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주권을 이라크 국민에게 이양하기 위한 미국의 약속시한이 불과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유엔의 이라크 담당 라흐다르 브라히미 특사는 미국의 이라크 주권이양에 관한 세부사항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엔이 이라크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토록 하는 제안을 발표했습니다.

라흐다르 브라히미 유엔 특사는 이라크에서 총선거가 실시되고 정치적 장래에 관한 국민회의가 열릴때까지 과도정부를 구성토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라크 과도정부 구성안과 특히 국민회의 개최안이 이라크인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말합니다.

브라히미 특사의 이라크 과도정부 구성제안 내용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엔이 적용했던 방안들과 아주 흡사합니다. 이는 의외의 일이 아닙니다. 이라크 담당 특사로 임명되기전까지 아프가니스탄 담당 특사로 활동했었기 때문입니다.

브라히미 특사는 아프가니스탄 담당 특사로서 오는 9월로 예정된 아프가니스탄의 총선거 실시를 위한 준비를 하는데 있어서 과도 정부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었습니다.

따라서 이라크 과도정부 구성안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은 경험에 입각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관한 민간연구단체인 외교협의회 예방조치 연구소의 데이빗 필립스 소장의 말입니다.

“ 라흐다르 브라히미 특사는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인사들을 독일의 본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재건회의에 참석케 하고 아프가니스탄 각계의 대표들이 참석하는 부족대표회의인 이른바 로야 지르가를 개최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브라히미 특사는 아프가니스탄의 경우와 동일한 방식을 이라크에서도 적용하려고 합니다. 이라크의 다양한 집단 대표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 이라크의 장래를 논의케 하고 총선거 실시를 준비해 나갈 과도정부를 구성토록 하는 것이 바로 브라히미 특사의 구상입니다. ”

그러나 브라히미 특사의 구상도 아직은 상세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미국의 이라크 군정당국에서 정치자문역으로 활동했던 마이클 루빈씨는 아프가니스탄식 방식의 재탕인 브라히미 특사의 구상이 이라크에서는 적용될 수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 대신 이라크의 현 과도 통치위원회가 2005년 1월에 총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존속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브라히미 특사의 구상은 그 대부분이 아프가니스탄의 경험에서 도출된 것입니다. 그러나 로야 지르가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의 구상이지 이라크인들의 구상은 아닙니다. 이라크인들은 브라히미 특사의 구상을 이미 대부분 거부하고 있습니다. ”

한편, 브라히미 특사는 미국의 선택에 의해 구성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가 2005년 1월의 총선거 실시까지 국가를 운영케 하는 것을 분명히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 미시건 대학의 중동 및 남아시아 역사 전문가인 후안 콜 교수의 말입니다.

“ 브라히미 특사가 아마도 우려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 한 가지는 과도통치위원회의 위원들이 총선거에서 특정한 이점을 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이라크의 과도통치위원회가 지금 구성돼 있는대로 존속한다면 그 위원들이 앞으로 실시되는 선거를 통해 자신들이 권력을 다시 장악하기 위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오래 전부터 이라크에서 어떤 역할도 유엔에게 양보하기를 꺼려해온 미국의 죠지 부쉬 대통령 행정부가 지금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러한 입장을 바꿀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협의회의 데이빗 필립 소장은 말합니다.

“ 미국은 유엔이 이라크인들의 대화를 성사시키는 일에 관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대체로 미국 정부가 이라크인들의 대화를 성사시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엔은 이라크의 전반적인 국가재건에 대한 약속도 하지 않고 있고 관여할 능력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엔은 유엔이 능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엔이 그런 분야에서 적어도 당분간은 이라크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미국 정부로선 환영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마이클 루빈씨는 미국이 계속해서 이라크 문제에 관여하고 유엔은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미국이 계속해서 이라크 문제를 주도해 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유엔은 서유럽과 워싱턴 같은 곳에서 칵테일 파티를 여는데 적합한 반면 이라크에서는 아무일에도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라크 문제에 관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이처럼 엇갈리고 있으나 이라크 사태가 혼돈상황으로 빠져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라크의 주권을 이양하기로 돼 있는 시한인 6월 30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바뀌어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