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킨 TV 연속극 Root(뿌리)가 방영된지 올해로 25년이 됩니다. 이 드라마의 방영 이후 인종문제에 관한 미국인들의 태도가 획기적으로 변했습니다. 학문적으로도 인종문제에 새롭게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작가 알렉스 헤일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뿌리’가 최근 재방송을 하고, 드라마가 끼친 사회적 영향을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다시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보돕니다.

쿤타 킨테는 1700년대 중반, 아프리카 서부의 감비아라는 나라에 살던 젊은 청년으로 노예상인에게 잡혀 아메리카 대륙으로 실려왔습니다.

1767년 쿤타킨테는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지금은 주 수도가 된 애나폴리스에 노예로 팔려오게 됩니다. 노예경매가 열렸던 애나폴리스 부두가에는 오늘날 쿤타킨테 기념관이 들어서 있습니다. 기념관에는 말년의 알렉스 헤일리와 그가 쓴 소설 ‘뿌리’를 기리는 현판이 내걸려있습니다. 쿤타킨테는 작가, 헤일리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7대조 할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가 핍박을 받으며 살아온 노예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작가, 알렉스 헤일리의 아들 윌리엄 헤일리씨는 부친이 이 작품을 집필할 당시에 이미 이것이 특별한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을 예상했다고말합니다.

윌리엄 헤일리씨는 부친이 19 67년에 쓴 편지를 공개하면서, 이 작품이 일종의 신기원을 이룩할 것이며 텔레비젼의 방영을 염두에 두고 집필중이라는 당시 작가의 심경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그렇게 까지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1977년 1월, 8일이 넘게 방영중이던 ‘뿌리’ 때문에 1억 3천만명에 달하는 미국 시청자들이 티비 수상기에 시선을 고정시켰고, 미국 노예의 역사를 노예들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안목을 갖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당한 제도적 폭력에 대항하는 시민정신도 고취되었습니다.

미국 남부, 죠지아주의 존 루이스 주 의회 의원은 1977년 이 드라마를 시청할 때를 떠올리며, 당시 자신은 미국 흑인들을 위한 민권운동을 펼치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드라마 ‘뿌리’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당시 전국의 미국인들이 이 드라마를 주목했으며, 많은 시민들이 저마다의 시청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드라마 ‘뿌리’는 노예라고 하는, 제대로 이해되기 힘들고 심지어는 외면되기 까지 했던 미국 역사의 한 측면을 부각시켜 그것에 인간적인 감성을 투영시켰습니다. 이 드라마의 영향으로 예술, 의복, 역사 등 아프리카에 관한 여러가지 관심이 증폭됐습니다. 미국 전역의 많은 대학에서 아프리카가 주요 학문분야로 떠올랐으며, 중남미와, 아시아, 미 원주민 등 기타 다른 소수민족에 관한 학문이 뒤를 이었습니다. 책과 드라마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자기 가족과 집안의 뿌리를 찾아 나서는 등 드라마가 불러 일으킨 반향은 대단했습니다.

시인이자 배우로 이 드라마에 출연했던 마야 앵글로우씨는 사람은 자기의 뿌리를 알지 못한다면 자신이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마야 앵글로우, 레슬리 우갬스, 벤 버린씨 등 드라마 ‘뿌리’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그때의 촬영경험을 아주 역동적인 작업이었던 것으로 회고합니다. 젊은 날의 쿤타킨테를 연기했던 당시 19살의 배우 라바르 버튼씨는 극 중 노예상인들에게 잡혀 쇠사슬에 묶인 채 배에 던져졌던 고생스런 촬영장면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이 장면을 촬영하기 전날, 원작자 알렉스 헤일리씨가 찾아와 건넨 소설 ‘뿌리’의 관련 부분을 밤새워 읽으며 연기를 준비했다고 버튼씨는 회상합니다.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는 미국의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이라고 버튼씨는 평가합니다.

버튼씨는 작가 알렉스 헤일리씨가 미국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고 표현했습니다. ‘뿌리’는 25년 전 처음 세상에 나왔던 때나 지금이나 작품으로서의 생명력이 여전하며, 사람들이 인종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게끔 용기를 북돋워줬다고 극찬했습니다.

드라마 ‘뿌리’는 아홉개의 에미상과 다섯개의 티비 비평가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으며, ‘뿌리’를 일컬어 ‘우리 모두가 전혀 몰랐던, 그러나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의 한토막을 우리에게 소개한 역작’이라고 극찬한 특별 피바디(Peabody)상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