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식민지 시절 요양시설에 강제 수용됐던 한국 및 대만 나병 환자, 일명 한센인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같은 법원이 대만인들에게는 승소를, 한국인들에겐 패소라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려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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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지방법원의 쑤루오카 도시히코 판사는 25일 소록도갱생원에 강제 수용됐던 한국 나병환자 1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거부한 행정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측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법원의 가노 히로유키 판사는 현지 수용시설인 낙생원에 수용됐던 대만 나병환자들이 제기한 같은 청구는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한국 나병 환자들의 소송을 기각시킨 쑤루오카 판사는 판결에서 ‘요양시설 수용자가 받은 편견과 차별의 원인의 일단이 전쟁전 일본의 격리수용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원고측 주장의 일부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법 심의과정 등에서 외국에 있는 요양소 수용자도 보상대상이라는 인식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가노 판사는 2001년 제정된 한센병보상법은 요양시설 수용자를 폭넓게 구제하기 위해 특별히 입법한 것으로 대상시설을 제한하려는 취지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법원은 대만 나병환자의 청구에 대해 ‘당시 일본의 통치권이 미친 지역의 시설에서 다른 요건은 충족되는데 대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용자를 보상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원고측 박영립 변호사는 ‘아쉽지만 엇갈리는 판결이 나온 만큼 법원의 양식을 믿고 항소해서 반드시 소송에서 이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정부는 2001년 구마모토 지방법원이 1996년 폐지된 나병예방법에 따른 강제격리규정은 위헌이라는 획기적 판결을 내리자 그해 제정된 한센병보상법에 의거해 수용기간에 따라 1인당 800만에서 1,400만 엔, 미화로 환산할 경우 6만9,000달러에서 12만 1,000달러를 보상해 주었습니다.

한국인 소록도 나병 환자들은 판결 후 일본 후생노동성에 보상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한국과 일본 변호사들이 연대해 불지급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