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보기관들은 9-11 테러  공격 음모를 감지하지 못한 것과 이라크의 대량살상 무기 보유 여부에 관한 잘못된 주장 때문에 혹독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미국 정보기관들의 빈약한 정보분석이 비판의 핵심이었습니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첨단기술 시대에 인적 첩보활동에서 실패하게 된 원인들을 정보전문가들의 분석으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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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보기관과 이라크 무기보유 문제에 관한 조사위원회는 지난 3월에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를 실제로 보유했는지 여부를 확인함에 있어서 정보분석관들이 정확한 새로운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던 점을 단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이 조사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었던 로렌스 실버먼 판사는 미국 정보기관 분석관들에게 제공된 수집정보가 대단히 부족했고 수집된 정보의 증거가 매우 빈약했다는 것입니다.

정보는 인공위성이나 항공기에 의한 사진촬영과 전화도청, 컴퓨터 인터넷 이메일 가로채기 등 광범위한 수단을 통해 수집됩니다. 첩보활동 전문가들은 고도의 비밀 속에 운영되는 고전적인 인적 정보수집 첩보활동을 영문 약칭으로 HUMINT, 휴민트라고 부릅니다. 이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같은 사람들의 실제 심중 의도를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은 휴민트뿐이라고 말합니다. 

인적 첩보수집 활동, 휴민트 분야는 미국의 정보기관에서 냉전종식 후에 여러 가지 이유로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베트남 전쟁 종식에 따른 반작용이 인적 스파이활동 축소의 부분적인 이유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 정보국에서 한때 모든 휴민트 운영을 총괄했던 패트릭 랭 퇴역 육군대령은 베트남 전 종식 후에  인적 첩보활동이 계속 축소된 부분적인 이유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응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에 관한 반응에서 비롯된 여러가지 부정적인 파급효과때문에 상당수의 법규와 지침들이 새로이 정해졌고 결국, 비밀 정부수집, 휴민트를 위한 공작이 지극히 어렵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휴민트의 급격한 축소를 초래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로 첩보계 관리들이 사람이 아닌 기계와 장비에 의한 정보수집을 선호한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기계와 장비 등 기술적인 수단에 의한 정보수집은 고비용을 요하기는 하지만 인적 첩보공작에 비해 정치적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현지 첩보활동 공작원이었던 멜리사 마할씨는 기계장비를 이용한 정보수집은 비용이 좀더 많이 들더라도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고 지적합니다. 

사람을 통한 스파이 조직 운영이 잘못되면 해당국 주재 대사가 불려가 모욕을 당하는 등 외교적 마찰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기술장비에 의한 첩보활동에서는 대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술적인 첩보수집은 보다 용이합니다. 그래서 1990년대에 예산감축의 압박속에서도 정보기관들은 기술에 의한 첩보수집 활동에 더 많은 돈을 들이게 되었다고 마할씨는 지적합니다.  

   14년동안 비밀 첩보공작원으로 뛰었던 멜리사 마할씨같은 CIA요원들의 임무는 실제로 첩보활동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현지인들이 간첩 활동을 하도록 설득, 유도하는 것입니다.

미국 CIA의 주된 정보공작 활동은 소련 공산권을 탐지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구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후에는 인적 첩보활동, 휴민트에 대한 정보계의 의존도가 줄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해외 공작활동을 축소했고 현지 공작요원들을 감원했는가 하면,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첩자모집도 중지했다고 마할씨는 밝힙니다.

 이처럼 정보수집이 크게 줄어든 것에 놀란 미국 의회는 15개 정보기관을 총괄하 는 새로운 국가정보국, NID를 신설하기에 이르렀고, 죠지 부쉬 대통령은 존 네그로폰테 대사를 NID 국장에 임명했습니다.

  정보활동 전문가들은 NID 신설로 인적 정보활동의 문제들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보기관들의 피라미드 조직에 최고 책임자가 생긴 것에 불과하다면서, 마할씨는 다시 말해서 사령탑 문제는 해결됐지만 이제부턴 피라미드 조직의 최하부, 즉 실무요원 수준에서 문제들이 시정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구조적으로나  관념적으로 상당한 괴리를 들어내고 있어, 상호 활동의 조정이 어려운 여러 정보기관들을 앞으로 어떻게 통합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과제라고 마할씨는 전망합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사건들을 다룰 정예 비밀 공작활동 전담반을 국가정보국장 직속으로 두는 방안이 제시기도 합니다. 미 국방부의 국방정보국 휴민트 총괄 책임자였던 패트릭 랭 퇴역대령은 한가지 문제점으로, 국방정보국, DIA와 중앙정보국, CIA 등 정보기관들과  해외에서 휴민트 활동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사고방식에 있어서 그리고 구조적으로 기존 습관에 사로잡혀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그런 책임자들을 생산적인 사고와 구조로 이끌수 있는 최선의 길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일런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조직은 그대로 두되 DIA 국장 직속으로 새로운 부서를 만들어서 가장 어려운 목표만을 다루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랭씨는 제언합니다. 가장 어려운 목표들에는 위험천만하면서도 상상력을 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패트릭 랭 대령은 인적 정보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관료조직의 규모가 아니라 험난한 첩보활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두뇌와 상상력 그리고 열정이라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