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박세경 통신원) 평양에서 지난달 26일 만수대 의사당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0기 6차 회의는 반세기만에 공채발행을 결의하는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최근 3년간 성장세를 이어오던 북한경제가 또다시 난관에 부닥친 게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남한 국회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통상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열립니다. 상반기에 열리는 회의는 지난해 예산을 결산하고 당해 연도 예산을 심의, 확정하는 예산회의로 개최됩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 10기 6차 회의에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 북한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낳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 체제의 구심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의 불참은 '김정일 체제' 등장을 공식화한 1998년 9월 10기 1차 회의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2000년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느리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온 북한 경제가 2차 핵위기라는 암초에 부닥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면 홍성남 내각총리가 지난해 사업을 평가하고 새해 전망을 총괄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이런 순서가 빠졌음은 물론 문일봉 재정상이 보고한 올해 예산 수입과 지출 내역 또한 그 형식이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구체적 액수는 밝히지 않은 채, 지난해 대비 구성비만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의 이러한 형태는 '우선 지난해 7월1일 경제관리 개선 조처로 임금과 가격이 크게 오르고 환율이 현실화해 단순 금액비교가 어려운 사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북한 경제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교수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의 입장에서 임금 인상률이라든가 물가 인상률이라든가 이런 거를 계산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구요, 또 중요한 것은 재정적자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아마 재정정책과 관련해서 북한이 조금 준비해야 될 부분들이 많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래서 아마 예산안을 발표하지 않은 것 같구요. 앞으로도 북한의 재정정책에 있어서 아무래도 재정수입보다도 재정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여지구요. 재정적자 상황이라는 것이 북한의 거시경제에 상당한 과제로 제기될 전망입니다'

또한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서 공채 발행을 결정해 북한 재정상태가 좋지 않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8.15 해방 직후인 1946년과 한국전쟁 직후 등 지금까지 단 두차례만 공채를 발행했으므로 반세기 만의 공채를 발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달 31일 북한의 관영 노동신문은 공채발행사업은 '애국사업'이라며 효율적인 사업체계 확립을 촉구함으로서 '인민생활공채'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인민생활공채의 발행은 경제강국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동원해 나라의 전반적인 경제를 활성화하고 경제관리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계기'라며 '조국번영의 일대 전성기를 여는 우리 국가와 인민의 확고한 의지에 발현'이라고 밝힘으로써 '인민생활공채'가 북한 주민을 상대로 발행될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전통적으로 균형예산을 편성해 왔지만 올해 예산안은 수입은 지난해 대비 113.6%, 지출은 114.4%로 적자편성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수입의 경우 '예견'한다고 밝힘으로서 이전처럼 단정적으로 '책정'할 상황이 아니 것임을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최고인민회의에서 확정된 북한의 올해 예산안은 전체예산의 15.4%를 국방비로 배정하고 지난해와 비교해 전력공업부문에 12.8%, 농업부문에 21.4%, 경공업부문에 12.4%, 과학기술사업발전비에 15.7% 를 배정했습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7.1 경제관리개선 조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곳곳에서 강조했으며 북한 최고인민회의 최태복 의장도 폐회사에서 밝힌 국가예산과 관련해 "자력갱생의 원칙에서 나라의 경제적 잠재력과 온갖 내부 예비를 총동원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이례적인 북한의 공채 발행에 대해서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7월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취해 이때 임금과 물가를 인상시켰지만 통화량이 증가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물가관리와 재원조달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통화량이 증가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래서 북한 당국 차원에서 여러 가지 차원에서 그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했던 것 같은데요, 이번에 공채로 발행했던 중요한 것은 통화량을 흡수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 그것이 있구요 또 지금 투자자본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갖고 있는 자원들을 동원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7.1 경제관리개선조처 이후 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북한 내부에는 작년 예산 두 배 정도의 돈이 풀릴 정도로 통화량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공채를 발행하는데는 의욕적으로 시작한 경제개혁 조치가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자 공채를 판매해 부작용을 예방하겠다는 의도이겠지만 "공채발행을 통해서 통화량을 흡수하는데는 현 북한 경제 현실상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김연철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공채발행을 통해서 통화량을 흡수하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이자율 개념이라는 것도 불확실하고 또 통화가치 자체가 지금처럼 공급불안 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단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미래의 수입 전망에 대해서 주민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공채의 발행 성과라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긍정적으로 나타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라고 보여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