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간의 협상 끝에 지난 7일 아무런 합의없이 휴회에 들어간 북한 핵 6자회담에 대해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분명한 진전이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처음으로 실질적인 양자협상을 벌인데다 회담 분위기가 매우 진지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의 온건중도 성향 싱크탱크인 부루킹스연구소에서는 11일 이번 회담을 평가하고,  이달 말에 재개될 협상에 대해 전망하는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윤국한 기자가 세미나를 취재했습니다.

부루킹스연구소의 세미나에는 잘 알려진 북한 전문가 3명이 토론자로 나서 자신들의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견해를 밝혀 관심을 끌었습니다. 부시 행정부 1기에서 국무부 대북 교섭 담당 대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씨는 이번 6자회담을 평가, 전망했고 최근 북한을 다녀온 제임스 월시 하바드대 교수는 민간 차원에서의 북-미 간 교류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에 주재해 있는 유일한 미국인인 세계식량계획 (WFP)의 리처드 레이건 평양사무소장은 북한의 식량사정과 사회변화상에 주로 초점을 맞췄습니다.

프리처드 전 대사는 북한이 13개월에 걸쳐 회담참석을 거부한 끝에 6자회담에 복귀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의 압력이 핵심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프리처드씨는 남한 정부가 밝힌 2백만 킬로와트 전력 제공과 50만톤의 식량지원도 주목을 받긴 했지만 북한의 결정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프리처드 전 대사는 중국의 지속적인 압력과 북한이 대중국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북한이 회담에 복귀한 근본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 유지는 북한의 국가복리에 핵심이라는 설명입니다.

프리처드 전 대사는 특히 부시 행정부의 달라진 협상태도야 말로 13일에 걸친 협상을 가능하게 한 핵심요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프리처드씨는 부시 대통령과 콘도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 핵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해결을 모색하기로 결정한 점과, 뛰어난 직업외교관인 크리스토퍼 힐씨를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발탁해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도록 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힐 대표는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과거 어려운 협상에 나섰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간파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협상가로서의 자질이 몸에 밴 외교관이라고 프리처드 전 대사는 말했습니다.

프리처드 전 대사는 자신은 이달 말 재개되는 협상에서 북한의 민간용 핵 에너지 이용 주장이 회담을 좌초시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이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월시 하바드대 교수는 미국과 북한의 협상에서 걸림돌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민간 핵 계획 보유 주장 외에 우라늄 농축, 핵 폐기 검증, 그리고 행정부와 의회간의 관계등 미국의 국내정치라고 밝혔습니다. 월시 교수는 또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핵 외에 인권 등 다양한 의제를 주장하는 것 등이 걸림돌이라고 말했습니다.

월시 교수는 하지만 자신은 미-북 관계에 대해 전반적으로 낙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특히 6자회담의 북한쪽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교부 부상이 오는 10월이나 11월 미국을 방문해 의회 의원들 및 보좌관들과 북 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며, 자신도 내년 봄 다시 북한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김 부상과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월시 교수는 북한방문 중 김일성대학의 영어교수로부터 영어가 대학생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과목의 하나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북한과 미국사이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의 레이건 평양사무소장은 5년 전만 해도 북한에서 개인적인 경제활동을 하면 경제범으로 재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북한 내 어느 곳에 가도 시장이 있는 등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레이건 소장은 또 최근 북한인들은 유엔 직원들을 마주치면 손을 흔들어 친밀감을 표시하고, 차로 거리를 달리다 만나는 군용차량에 손을 흔들면 차량의 4분의3은 손을 흔들어주는 등 과거와는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전역에 식당이 들어서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국경지대에서는 수많은 트럭들이 냉장고와 텔레비전 등을 싣고 북한으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말 재개되는 6자회담은 앞서 열린 13일 간의 회담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 주장을 놓고 또다시 난항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11일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견을 해소하고 합의에 이르기 위한 미국과 북한 간의 진지한 노력이 계속되리란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