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필리핀 남부지역에서는 이슬람 반군 테러 조직 아부 사야프의 게릴라 활동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필리핀 군 당국도 그동안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지만 이들을 완전히 소탕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군이 과연 게릴라들의 활동을 근절시킬 의지는 있는지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군 당국과 반군 조직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오간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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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십만이 모여 사는 바실란 섬의 항구도시 라미탄의 ‘성 요셉 성당’에서 사목을 하고 있는 ‘로이 나코르다’ 신부는 작년 6월 2일, 아부 사야프 조직원들이 침입했던 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두명의 무장괴한들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누군가를 가리키며 총을 쏘라고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신학생 하나가 저에게 빨리 도망가자고 재촉했습니다.”

로이 신부는 지난 1994년 아부 사야프 조직원들에게 납치 당했다가 이웃집으로 간신히 도망쳐 나온 적도 있습니다. 반군들은 성당 소속의 병원 건물 하나를 점령한 후, 며칠 전 휴양지에서 붙잡았던 스물 네 명의 인질들을 그곳에 가두었습니다. 필리핀 군대는 중화기를 동원해 반군을 공격했으며, 이 장면을 지역 텔레비전 방송국이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열 여덟 시간에 걸친 공방전 속에 네 명의 군인을 포함, 십여명이 사망했으며, 성당 건물은 심하게 훼손됐습니다. 로이 신부와 몇몇 사람들은 그때 필리핀 군 당국의 고위 장교와 아부 사야프 조직원들이 공모해서 테러 잔당들을 탈출시킨 장면을 명확히 목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지역 주민과 민방위 소속 군인들에 의하면 당일 늦은 오후, 필리핀 군 소속 병력들이 테러범들의 은신처였던 병원으로부터 갑자기 철수했으며, 한시간 후 게릴라들은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다고 밝혔습니다.

“반군들은 바깥에 정부군이 지키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평상시대로 총구는 땅바닥을 향해 늘어뜨린채 걸어다녔습니다. 전투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건 직후 풀려나온 인질들은 나중에 법정 증언에서, 군 장교들이 가방 하나를 들고 병원에 들어왔으며, 반군들은 인질 두 명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완료됐다 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람들은 인질들의 안전과 조속한 석방을 위해 군 당국이 반군조직과 협상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합니다. 필리핀 군은 이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어떤 협상도 벌이지 않았으며, 보석금의 지급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고 군 당국은 주장했습니다. 군은 내부감사를 벌인 끝에 의혹을 받은 군인들을 무혐의 처리했으며, 그 중 일부는 이후 승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인질로 잡혔던 사람들 중 한명이 ‘와합 아크바르’라는 이슬람 교도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변장을 하고 있었지만 반군 지도자인 ‘아부 사바야’와 병원에서 대화를 나누던 모습이 저희 인질 중 한명에 의해 목격됐습니다.”

현재 주지사로 일하고 있는 ‘와합 아크바르’씨는 이를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의혹은 점점 증폭되어 가고 있으며,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바실란 섬 라미탄의 주민들은 집 밖에서 나오지 않고, 지역 민방위군이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테러를 근절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 신부는 말합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바로 필리핀 군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군 조직을 하루빨리 개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라미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아부 사야프를 제압하기 위해 미군과 필리핀 군이 합동으로 테러 진압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남부의 이슬람교 세력을 대표해 투쟁을 벌인다고 주장하는 아부 사야프는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아부 사야프가 알카에다 같은 국제 테러 조직과 관련이 있으리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차례의 테러를 겪으면서 하루빨리 사태의 해결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비록 필리핀에 잔존하는 폭력세력을 근절시키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나마 미국이 평화 정착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해 주기를 이곳 주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