지에게 원망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림씨의 아들도 "어머니가 혼자 남아서 얼마나 고생했겠느냐"며 "이게 다 어린 자식들과 일흔 된 노모를 두고 남으로 내려간 할아버지 때문"이라고 따지듯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 안타까운 만남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임씨는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으며 "살아있어서 고맙다. 다행이다"고 말하며 아버지의 정을 담았습니다. 남측의 노모와 북측 아들의 만남도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대전에서 공부하던 아들이 북한군 의용군으로 징집돼 생이별을 하게 되었는데 이제 90살의 어머니와 71살의 아들로 만나게 된 것입니다. 당시의 소감을 듣기 위해 어머니 김씨에게 연락을 했는데 건강의 걱정한 사위가 대신 말씀을 전했습니다.

“ 만나고 나셔서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시고 그동안 쌓였던 응어리졌던 마음이 만나시고 나서 그동안의 아픔들이 치유된 것 같은.. 시원한 감을 가지신다고 오히려 좋아하시고 기뻐하십니다.”

VOA: 이산가족들의 노령화.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네요. 이산가족의 70%이상이 70대 노인이지 않습니까?

서울: 그렇습니다. 남한 통일부의 2005년 11월 통계에 따르면 90세이상의 이산가족이 2,335명. 80대가 21,869명 70대가 42,404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번 3차 화상상봉에서도 이러한 염려가 그대로 나타났는데요. 남측 신청자들의 평균연령이 90세에 육박하는 87.9세로 나타나 이산가족의 고령화 실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전체 41명 가운데 95살의 정태헌씨가 남측의 최고령자였고 90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이 넘는 25명이었고 70대는 두명에 불과했습니다. 또 고령의 남측 이산가족 중에는 귀가 어둡거나 노안으로 눈이 침침해져 화면으로 중계되는 북측 가족들의 얼굴을 알아보거나 목소리를 듣는 데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어서 혹여 충격으로 쓰러질까 걱정으로 함께 한 가족들이 많았는데요. 그래도 건강히 살아있는 가족의 모습을 확인하고 답답한 심정이나마 풀 수 있었다는 모습이었습니다.

“ 답답한 면들이 많이 있지만 형제간의 더 두터운 정이라고 할까.... 그런 것에 더 많이들 위로를 받고 있고.. 살아 계신 것 만 해도 건강한 모습을 본 것만 해도 고맙고 감사하다고 하는 그런 마음이죠.”

서울: 떠나온 고향 보고 싶은 가족을 보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하는 이산가족1세대가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봅니다. 지난 1988년부터 대한적십자사에 신청한 전체 이산가족 수는 125,098명인데 그동안 26,945명이 사망해서 현재 98,153명이 헤어진 가족을 만나기 위해 애태우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애타는 마음을 그 후세들이 풀어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동안 3차례의 화상상봉을 지켜본 적십자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 상봉할 할 때도 1세대가 아니고 삼촌하고 조카가 만났을 때도 굉장히 어색하거든요. 1시간을 끝내기가 참 뭐할 정도로 굉장히 어색한데...우리 1세대들이 1년에도 몇 명씩 돌아가신다고 하시는데 너무 안타깝다....1세대가 없어지면 2세대는 이런 마음들이 생겨날까... 그런 생각도 많이 하고... 만감이 교차했었죠...”

서울: 앞서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는 직접적인 만남이던지 화상상봉이던지 또 그 여타의 남북적십자사가 관계는 활성화 시키자하는 의지를 북측에 확고히 전달하였다고 밝혔으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오는 13일부터 개최되는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화상상봉 정례화 와 이산가족 서신교환을 집중 논의하겠다고 약속해, 앞으로의 이산가족 상봉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