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 RCEP 서명...아르메니아군 철수 시한 연장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한 아시아-태평양 국가 정상들이 15일 화상회의를 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 나라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습니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무역지대가 등장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아르메니아의 철수 시한을 연장해 주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유엔이 밝힌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15일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서명식이 있었군요?

기자) 네.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 지도자들이 이날 화상으로 RCEP 서명식에 참석했습니다. 이들 나라 정상은 화상에서 협정에 서명했는데요. 이날 행사는 베트남이 주관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정상회의의 일환으로 열렸습니다.

진행자) 서명국이 아세안 10개 나라에 다섯 나라가 추가된 거죠?

기자) 네. 아세안 회원국에 중국,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가 들어가서 모두 15개국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인도가 여기에서 빠졌군요?

기자) 네. 인도도 애초에는 협상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협정 체결로 대중 무역적자가 크게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결국 협상에서 빠졌습니다. 그런데 인도가 협정에서 빠진 건 중국이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작용했을 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근 인도와 중국은 히말라야 산지에서 국경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RCEP는 중국이 주도했죠?

기자) 맞습니다. RCEP는 미국이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주도했습니다. 첫 협상에 들어간 게 지난 2012년이었으니까 8년 만에 협상이 마무리됐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주도한 TPP는 결실을 보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었는데, 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7년 TPP에서 탈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TPP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자유무역협정이 미국 노동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RCEP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20년 안에 수입상품에 대한 각종 관세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거기에 지식재산권이나 통신, 금융서비스, 전자상거래, 그리고 전문서비스에 관한 규정도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관세를 없애서 자유무역을 진흥하겠다는 것이 주된 목적인데 RCEP가 규모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했죠?

기자) 네. RCEP에 참여한 나라들 경제 규모가 세계 경제의 30%를 차지하고요. 인구도 30%에 달하는데, 역내 소비자만 22억 명에 달합니다.

진행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기존에 개별 나라 차원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도 했던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역내에서 몇몇 나라 사이에 산발적으로 FTA가 성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내용에 제한이 많았는데요. 그런데 RCEP는 양자 협정이 아니라 다자 협정에다가 내용도 훨씬 광범위합니다.

진행자) RCEP 체결로 경제면에서 어떤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까?

기자) 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RCEP 체결로 2030년까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1천86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는 협정 참가국들 가운데 특히 중국과 일본, 한국이 더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의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협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경제가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RCEP가 언제부터 발효되는 건가요?

기자) 네. 협정 참가국들이 국내에서 협정을 비준받아야 하는데요. 인도네시아 정부는 2년 안에 많은 나라가 비준하면 바로 발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RCEP는 중국이 주도했는데, RCEP 서명과 관련해서 중국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리커창 중국 총리는 RCEP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리 총리는 15일 RCEP 정상회의에서 RCEP 체결이 지역 발전과 번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세계 경제의 회복에 공헌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중국 재정부는 RCEP가 중국과 일본 간 첫 FTA라는 데도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이번에 중일 양국 간 첫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며 이를 "역사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최근에 중국과 미국이 여러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는데,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주도한 RCEP가 신경 쓰일 수도 있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이 TPP를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선언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집권하면 TPP 부활을 추진할지도 관심거리입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차기 미국 행정부에 코로나바이러스 대처가 급선무라 미국이 당장 TPP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휴전 협정에 따라 평화유지군 임무를 맡은 러시아군 장갑차가 분쟁지역인 14일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이동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아르메니아의 철군 시한을 연장해줬다는 소식이 있네요?

기자) 네. 아르메니아 쪽 요청으로 철군 시한을 11월 25일로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고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15일 밝혔습니다. 원래 양측이 합의했던 시한은 15일이었습니다.

진행자) 아르메니아 측이 철군 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은 나쁜 날씨 탓에 켈바자르의 산악 지대에서 아르메니아로 들어가는 유일한 도로의 상황이 악화했다는 이유로 아르메니아가 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켈바자르는 아르메니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가장 먼저 아제르바이잔 측에 넘겨주기로 한 곳입니다.

