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24시]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 정치권 불신 여전

미국 사회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워싱턴 24시’입니다.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불신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또 미국인들의 수명이 세계 장수국 대열에서 멀어지는 가운데 특히 여성의 수명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 총격 피해자 기포즈 연방하원 의원의 퇴원, 오바마 대통령과 몽골 대통령의 정상회담 등 오늘도 다양한 소식들을 천일교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문) 파키스탄에서 미 정보원들이 체포됐던 일 등 최근 테러 관련 각종 기밀사항들이 공개된 데 대해, 미 정치권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지난 5월 미군의 빈 라덴 기습 작전에 공헌한 것으로 알려진 미 중앙정보국 현지 첩보원 5명이 파키스탄 당국에 의해 체포된 사실이 유력신문 뉴욕 타임스를 통해 일반에 처음 알려졌었는데요. 이에 대해 미 정보당국과 정치권이 당혹해 하고 있습니다. 그 같은 기밀 사항이 어떻게 언론을 통해 보도될 수 있었냐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들 첩보원들은 미국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체포된 것으로 드러나 파키스탄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문) 그밖에 또 어떤 정보가 새 나간 겁니까?

답) 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미국이 파키스탄 공안 당국에 첩보를 제공한 일이 있는데,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지대에 폭탄 비밀 제조 공장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따라서 불시에 급습하는 게 좋겠다고 전했는데 정작 파키스탄 당국이 찾았을 때는 그 공장이 텅 빈 상태였다고 합니다. 기밀이 사전에 새 나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미 정보당국은 대 테러작전에서 파키스탄과의 협조관계는 10점 만점에 3점에 불과하다는 반응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문) 그래서 15일 미 연방상원에서 관련 청문회가 열렸는데 어떤 내용들이 오갔는지 소개해 주시죠.

답) 네. 15일 청문회에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물론, 백악관과 국무부, 중앙정보국 관계자 등 정부 당국자들이 대거 출석해 증언했습니다. 우선 의원들은 파키스탄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인데 미국이 계속 예산 지원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개탄했습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빈 라덴 사망 이후 미 정치권에서 파키스탄 지원 예산을 삭감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최악의 경우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단절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문) 외교 업무를 관장하는 국무부 측은 여전히 파키스탄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입장이죠?

답) 그렇습니다. 빈 라덴 사망 이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나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잇달아 파키스탄을 방문했고 현재 당국자들 간에 신뢰가 구축되고 있다는 견해인데요.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양국 관계가 큰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며 양국의 장-단기적인 이해가 서로 부합되는 만큼 도전들을 잘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미군 수뇌부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의 발언 내용도 살펴볼까요?

답) 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 역시 평소 파키스탄 관계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 왔던 인물인데요. 청문회에서도 파키스탄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멀린 합참의장은 지금의 상황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며 일부 비관적인 시각도 있지만 지금껏 미국의 각종 결정에 파키스탄이 협조를 잘 해 온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멀린 의장은 또 만일 지금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져버린다면 파키스탄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고 결국 10년쯤 뒤 미국이 다시 개입하게 된다면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문) 아울러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동맹국 사이에도 간첩을 파견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죠?

답) 네. 정보 분야에서도 오래 일을 한 게이츠 장관은 대부분의 정부들은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소위 말해 ‘이 바닥이 다 그렇다’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파키스탄이 동맹국이라면 어떻게 이렇게 나올 수 있느냐는 의원들의 태도에 반응한 것인데요. 게이츠 장관은 이어 때때로 동맹국들까지도 우리 미국을 정탐하기 위해 스파이를 보내기도 한다며 그것이 우리가 헤쳐가야 하는 현실 세계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 보죠. 인구 통계 조사 결과 미국인들의 수명이 세계 장수국들에 비해 크게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죠?

답) 그렇습니다. 과거 1950년대 까지만 해도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는데요. 현재는 일본, 호주, 싱가포르, 스웨덴 등 세계 10대 장수국가들보다 3년 이상은 뒤져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은 3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데요. 2007년 현재 미국인 여성의 기대 수명은 81세, 남성은 76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워싱턴대학교 건강측정평가연구소가 미국인들의 수명에 관해 조사한 결과 밝혀졌습니다.

문) 시간이 갈수록 의학이 발달하는 등 대체로 수명은 길어지기 마련인데, 미국 일부 지역 여성들의 기대 수명은 오히려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인의 전체 평균 기대 수명 역시 20년 전에 비해 여성의 경우 3살, 남성의 경우 5살까지 길어졌는데요.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들의 평균 수명이 오히려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7년부터 2007년 사이 미국 3천여 개 군 지역 가운데 737곳에서 여성의 평균기대 수명이 짧아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문) 여성의 수명이 줄어든 곳은 주로 어떤 지역들입니까?

