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해외 순방길 올라...미 상원, 중국 겨냥 기술 육성 법안 가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9일,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서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능력을 가늠할 무대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자세한 소식 살펴봅니다. 미 상원에서 중국의 기술 위협을 겨냥한 법안이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습니다.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5.6%로 상향 조정한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길에 나섰군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를 태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이 9일 오전 8시 30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출발해 영국으로 향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후 처음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동맹국과의 관계를 재건하고, 민주주의를 결집할 무대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9일부터 다음 주 16일까지 모두 8일간인데요. 이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단독 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소화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G7 정상회의는 영국에서 열리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 남서부 해안에 있는 콘월이라는 작은 휴양도시에서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립니다. G7 정상회의는 각국이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는데요. 올해는 영국이 의장국이라 영국에서 열립니다.

진행자)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어떤 의제들이 다뤄질까요?

기자) 가장 큰 화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극복과 백신 공유 문제가 될 전망입니다. 또 무역, 기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재건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악화한 유럽과의 관계를 재건하고, 갈수록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한 기회의 장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진행자) G7 정상회의가 11일부터 열리면 그에 앞서 다른 일정도 있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영국에 도착한 후 밀덴홀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장병들을 격려하고요. 10일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콘월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할 예정입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존슨 총리는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양국의 특별한 관계를 재설정하고, 다양한 협력 분야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 여왕도 만날까요?

기자) 네. 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3일, 부인 질 여사와 함께 윈저궁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만날 예정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82년, 상원의원 시절 엘리자베스 여왕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왕을 만나고 그날 저녁, 벨기에로 이동하게 됩니다.

진행자)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군요?

기자) 맞습니다. 14일과 15일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에서 나토와 유럽연합(EU)지도자들과 만나 러시아와 중국, 역내 안보 등 주요 국제 현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는 15일 비공개 단독 회담을 갖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단독 회담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로 이동합니다. 주요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정이 될 것이라고 평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꽤 불편한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 미국 정부 기관과 기업에 대한 사이버 해킹, 우크라이나 국경 긴장 도발, 인권과 민주주의 탄압을 비판하며 관련 기관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고 있고요. 이에 러시아도 맞대응하며 양국의 관계는 냉전 이래 최악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양국 정상이 만나는 거군요?

기자) 네. 이번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진 건데요. 산적한 국제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바이든 대통령 외교 정책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론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갈등의 골이 깊은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까요?

기자) 두 정상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며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이 중요시하는 것들을 내놓으며 푸틴 대통령에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현재 양국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할지 여부를 놓고도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 임하는 마음을 밝히기도 했군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이 순방에 앞서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문을 발표하고 민주주의의 역량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나타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과거 큰 영향을 끼쳤던 민주 동맹과 민주주의가 오늘날의 위협과 적에 맞서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대답은 “그렇다”라면서 이번 주 유럽 순방에서 그 능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연방의사당.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상원에서 중국과 관련해 중요한 법안이 통과됐군요?

기자) 네. 미국 상원이 8일,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 맞서 미국의 기업들을 육성, 부양하기 위한 법안을 가결했습니다. 상원은 이날, ‘미국혁신경쟁법’으로 명명된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8, 반대 32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습니다.

진행자) 법안의 주요 내용이 뭔가요?

기자) 네. 반도체 같은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기술 분야 개발과 생산을 위해 집중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기술 개발에 1천900억 달러를 지원하고요. 자동차 부품용 반도체 개발을 위한 20억 달러를 포함해 540억 달러는 반도체와 통신 장비 부품 등을 위해 별도 책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법안이 초당적인 지지를 받은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미국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 의석 비율이 50대 50으로 양분돼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법안이 통과한 것은 미국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초당적인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요 매체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의회에서는 중국과 관련된 법안이 여럿 상정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번에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그동안 계류돼 있던 여러 중국 관련 법안을 통합해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가 토드 영 공화당 상원의원과 초당적으로 공동 발의한 건데요. 척 슈머 대표는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다면 초강대국 미국의 시대는 끝날 것”이라며 중국과의 경쟁을 위한 자금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진행자) 법안 진행 과정은 순조로웠습니까?

기자) 당초 상원은 지난달 이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요. 하지만 공화당 일부 의원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반대하면서 표결이 미뤄졌습니다. 이날 표결에는 공화당 의원 19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힘을 보탰고요. 민주당 진영에서 반대표는 무소속 버니 샌더스 의원이 유일합니다.

진행자) 샌더스 의원은 왜 반대를 한 겁니까?

기자) 법안 내용 가운데 일부 조항이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예를 들어 법안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 지원 항목이 들어있는데요. 이 지원이 결과적으로는 인터넷 상거래 업체 ‘아마존’ 창립자이자 제프 베조스 CEO에 대한 지원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베조스 CEO는 우주개발 업체 ‘블루오리진(Blue Origin)’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투표 결과에 대해 공화당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일각에서는 여전히 법안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대표는 해당 법안이 “중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제 다음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하원의 통과를 거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정식 발효됩니다. 현재 하원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대기 중인데요. 상원과 하원의 법안을 합쳐 별도의 표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까요?

기자) 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는 21세기 승리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총알은 이미 쏴졌다. 우리는 뒤처질 수 없다”라며 법안이 가결되면 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반응도 보죠?

기자) 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간주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도 성명을 내고 해당 법안은 냉전적인 사고와 편견에 가득 차 있으며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고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세계 경제 전망치를 다시 내놨군요?

기자) 네. 세계은행은 8일 발표한 ‘국제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5.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참고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가 6% 성장할 것이라고 지난 4월에 전망한 바 있었습니다.

진행자) 세계은행은 앞서 올해 초에도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내놓았었죠?

기자) 네. 지난 1월에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1%로 전망했는데요. 이번에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지난해 세계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으로 3.5% 역성장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5.6% 성장이라면 상당히 높은 성장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973년의 6.6%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입니다.

진행자)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급속하게 반등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세계은행은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보급이고요. 다른 하나는 부유한 나라들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입니다. 백신 보급으로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고 부자 나라들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돈을 대규모로 시장에 푼 덕에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세계은행이 경기 회복의 근거로 부자 나라들의 경기부양책을 언급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세계은행은 이런 회복세가 지역별로 불균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개인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내년에 선진국 가운데 90%, 그리고 개발도상국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코로나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세계은행은 백신 접종이 더딘 저소득 국가들에 코로나 백신을 광범위하게 제공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나라별로는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전망됐습니까?

기자) 네. 지난해 3.5% 역성장했던 미국 경제는 올해 6.8% 성장하리라 전망했습니다. 올해 1월에 나왔던 전망은 3.5% 성장이었는데요. 세계은행은 역시 백신 보급과 낮은 이자율, 그리고 대규모 정부 지출이 미국 경제를 다시 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경제 규모로 세계 2위인 중국은 얼마나 성장할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 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가 8.5% 성장하리라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경제는 지난해 주요 경제 대국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3% 성장한 바 있습니다. 그밖에 유로화를 쓰는 유럽 19개 나라 경제는 올해 4.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요. 일본 경제는 2.9%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곧 올해 후반기로 접어들 세계 경제가 직면할 어려움이라면 어떤 것들을 들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세계은행은 코로나 사태 지속, 물가상승, 이자율 인상, 그리고 많은 나라가 대규모 부채에 시달리는 것을 위험 요소로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