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행정기구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그동안 자동차 제조회사들에게 부여됐던, 똑같은 자동차를 국가별로 다른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특권을 폐지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새로운 조치는 폭스바겐이나 피아트 등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앞으로 서로 경쟁을 해 나가는데 있어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왜 독일의 자동차 가격이 벨기에에서 판매되는 동종상품보다 10퍼센트나 높아야 하는가?’ 자유시장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의 특권을 중지시킨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조치는 이와같은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경쟁위원회 위원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의 증언을 통해 집행위원회의 이번 조치가 유럽연합 열 다섯개 회원국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가격 차이를 없애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암스테르담에 있는 폭스바겐 판매상이 앞으로는 영국에서도 네덜란드에서와 같은 소매가격으로 차를 판매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현재 영국 판매가 보다 23퍼센트나 낮은 가격으로 말이죠.”

몬티씨는 이번 조치를 통해 그동안 자동차 회사들이 지역 판매상들에게 부여했던 독점판매권과 가격주도권을 소멸시킬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런던의 메릴린치 증권에 근무하는 자동차 전문 분석가 씨는 현행 제도는 거대 자동차회사들이 차량의 공급물량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자동차회사들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조치를 통해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소비자들에게는 더 저렴한 자동차가 공급될 것이라는 게 집행위원회의 주장입니다.”

집행위원회의 금번 조치는 유럽의회와 열 다섯개 유럽연합 회원국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영국 소비자협회’의 씨는 만일 이번 조치가 그대로 승인될 경우 유럽연합내 소비자들은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는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여러 개의 자동차 회사 제품들이 동시에 진열 되어 있는 판매점 한 곳만 방문하면 됩니다. 현재까지는 한번에 하나의 자동차 회사 대리점 밖엔 방문할 수 없는 것과 큰 차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현 제도를 고수하기 위해 줄기차게 로비를 벌이고 있으며, 독일 총리를 포함한 고위 정치인들도 업계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루셀샤임에 새로 문을 연 ‘오펠’사의 공장 완공식에서 슈뢰더 총리는, 현 자동차 판매제도의 폐지는 독일 자동차 업계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슈뢰더 총리는 올해, 급증하는 실업률이 주요 의제가 될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동시에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은 자동차판매 개혁조치가 실행된 이후 더욱 악화될 노동시장의 불안을 감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슈뢰더 총리는 밝혔습니다. ‘영국 자동차 제조판매협회’의 씨는 현 판매제도의 수정을 논하기 앞서 유럽연합 국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세율의 차이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럽국가간의 엄청난 세제상 차이를 그냥 두고, 가격통일만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맥고웬씨의 말엔 일리가 있습니다. 실제 덴마크에서 판매상들이 자동차에 매기는 기준가격은 유럽연합내 어떤 국가들 보다 저렴합니다. 이는 판매상들이 덴마크의 높은 판매세를 낮은 기준가격으로 상쇄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의 자동차등록세는 자동차 가격의 50퍼센트나 합니다. 하지만 집행위원회측의 누구도 유럽연합 회원국간 세율을 단일화하려는 문제에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각 회원국들은 세금정책은 각국의 고유권한이라는 점과 유럽연합이 각국의 국내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절대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고히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