답) 네.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과 남부, 중서부 남쪽 지역에서 그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는데요. 이들 지역에서 지난 2007년 여성의 평균수명은 10년 전보다 1년 이상 짧아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미국 50개 주 가운데 소득이 가장 낮은 미시시피 주의 매디슨 군에서는 10년 사이 여성의 평균수명이 2년6개월이나 짧아졌습니다. 여성 수명이 가장 짧은 지역은 미시시피주 홈스 군으로 73.5세였습니다. 참고로 남성 수명이 가장 긴 곳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군으로 81.1세, 여성은 플로리다주 콜리어 군으로 86세를 기록했습니다.

문) 어떤 이유로 미국 여성들의 수명이 줄어들었는지 궁금한데 그 원인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나요?

답) 네. 이번 조사를 수행한 크리스토퍼 머리 박사는 이런 현상이 주로 흡연과 고혈압, 비만 때문에 비롯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여성들의 경우 다른 국가보다 흡연율이 높고, 지난해 미국에서 비만으로 분류된 인구 비율이 1980년 대의 두 배가 넘는 34%에 달한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에서 평균 수명이 짧아지는 현상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이 크게 유행한 이후 처음인데요. 물론 다른 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연구소 측은 밝혔습니다.

문) 다음 소식 살펴보죠. 지난 1월 괴한의 총격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던 가브리엘 기포즈 연방 하원의원이 병원에서 퇴원했다는 소식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상태가 많이 호전됐기 때문인데요. 사건이 발생한 것이 지난 1월 8일이었습니다. 머리에 총탄을 맞아서 사실 처음에는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는데요. 그 같은 중상이 5개월여 만에 거의 회복된 것은 미국 의학의 쾌거이자 삶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기적과도 같은 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문) 그래도 총상 환자가 완전히 정상을 되찾으려면 시일이 더 지나야 할텐데 기포즈 의원은 당분간 통원 치료를 받을 계획이죠?

답) 네. 기포즈 의원은 그간 입원 치료를 받았던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허먼 병원에서 이제 매일 통원 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현재는 재활 치료가 집중되고 있는데요. 병원 의료진은 이제 새로운 단계의 재활치료를 받게 됐다며 하루가 다르게 호전되고 있는 기포즈 의원의 건강 회복 속도에 잔뜩 고무돼 있는 분위기입니다.

문) 이번에는 올해들어 강력한 회오리바람 토네이도 피해가 미국 사상 6번째 최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 알아보죠?

답) 네, 올해 미국 토네이도 시즌이 아직 절반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요. 토네이도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이미 1953년 이후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은 미국에서 올 들어 현재까지 1천200여건의 토네이도로 525명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역대 6번째로 많은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올해 역대 최고 기록을 깨는 불운을 겪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 토네이도의 경우 강력한 바람과 폭풍우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서 치명적으로 여겨지는데 이처럼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물론 올해 유난히 강력한 토네이도가 많이 발생했던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만, 해당 지역에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도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이동식 주택 수가 늘어나면서 인명 피해가 커진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동식 주택에 사는 사람의 경우 토네이도 발생시 사망할 가능성이 일반 주택 거주자보다 20%까지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편 올 들어 미국이 토네이도로 입은 재산 피해 규모는 60억 달러 선으로 역대 최대의 재산 피해 규모로 집계될 전망입니다.

문) 오늘 마지막 소식인데요. 오바마 대통령과 몽골의 차히야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게 되죠?

답) 네. 이곳 미국 시간으로 1시간쯤 후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데요. 지난 13일 이미 미국에 도착한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워싱턴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하며 국정 운영과 개혁노력에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외교 강화 방안과 몽골 내 석탄과 구리 등 광물질 개발 투자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입니다.

문) 몽골은 어떤 나라인지도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답) 네.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대 초원 국가입니다. 몽골은 지난 1991년까지는 구 소련의 지원을 받는 공산주의 국가였지만 이듬해 선거로 민주화로 전환됐습니다. 미국과는 지난 1987년에 수교했습니다. 몽골은 국토 면적은 세계에서 19번째로 넓지만 대부분 황무지이고 공업 분야도 발달하지 못해 국민 소득이 낮은 국가에 속하는데요. 지난 2009년에는 빈곤층의 지지에 힘입어 민주당의 차히야 엘벡도르지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이달 초에는 미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몽골을 방문했었고 조만간 조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방문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 24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