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오랫동안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 아시아 지역에서 지정학적으로 중대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최근에 와서는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현재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 연구소 객원 연구위원으로 있는 정재호 서울 대학교 교수는 말했습니다.

정재호 교수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데서 그같은 일이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한국과의 밀접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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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교수는 최근 들어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크게 손상된 반면에 지난 20년동안 한국과 중국 관계는 크게 발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지난 20년동안 한국과 중국의 교역량이 2천 150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중국은 현재 한국의 두 번째 수출시장으로 한국 수출 물량의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제1의 해외 투자 지역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은 미국과는 달리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고, 정재호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반면, 올해는 한국 전쟁 종전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이 동맹 관계를 맺은지 50주년이 되는 해지만, 한미 관계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주한 미군의 지위를 규정한 한미 행정 협정 (SOFA) 개정 문제 등을 둘러싸고 크게 손상됐고, 특히 지난 해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반미감정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부각되는 커다란 계기가 마련됐다고, 정재호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정재호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손상된 한미관계는 중국이 끼여들 수 있는 틈새를 제공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 전쟁 중과 그 이후 한국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믿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같은 변화를 받아 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재호 교수는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 개정 문제와 주한 미군 기지 문제 등 한미간의 마찰 요인들이 그동안은 한반도 평화 유지 비용으로 간주돼 왔지만, 최근 들어 이에 대한 한국 국민의 생각이 점차 바뀌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세계 문제에 관해 잘 알지 못하고, 또한 한반도 문제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예를 들어 미국인들 가운데 한국이 미국의 7번째 교역 대상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몇 년전 갤럽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당시 한국 대통령 이름을 알고 있는 미국인들은 10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면서, 반면 중국에서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는 60퍼센트 이상이 한국 대통령의 이름을 알고 있는 등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상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추세로 발전해 나가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앞으로 한국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정재호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