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탈북 방지를 위해 군중 강연을 실시하고 있음이 북한 내부 자료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반간첩투쟁을 위한 군중교양자료 126호 “혁명적 경각성을 높여 도주자들을 막기 위한 투쟁을 강화하자”(이하 자료)>는 제하의 이 자료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출판사에서 2002년 10월에 발행한 것으로 자유북한방송이 북-중 국경지역 인민군 군관으로부터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이 자료는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 국가안전보위부 문건입니다.

탈북자 정일영 씨에 따르면 보위부에서 군중교양자료를 발행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정 씨는 “탈북자 문제를 보위부에서 군중교양자료로 취급한 것은 북한 당국이 탈북자 문제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탈북자 방지를 위한 수단으로 이런 교양자료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극히 드뭅니다. 이거는 지금 탈북자들이 대량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교양자료는 기본 군중들한테까지 전달되는 게 아니고 당 간부들, 그리고 특히 보위부 내의 일반 지도원들까지 교양을 시킴으로써 그 사람들이 주민 감시를 더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일영 씨의 지적대로 이 자료는 탈북 방지를 위해 주민들에게 탈북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자료에서는 ‘도주자들이 자기 하나 잘 살아 보겠다는 개꿈을 안고 자식과 처를 버리고 배신의 길을 택했지만, 냉담한 이국사회는 <향락>은 커녕 생계를 유지할 가능성조차 주지 않고 있으며 절망과 불안, 수치와 치욕만을 강요하다가 나중에는 범죄자로 체포되어 조국의 준엄한 심판장으로 끌려오게 된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적들의 편으로 넘어 간 도주자들의 운명은 더욱 비참하다’며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자들의 처지를 소개한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자료는 “우선 남조선괴뢰들로부터 장기간 악착한 취조를 받으며 죽음과 고통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처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취조와 검토과정에서 요행 목숨을 부지한 도주자들은 온갖 천대와 멸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탈북 방지를 위한 교양사업을 벌인 것은 90년대 중반 탈북자가 발생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탈북자가 줄어들지 않자 2002년부터 ‘비법월경을 철저히 없앨 데 대한’ 교양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지난해까지 함경북도에 거주했던 정은경 씨에 따르면 “그 전에도 이런 교양이 있었지만 2002년부터 ‘비법월경을 철저히 없앨 데 대한 교양’을 본격적으로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강연 내용 중에는 ‘중국에 들어가면 발목과 손목을 잘라서 돼지굴 같은 곳에 가둬놓고 밥만 먹여 살찌우고 피를 뽑아서 판다.’ 즉 ‘인간 돼지(북한에서는 인돼지)’가 된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정씨는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교양 효과를 높이기 위해 탈북자가 있는 가족들을 동원해 군중교양 현장에서 증언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정일영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주위에서(마을이나 직장) 탈북한 사람들이 있으면 그 사람들의 실례를 들어가면서 특히 그 탈북자 가족을 증인으로 세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강압에 못 이겨서 ‘우리 친척도 중국에 나가서 거지가 되어서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고 증언을 한다고 합니다.”

정은경 씨에 따르면 2003년 보위부에서 주최한 군중강연회에서는 탈북했다가 강제북송된 후 총살당하거나 교화소에 수감된 탈북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나라를 배반한 이 배신자들은 이렇게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선전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자료는 탈북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전 외에도 ‘도주자들을 막기 위한 과업’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자료는 ‘도주를 시도하는 자들의 정체를 제 때에 밝혀내기 위한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나들이 간다고 하면서도 자식에게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인사하라고 시키면 의심해야 한다 △사리에 맞지 않게 거처지를 옮기려 하거나 집세간을 팔아버리는 현상 △국경과 해안지역에 타당한 이유없이 접근할 기회를 노리거나 턱없이 많은 돈을 주고 운수수단을 이용하려는 현상 등 탈북자들이 일으킬 수 있는 신상변화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나 이웃들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점이 포착되면 지체없이 안전보위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필요하면 인원들을 파견하여 잃어진 행적(탈북자)을 끝까지 데려! 오도록 하여야 한다’고 밝혀, 북한 당국이 탈북자 송환을 위해 중국 내에도 체포조를 파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내에서 많은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만 잡히는 게 아니고 북한 납치조에 의해서도 잡히고 또 나아가서는 저번에 강건씨 실례같이 한국 사람도 납치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문건은 2002년도에 발행됐지만 정일영 씨는 “북한에서는 필요에 따라 오래된 문건도 계속 활용한다”면서 “탈북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지금 이 문건에 나온 자료는 주민들에 대한 정치선전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02년 도 이후에 탈북자가 없었으면 그게 존재 필요성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지금도 그때 당시 강연자료가 아직도 대대적인 주민들에 대한 정치선동으로 최근 까지도 그게 활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탈북 방지를 위한 군중교양은 탈북자가 많이 발생한 북.중 국경지역 일대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륙지역에서 이런 강연을 벌일 경우 탈북자가 많다는 사실이 역으로 알려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내륙지역은 피할 것”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설명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보내드린 탈북자 통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