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엔젤레스 미술관에서는 요즘 한국에서 건너 온 아주 희귀한 종교적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 작품들은 화가 수업을 받은 불교 승려들이 초벌판으로 제작한 인물화로서 일반인들은 자주 접할 수 없는 그림들입니다.

이 전시회에 관한 자세한 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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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엔젤레스 미술관에는 상당수가 실물 크기인 석가 여래나 보살상을 담고 있는 초벌판 묵화 스케치가 거의 50여 점이나 전시돼 있습니다. 이 그림들은 모두 그림을 완성하기 전에 밑그림으로 제작한 것으로서 좀처럼 외부에 전시된 적이 없었던 작품들입니다.

먹으로 스케치된 밑그림 즉, 그림 본이 완성되면 화가는 이를 비단이나 대마, 무명 같은 천으로 덮은 다음 가려진 천을 통해서 드러나는 밑그림의 선을 따라 칠을 함으로써 그림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독특한 것은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이 누구에 의해 그려진 것인가를 알 수 있다는 점이라고 LA 미술관에서 작품 전시를 관장하고 있는 키쓰 윌슨 (Keith Wilson)씨는 말했습니다.

기원 후 14 세기에 접어 들면서 그 당시 한반도 지배를 시작한 조선 왕조는 각 사찰로의 재정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따라서, 빈곤해진 승려들은 왕실의 보조 없이 절에 갖춰야 할 그림, 벽화 등을 스스로 마련해야 했습니다.

승려들이 스스로 제작해서 완성한 그림들은 사찰안에 걸렸지만, 지금 전시되고 있는 초벌 스케치는 거의 절 안에서는 띄지 않았다고 윌슨씨는 말하고 있습니다.

전시된 그림들은 일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던 아주 오래전에 그려진 견본용 묵화 인물 스케치로, 승려 화가들이 새 그림을 그리게 될 때 주로 참조했던 것들입니다.

오늘날 현존하는 이런 종류의 그림들 대부분은 승려 화가들이 역시 승려였던 그들의 스승으로부터 물려 받은 소장품들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이런 그림들을 볼수 없다고 윌슨씨는 말하고 있습니다.

윌슨씨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승려가 소장하고 있던 인물화 스케치들을 보고 이번 전시를 위해 그림들을 빌려줄 것을 그 승려에게 부탁했습니다.

초벌 인물화를 봤을 때 그림에 표현된 인물들이 너무도 아름답고, 그림에 나타난 붓놀림 또한 강한 것에 상당히 압도 당했다고 윌슨씨는 당시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승려들의 그림 솜씨는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승려들은 직업 화가는 아니었을 지 모르지만 분명히 뛰어난 솜씨의 화가들이었습니다.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의 대부분은 서울 근교에 있는 장안사의 주지인 병진 승려의 소장품들입니다. 본인도 화가로서 불교 인물화 몇 점을 그린 적이 있고 이번 로스 엔젤레스 전시회 개막식에는 직접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불가로 출가한 병진 주지승은 상급자 승려 밑에서 수행생활을 했으며 스승이 그림을 그릴 때 보조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기술을 향상시켰습니다. 승려들 간의 화법 전수가 한국 불교에서는 중요한 전통이라고 병진 주지승은 말하고 있습니다.

부처나 보살들의 조각이나 인물도는 사찰 내 분위기를 경건하게 만들어 신도들에게 신앙심을 갖게 만든다고 병진 주지승은 설명했습니다. 지금 전시되고 있는 인물 묵화들은 지난 300년에 걸쳐 그려진 것들로 한국 불교의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고 윌슨씨는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불교의 독특한 점은 한국 민속에서나 볼 수 있는 토속 신앙이 종교와 어울러져 있는 것입니다. 그림에 나타나는 산신령, 혹은 신선들은 다른 나라의 불교 사찰 문화속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인물들이라고 윌슨씨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시된 그림에는 아시아 전역에서 숭배받고 있는 종교적 인물도 등장합니다. 한 예로 불교의 근원지인 인도에서 아바라키-테시바라 (Avalokiteshvara) 라고 부르는 보살상을 볼 수 있는데 이 인물은 중국에서는 '콴인,' 일본에서는 '간논,' 그리고 한국에서는 '관음'이라고 불리는 자비를 상징하는, 신격화된 여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과 더불어 로스 엔젤레스 미술관이 원래 소장하고 있던 관음 초상화 몇 점도 관객에게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중 한점은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 아시아 국가들의 초기 불교 시대에나 볼 수 있는 남자 관음상입니다. 동북 아시아 지방에서는 관음상이 주로 여성으로 형상화 됐었습니다. 한국에서의 관음상은 남자, 여자,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윌슨씨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관음상들에 따라 여성적으로 혹은 남성적으로 보이는 것이 있고 또, 어떤 것은 사람과 흡사하게 묘사된 반면 팔이 여러개 달렸거나 머리가 여러개 있거나 하는 식의 초자연적인 관음상도 눈에 띈다고 윌슨씨는 한국의 관음상들에 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관음상이 한국에 나타나는 것은 한국인들이 종교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겼던 관심 대상이 그만큼 다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윌슨씨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많은 대상들이 관음 보살을 중심으로 나타난 것은 한국에서도 아바라키-테시바라 (Avalokiteshvara), 즉, "관음상"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한국 불교도 다른 불교 세계와 연계돼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윌슨씨는 덧붙였습니다.

이 관음상은 아시아 불교국 전반에 걸쳐 아직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윌슨씨에 따르면, 사람들은 종교적인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신격화된 인물을 일차적으로 찾게 돼있습니다. 따라서 죽은 영혼을 구해준다는 여러 신들은 각 종교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 신들이야말로 사람들이 희망을 찾고 보호와 궁극적인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주된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신앙의 표현: 한국 불교 성인 묵화전 (Drawing on Faith: Ink Paintings for Korean Buddhist Icons)"라는 부제의 이번 전시회는 로스 엔젤레스 미술관에서 2004년 1월까지 열리게 됩니다.

"영혼의 구원: 불교 관음상 모음전 (Salvation: Images of the Buddhist Deity of Compassion)"의 부제가 붙은 미술관 측의 찬조 전시회는 2004년 7월 초까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