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곳곳 '인종차별' 시위 격화…온라인 유학생 입국 불허

26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인종차별 시위대와 연방 병력이 대치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연방 병력 투입이 주요 도시로 확대되는 가운데, 주말 동안 곳곳에서 시위가 격화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원격(온라인) 수업만 듣는 신입 유학생은 입국을 불허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이 시카고에서 철거된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주말 동안 곳곳에서 시위가 크게 열렸다고요?

기자) 네.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주말 동안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열려, 진압 병력과 충돌했습니다. 현장에서 총격으로 사망자까지 나왔는데요. 이 밖에 기물 파손이나 부상자를 비롯한 물적ㆍ인적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치권의 전ㆍ현직 주요 지도자들이 잇달아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 중에서도 큰 시위가 일어난 곳이 어디입니까?

기자) 가장 먼저,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진압 병력을 투입하면서, 최근 반발이 격화된 곳인데요. 주말 동안 평화적 집회로 시작된 모임이 폭력 사태로 번졌다고 포틀랜드 경찰국(PPB)이 밝혔습니다.

진행자) 평화적 집회가 폭력 사태로 번진 경위, 짚어보죠.

기자) 금요일이었던 24일 밤에, ‘조직적 인종 차별’과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연설을 듣고 호응하는 집회가 포틀랜드 시내 연방 법원 주변에서 열렸는데요. 여성과 장ㆍ노년층 참가자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엄마들의 모임(Wall of Moms)’과 재향 군인들이 대표적인데요. 하지만 자정이 가까워진 오후 11시경에 일부 참가자가 법원 주변에 설치된 보호망을 흔들고 난입을 시도했다고 경찰 측은 밝혔습니다. 폭죽을 터뜨린 사람도 있었는데요. 당국이 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연방 요원들이 최루가스와 섬광탄 등을 사용해 해산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진행자) 부상자가 얼마나 나왔습니까?

기자) 시위 참가자들의 부상은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진압 병력 중에서도 다친 사람들이 나왔는데요. 국토안보부 소속 요원 6명이 현장에서 부상당했다고 채드 울프 장관 직무대행이 다음날(25일)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진행자) 국토안보부 요원들이 어떻게 부상당한 겁니까?

기자) 시위대의 공격이 원인이라고 울프 대행은 밝혔습니다. 사제 폭발물로 보이는 물건의 사진을 함께 트위터에 올렸는데요. “범죄자들이 연방 소유지(법원 경내)에서 연방 요원들을 공격한 사건임을 명확히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포틀랜드시 당국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기자) 오리건과 접한 워싱턴주 시애틀에도 대규모 시위가 열려 수십 명이 체포됐습니다. 시애틀은 포틀랜드에 이어, 연방 요원 파견지로 지난 23일 발표된 곳인데요. 주말 동안 시위대가 돌과 유리병, 폭죽, 그 밖의 폭발물 등을 사용하면서 진압 병력 59명이 다쳤다고 현지 경찰이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 밖에 방화를 비롯한 폭력행위가 계속됐다고 경찰 측이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사망자가 나온 곳도 있다고 하셨죠?

기자) 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발생한 일인데요. 경찰 발표에 따르면, 25일 밤 시위대를 향해 한 차량에서 총을 쐈습니다. 28세 개럿 포스터 씨가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는데요. 경찰이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했습니다. 차량에서 총을 쏘기 전에, 개럿 씨가 먼저 총기를 들고 해당 차량에 접근했던 걸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는데요. 용의자는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콜로라도주 오로라에서도 고속도로 점거 시위 현장에서 총격으로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시위가 벌어진 곳이 대게 서부 지역들이네요?

기자) 중부, 남부, 동부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켄터키주 루이빌에서는 25일에만 시위 현장에서 76명이 체포됐는데요. 버지니아 주도인 리치먼드에서는 ‘포틀랜드와 연대하는 리치먼드’라는 주제로 집회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현지 경찰은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진압에 나섰는데요. 버지니아 주립대학 건물에 10만 달러 상당 재산 손괴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고 당국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곳곳에서 시위가 격화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시위의 발단은 지난 5월 말 발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 사망 사건입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목 누르기’ 제압을 당한 뒤 숨졌는데요. ‘조직적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에서 진행됐습니다. 이 와중에 폭력 사태도 있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소속 요원들을 비롯한 연방 병력을 포틀랜드 등지에 투입했습니다. 민주당이 시정을 맡고 있는 지역에서 “무정부주의자들한테 통제권을 빼앗겼다”는 이유였는데요. 지역 사회의 반발이 커졌습니다.

진행자) 정치권의 전ㆍ현직 주요 지도자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하셨죠?

기자) 네. 하지만 우려하는 이유는 각각 다릅니다. 집권 공화당에서는 시위대의 폭력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고요.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연방 요원들이 시민들의 민권을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당의 바버라 박서 전 상원의원은 “국토안보부를 설립한 것은 실수였다”고 주장했는데요. 지난 2002년, 관련 정부 조직 개편안에 찬성 투표한 것을 후회한다고 25일 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 적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본부.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원격(온라인) 수업만 듣는 신입 유학생은 입국을 불허한다고요?

