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 북한 인권대회가 19일 워싱턴 시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지난해 미 의회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이래 처음 열린 이날 대회에는 워싱턴의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 주최로 한국과 미국에서 30여개 단체와 탈북자, 북한 인권운동 관계자 등 5백여명이 참석했습니다.  

회의장에 나가 온종일 현장을 취재했던 미국의 소리 기자가 다음과 같이 이날  북한 인권대회를 총정리하는 보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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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인권 문제를 북한 핵 문제와 마찬가지로 긴급한 과제로 설정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연사들은 또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 개발을 초래하고 인권유린은 방치하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오전 9시 15분 짐 리치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 위원장의 개막사로 시작된 이날 대회는 밤 9시 북한 인권운동 단체들의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리기까지 무려 12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동안 메이플라워 호텔 내 회의장으로 가는 로비와 회의장 내부에는 곳곳에 굶주린 북한주민들의 참상과 탈북자들의 고초, 그리고 북한 내 강제수용소에서의 인권유린 실태를 보여주는 사진과 그림들이 전시돼 대회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회의장인 그랜드 볼룸은 3백여 개 좌석이 꽉 찬 가운데 열기가 가득했고, 행사를 취재하는 국내외 언론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회의 참가자들은 탈북인사들과 북한 인권운동가들이 전하는 북한주민들의 인권 상황에 거듭 놀라움을 나타내면서 모두가 진지한 분위기 속에 경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짐 리치 위원장은 개막사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 정권의 본질을 분명히 얘기하고 그 지도자에게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한편 주민들에게는 동정심을 보여야 한다”면서 북한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구 소련 강제수용소에서 8년 간 복역했던 이스라엘 정부의 전 내각장관 나탄 샤란스키씨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갖기 위해 그들의 경제를 돕고 인권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자고들 하는데, 수십만명이 수감된 뒤에 인권 문제를 얘기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순서가 정반대가 돼야 하며 자유세계는 보다 분명한 도덕성을 갖고 인권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미국 행정부 집권 2기 대외정책의 기조가 된 ‘폭정종식과 자유확산’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민주주의론>의 저자인 샤란스키씨는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유화정책만을 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 핵 문제를 다루기 위한 6자회담에서도 인권 문제가 중심의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인권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미 의회에서 중국 내 탈북자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공화당 소속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강철환씨와 샤란스키씨의 강제수용소 체험담 발표였습니다. 북한의 요덕 강제수용소에서 9년 간 복역한 뒤 북한을 탈출해 지금은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강씨와, 옛 소련 강제수용소에 8년 간 수감돼 있던 샤란스키씨는 고문과 살인이 자행되는 수용소의 끔찍한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 생생하게 전달해 많은 참석자들에게 북한 인권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습니다.

특히 강씨는 국제사회가 현재 북한과 핵 문제를 놓고 대치하게 된 것은 지난 8년 간에 걸친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의 결과라면서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은 실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씨는 앞서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는 “북한 핵 문제보다 인권 문제가 훨씬 더 시급하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지원을 중단하고 북한에 더욱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열린 중국 내 탈북여성들과 관련한 발표에서는 존 밀러 미 국무부 인신매매 감시와 대응 담당 대사가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 여성들과 현지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인신매매 대상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계속된 마지막 공식행사에서 폴라 도브리안스키 미 국무부 차관은 연설을 통해 “평화와 자유는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 요소였고 지금도 그러하 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면서 “부시 행정부는 대북 인권 특사를 곧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워싱턴의 소식통들은 백악관 부보좌관을 지낸 제이 레프코비츠씨가 인권 특사에 내정됐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날 인권대회는 다음 주로 예정된 북한 핵 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한때 주최측이 참석 가능성을 거론했던 콘도리사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행정부쪽 고위 관계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행정부 인사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도브리안스키 차관은 최근 한 모임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칭한 것이 북한 쪽의 예민한 반응을 불러왔던 것을 의식한 듯 이날 연설에서는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은 피했습니다.

그러나 행사를 주최한 프리덤하우스는 `김정일이 저지른 인도주의 범죄’란 제목의 전시회를 통해 굶주림과 강제수용소, 탈북 난민들의 실상을 사진과 그림으로 다양하게 전했습니다. 회의장 내 2층 발코니에는 굶주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대형 사진 10여매가 발코니 양쪽면을 채웠고, 이 사진들 사이에는 자유의 땅으로 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중국 내 외국공관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탈북자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걸렸습니다.

아울러 회의장 1층에는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강제수용소 위치도와 그 곳에서 자행되는 각종 고문을 묘사한 그림이 전시됐습니다.

또 피납탈북인권연대와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등 한국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20여개 북한 인권운동 단체들은 각자 나름의 코너를 개설해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주장과 활동내용을 알리기에 분주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 인권상황과 관련해 처음 열린 국제수준의 대규모 행사였던 이번 인권대회를 메이플라워 호텔 현장에서 생중계로 보도했습니다. 프리덤 하우스는 앞으로 서울과 유럽에서 각각 또다른 대규모 북한 인권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이 단체의 구재회 북한 담당 국장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