진행자) 아르메니아가 이 지역에서 철군하는 건 아제르바이잔과 맺은 평화협정에 따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6주 동안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는데요. 결국 양측은 지난 9일에 휴전하고 아르메니아가 철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아르메니아가 철군한다는 건 전쟁에서 졌다는 말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사실상 전쟁에서 패했다는 것을 아르메니아가 인정한 겁니다. 이 합의에 따라 이번 전쟁 기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점령한 지역은 앞으로 아제르바이잔이 점유합니다.

진행자) 전쟁에서 진 뒤에 아르메니아 안에서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평화협정을 체결한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르메니아 국가안보국은 총리 암살 시도를 적발해 저지하는 한편 정권을 찬탈하려던 아르투르 바네챤과 전 국가안보국장과 바흐람 바그다사랸 전 공화당 대표 등을 체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언론 보도를 보니까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철수와 관련해서 아르메니아 측을 비난했다는 보도도 있더군요?

기자) 네. 현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떠나면서 집과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하는데요.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은 이런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전쟁이 났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이 원래 아제르바이잔 영토였죠?

기자) 네. 실제로 국제사회는 이곳을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기도 했는데요.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 국가고, 아르메니아는 기독교 일파인 그리스 정교를 믿는 나라입니다.

진행자) 두 나라가 과거에도 이곳을 두고 큰 전쟁을 치른 적이 있었죠?

기자) 네. 지난 1994년에 전쟁이 있었는데, 당시에 약 3만 명의 사상자가 났었습니다.

13일 에티오피아 암하라 지역 민병대가 티그라이 반군과 싸우기 위해 산자로 이동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곳에서 전쟁범죄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유엔이 밝혔군요?

기자) 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티그라이 사태가 통제 불능이 될 위험이 있다면서, 현지 민간인 학살이 사실이라면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티그라이 지역 민간인 학살 소식은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처음 알렸습니다.

진행자) 티그라이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이곳에서 정부군과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TPLF는 에티오피아 북부에 있는 티그라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티그라이에서 전투가 어떻게 시작됐나요?

기자) 네.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TPLF가 지난 4일 군 기지를 공격했다면서 군에 TPLF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TPLF 측은 정부군 기지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전황이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현지 통신과 인터넷이 단절됐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알기가 힘듭니다. 아비 총리는 정부군이 TLPF 손에 떨어졌던 지역을 반역자들로부터 탈환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UN이 민간인 학살을 언급했는데, 누가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건가요?

기자) 네. 목격자들은 TPLF를 지지하는 병력을 지목했습니다. 아비 총리는 정부군이 티그라이 서부 지역을 탈환하자, 이에 대한 복수로 TPLF가 메이카데라 지역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몇 명이나 희생된 겁니까?

기자) 네. 국제앰네스티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지난 9일 메이카데라 마을에서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살해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희생자들이 흉기 등 날카로운 무기로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또 희생자들이 노동자들로 보이는데 어디에서 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는데요. TPLF 측은 티그라이 지역 수도인 메켈레에서 정부군 공습으로 민간인들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에 전했습니다.

진행자) 민간인 학살 소식에 TPLF 측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기자) 네. TPLF 대표인 데브레치온 거브러미카엘 티그라이 주지사는 ‘AFP통신’에 민간인 살해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비 총리는 의회가 티그라이에 새 주지사를 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TPLF의 영향력이 상당한 모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991년에 에티오피아의 사회주의 정권을 전복하고 2018년까지 정치, 경제적으로 TPLF가 에티오피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에 집권한 아비 총리가 TPLF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고 시도했는데요. 이에 대해 TPLF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15일에는 TPLF측이 인접한 나라인 에리트레아 쪽으로 로켓을 쐈다는 보도도 있더군요?

기자) 네. TPLF도 관련 보도를 확인했는데요. 에티오피아군이 에리트레아 공항을 티그라이를 공격하는데 이용해서 로켓을 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