기자) 네. 미국 대학의 신규 유학생들 가운데, 온라인으로만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사람은 입국을 불허합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24일 이런 방침을 확인했는데요. “3월 9일 이후 신규 등록자들을 상대로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한다”고 밝히고 “해당자들에게 I-20을 발행하지 말라”고 주요 대학에 통보했습니다.

진행자) I-20이 뭔가요?

기자) I-20은 ‘비이민 학생신분 증명서(Certificate of Eligibility for Nonimmigrant Student Status)’입니다. 이걸 학교에서 발급받아야 유학(F-1) 비자나 기술연수(M-1)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건데요. 아예 비자 신청을 못 하게 하겠다는 게 이민 당국의 방침인 겁니다.

진행자) 이민 당국이 왜 이런 방침을 정한 겁니까?

기자) 대학들이 다시 현장 수업을 재개하고, 문을 열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원래는 신규 유학생이 아니라, 이미 미국에 들어와 있는 사람까지 포함한, 모든 유학생이 대상이었는데요. 가을 새 학기부터 온라인 수업만 듣는 유학생은 출국해야 한다고 지난 6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주요 대학들이 반발해서 법정 다툼이 벌어졌는데요. 이런 계획을 시행하지 않기로 지난 14일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합의의 후속 조치로, 대상을 신규 유학생에 한정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후속 조치에 영향을 받는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주요 대학들의 이익 대변 단체인 ‘미국교육평의회(The American Council on EducationㆍACE)’는 이민 당국의 방침이 “실망스럽다”고 밝히고, “이런 일을 우려해 대비책을 논의하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대학들의 대비책이라면, 어떤 겁니까?

기자) 평의회 측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는데요. 유학생 비중이 큰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측은 “모든 법적 선택지를 탐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국토안보부가 신규 유학생들을 위한 유연성을 발휘해주지 않았다”고 비난했는데요. 하버드대학교 측도 “대학사회의 건강 문제와 유학생들의 교육 문제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당국의 조치를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방침의 대상 인원의 몇 명이나 될까요?

기자) 정확한 수치는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관계 기관이 미국 전역 대학 중에 1천250 곳 이상을 조사한 결과, 12%가 새 학기에 전면 온라인 수업 교육 과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 신규 유학생이 얼마나 해당되느냐에 따라 대학들이 영향을 받는 건데요. 2018~2019학년도에 미국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 국적 학생이 적어도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AP통신이 추산했습니다. 그중에서 아시아 출신이 약 76만8천 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미국 시카고 그랜트파크 공원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이 24일 새벽 철거됐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 내 인종차별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도 철거대상이 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중서부 일리노이주의 대도시 시카고에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이 철거됐습니다. 24일 새벽, 대형 크레인을 동원한 인부들이 시카고 시내 ‘그랜트 파크(Grant Park)’에 서 있는 콜럼버스 동상을 받침대에서 제거하자, 현장에 모여 있던 시위대가 크게 환호했습니다.

진행자) 시카고시가 왜 콜럼버스 동상을 철거한 겁니까 ?

기자)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이 이날(24일) 성명을 냈는데요. "공공의 안전을 도모하고 우리 도시의 상징에 대한 포괄적이고 민주적인 대화를 위한 안전한 공간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라이트풋 시장은 이어 매우 위험한 방식으로 동상을 끌어내려는 사람들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고 말했는데요. 시위대와 경찰 모두의 안전을 위한 조처라는 겁니다.

진행자) 동상을 두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있었나 보군요 ?

기자) 네, 지난 17일 시위대가 콜럼버스 동상을 불법으로 끌어내리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이 곤봉으로 시위 참가자를 구타하며 진압에 나섰고요. 폭죽을 터뜨리거나 돌멩이 등으로 공격하는 일부 시위자를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일주일 만에 시가 동상 철거에 나선 건데요. 철거한 동상을 어디로 옮기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콜럼버스 동상이 왜 논란이 된 겁니까 ?

기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1492년 미주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 출신의 탐험가입니다. 미국 정부는 10월 둘째 월요일을 ‘콜럼버스 데이’로 지정해 콜럼버스를 기념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콜럼버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립니다. 미주 대륙을 발견한 ‘영웅’이라는 평가와는 달리, 미주 대륙에서 평화롭게 살던 원주민들을 포악하게 다룬 인물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는데요. 따라서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위대는 그럼, 콜럼버스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거군요 ?

기자) 맞습니다. 시위대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잔인하게 다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미 전역의 콜럼버스 기념물 철거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인종차별 시위 범위가 확대하고 있는 거 같군요 ?

기자) 맞습니다. 과거 원주민을 억압한 콜럼버스 역시 인종차별주의자로 비난받고 있는 겁니다. 그뿐 아니라,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존치를 주장한 남부 지역 주 모임인 ‘남부연합’의 잔재를 없애려는 운동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의회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던데요 ?

기자) 네,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23일, 남부연합군 장성의 이름을 딴 미군 기지나 시설 명칭을 교체하도록 규정한 항목을 포함한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제 국방수권법안은 상·하원 조정 합의를 거쳐 또 한 번의 양원 표결 후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으로 확정됩니다. 하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 기지 명칭 변경이 포함된 법안은 거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최종 확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장양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