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탈북자들, 바쁜 생활에 고향 생각하기 힘들어

“늘 한가위만 같아라”

풍성한 음식과 그리운 얼굴들. 조상의 묘소에 성묘를 가는 사람들의 발길. 한반도가 둘로 나눠져 있지만 추석은 늘 남북한 모두에 설레는 명절입니다.

<탈북자 안드레 조> “저녁에 퇴근하면서도 이북의 생각이 나더라고요. 추석 때는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산으로 올라갔던 그런 생각도 나고. 보통 공동묘지가 산에 있는데 올려다 보면 먼데서 보면 사람들이 하얀 게..사람들이 많이 모여요.”

세라 전: “북한 아이들은 추석이라면 마루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하죠. 산에 가서 먹는 재미 때문에. 명절이죠. 떡도 하고 이것 저것 다 하니까.”

톰 김: “추석 때 생각나죠. 사람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산소로 가는 것…근데 이제는 중국에 나와 여기까지 오다 보니 10년이 넘었잖아요. 이젠 갈 수 없는 길이죠.”

하지만 바쁜 이민 생활 때문에 ‘추석’ 이 이젠 낯설기도 하고 일부 탈북자들은 추석인지도 모른 채 지나가기 일수입니다.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미국에 입국한 1백 번째 탈북자 안드레 조 씨는 추석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합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여기 미국은 분위기가 그다지 별로 없고.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웃음). 뭐 고향 생각하고. 형제는 어떻게 뭐 그럴 겨를이 없죠. 근데 진짜 이민 생활이 바쁜 것 같아요. 정말..”

3년 전 입국해 서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폴 현 씨는 추석인지도 모른 채 부인이 해 준 떡을 먹었다고 말합니다.

“어제 저녁에 저의 와이프가 쌀을 믹서기에 갈아다 떡을 했더라구요. 근데 왜 했는지 모르고 먹었어요. 어 추석이라 했네. 왜 했는지 모르고 먹었는데. 어 맛있더라구요. 그래서 다 먹었어요. 어 이제 알았네요.”

직장에 다니고 사업체를 경영하느라 정신 없이 바쁜 탈북자들의 이민 생활. 중서부에 사는 20대 청년 조지 김 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앞으로 언젠가 통일이 돼서 고향에 가면 그래도 빈손으로 가기 보다는 열심히 살아가지고 주머니에다 차곡차곡 쌓아가지고 가는 것도 좋은 것 같아서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서도 함께 온 탈북자 동료들에게 추석이라고 떡을 돌리는 훈훈한 모습도 있습니다. 동부에 사는 사라 씨는 최근 같은 도시에 사는 한 탈북 여성이 자신과 탈북자들에게 떡을 갖고 와 감동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북한 아이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제게 한번 인사 못했다고 떡을 사와서 떨구는 거예요. 그래서 네가 다 했는가 그랬더니 여기 한국 방앗간이 있잖아요. 거기서 사서 케이트 주고 선아도 주고 로이스도 주고 우리 가게에 와서 저한테도 주고 그래 그 마음이 얼마나 착해서 돈을 떠나가지고.”

낯선 이국 땅에서 서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탈북자들. 하지만 밤 하늘에 환하게 뜬 보름달을 보면 어김 없이 그리운 가족들이 떠오릅니다. 중서부에 사는 에스더 씨는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너무 그립다고 말합니다.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할머니죠. 요즘에는 할머니가 보고 싶은데 이전에는 꿈 속에서 보고 얘기하시더니 요즘에는 얘기 안 하시더라구요. 그냥 나보고 손짓 발짓 하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돌아가셨구나 했죠.”

서부에 거주하는 폴 씨는 지난 2년 사이 북한에 있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성묘도 가지 못해 자신을 불효라고 말하는 폴 씨. 그는 추석 하루만이라도 배고픈 북한 주민들이 좀 넉넉하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참 북한이 먹고 살기 힘들어가지고 추석이나 명절이 되면 그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되거든요. 먹을 걱정. 그래서 다만 명절이라고 없는 재산 모아가지고 쌀이라도 해서 떡이라도 쳐 먹고 하루라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그 고통에서 추석 하루라도 편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잘 먹고 살 마시고 그렇게 하루라도 쉴 수 있다면 좋은 거죠. 저도 또 북한에 있을 때 그렇게 살아왔고.”

북한에 부모님이 살아 있다는 사라 씨는 평화통일이 속히 이뤄져 추석을 함께 할 날이 오길 바란다며 희망을 잃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같은 명절을 함께 지내지 못한다는 게 너무 너무 가슴이 아파요. 우리도 서로 서로 힘을 합쳐 꼭 통일이 돼서요. 좋은 땅에서 우리 같이 추석도 지내고 행복한 시간을 지낼 수 있도록 빨리 통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북한 동포들 우리 힘들다고 주저앉지 말고 꼭 힘을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