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국은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의회에서 부결된 이래 현재 비교적 조용한 상태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로요 대통령의 통치력이 이번 사태로 크게 손상된 데다 경제 문제가 새로운 불만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수면 아래서는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고 분석가들은 말합니다. 

필리핀은 1980년대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그리고 2001년에는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축출한 이른바 `피플 파워'로 잘 알려진 나라입니다.

아로요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의회의 움직임이 이번 주에 실패로 끝나면서 야당 지도자들은 대규모 거리시위로 `피플 파워'를 재점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스캔들로 얼룩진 아로요 정부에 대한 여론의 광범위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국민들은 거리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야당이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데 일부 이유가 있다고 정치분석가들은 말합니다.

정치경제응용조사재단의 안토니와 가트마이탄씨는 여론의 불만이란 마치 아무도 타지 않은 말과 같다고 말합니다.

가트마이탄씨는 대중의 정서는 아로요에 반대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야당이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베니토 림씨의 평가도 비슷합니다.  림  교수는 야당의 취약점은 얼굴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야당은 단결하지 못하고 공통의 지도자가 없으며, 공동의  계획도 없다는 것입니다.

지도자의 문제와는 별개로 필리핀 국민들은 갈수록 냉소적이 돼 가고 있습니다. 이전의 `피플 파워' 움직임이 나쁜 지도자들을 축출하긴 했지만 새로 집권한 지도자들 역시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더 나은 정부가 집권해 가난과 부정 등 여러 문제들에 대처할 것이라는 약속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두 대통령이 축출된 뒤에도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경제는 성장하지 않고 있으며 임금은 몇 년 간 정체된 상태에 있습니다."

일부 야당 인사들은 또 필리핀의 민주주의가 국민을 위해 한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야당 국회의원인 아가피토 아퀴노씨는 역사는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내 생각에 사람들은 `피플 파워'를 사용하는 것에 지쳐있습니다. 사람들이 처음 이를 과시한 것은 마르코스 축출 때였습니다. 이후 좀더 신뢰할만한 정부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민주주의라는 열매는 주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후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들어서자 사람들은 다시 정부가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또한번 좌절을 맛봐야  했습니다."

아퀴노씨는 20년 전 암살되면서 마르코스 대통령의 실각을 불러온 베니뇨 아퀴노씨의 동생으로, 상황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암살된 아퀴노씨의 부인인 코라손 아퀴노씨는 이후 대통령이 됐지만 필리핀의 빈곤을 완화하는데 필요한 여러  제도 및 경제 개혁을 실천에 옮길 정치적 지원을 얻지 못했습니다.

한편 야당은 집회와 시위 등을 통해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취약한 경제는 국민들 사이에서 불만을 높이고 있습니다. 많은 분석가들은 아로요 대통령의 통치력은 약화됐으며, 남은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학의 림 교수는 필리핀은 현재 정치적 교착상태에 있다고 말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다려 보자는 태도를 취할 것이고, 그런 와중에 경제는 계속될 정치적 소요로 인해 회복되지 못할 것입니다. 야당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아로요 대통령은 승리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야당이 승리한 것도 아닙니다. 양쪽이 모두 교착상태에 있습니다."

아로요 정부는 그들 나름대로 야당을 나쁜 패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그나치오 번예 대변인은 야당은 탄핵절차의 결과를 존중하고 정부가 업무를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로요 대통령은 탄핵절차는 필리핀의 정치적 성숙도를 잘 보여준 사례이며 야당도 잘 싸웠다면서, 야당과의 화해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아퀴노 의원은 화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간은 아로요 정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필리핀 국민은 현재 아로요 대통령에게 싫증이 난 상태입니다. 그들은 화가 나 있지만 과거 마르코스에 대해 그랬던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 만큼 이런 분노가 커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입니다. 사람들은 화가 나 있지만 분노해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아로요 대통령은 탄핵 움직임을 저지함으로써 시간을 얻었다고 분석가들은 말합니다. 그렇지만 불만이 다시 커져 분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필리핀 정국의 위기는 올해 초 아로요 대통령이 2004년 대통령 선거 개표 중 한 선거관리위원과 대화한 내용이 드러나면서 시작됐습니다. 아로요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어떤 불법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