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6년간 226만t 대북식량지원

미국이 북한에 24만t의 영양식품을 제공하기로 함에 따라 지난 2009년 이래 중단됐던 대북 지원이 재개되게 됐습니다. 미국은 2000년대 말까지 북한에 대한 3대 식량원조국으로, 미화 8억 달러에 상당하는 식량 226만t을 지원했는데요. 지난 16년 간 미국의 대북 지원에 대해 조은정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문) 조은정 기자. 미국이 북한에 대한 24만t의 영양 지원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미국이 북한에 처음 식량을 지원한 것이 1996년이었죠?

답) 예. 북한에서 1995년에 사상 최악의 대홍수가 일어났는데요. 이로 인해 인구 4명 중 한 명이 집을 잃고, 국가 기능이 마비 상태에 이르면서 최악의 식량난이 닥쳤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이 시작된 건 이 때부터였습니다. 유엔이 각국에 대북 인도주의 지원 자금을 공식 모금하자, 미국이 이에 호응해 1996년에 8백30만 달러 상당의 식량 1만9천5백t을 북한에 처음 지원했습니다.

문) 미국이 지금까지 북한에 지원한 식량이 8억 달러에 달한다고요.

답) 예. 16년간 지원한 식량이 226만t인데요. 북한 인구 전체가 1년 동안 필요로 하는 식량의 절반 정도입니다. 유엔에 따르면 1995년에서 2008년까지 국제사회가 북한에 지원한 총 식량 1천2백만t 중 미국이 지원한 양이 17.5%에 달합니다. 중국과 한국에 이어 미국이 북한에 세 번째로 많은 양의 식량을 지원한 것이죠.

문) 미국이 1996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 온 것은 아니죠?

답) 예.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 끊긴 기간이 두 번 있는데요. 2006년에서 2007년이 첫 번째이고, 2010년에서 2011년이 두 번째입니다. 우선 처음 지원이 끊기게 된 것은, 북한이 2005년에 10년만에 풍작을 거둔 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지원 축소를 요구하며 자국 내 활동을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8년 북한의 식량 위기가 심화되면서 유엔의 지원도 확대되고 미국 정부도 다시 식량 지원에 나섰습니다.

문) 부시 행정부는 2008년에 북한에 대해 50만t의 식량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었는데요, 50만t을 다 주지는 못했죠?

답) 예. 당시 세계식량계획WFP와 미국의 구호단체들을 통해서 1년간 북한 전역의 취약계층에게 식량을 지원하려 했었는데요. 분배감시 문제를 놓고 미-북 간에 이견이 생겨 도중에 중단됐습니다. 미국은 WFP의 한국어 구사요원을 몇 명으로 할 것이냐는 문제 때문에 3 개월만에 WFP에 식량 전달을 중단했고, 미국 구호기구들의 경우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이듬해 3월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지원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문) 북한이 이런 요구를 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답) 전문가들은 당시 미-북 관계가 전반적으로 악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총 50만t중 실제로 북한에 전달된 식량은 17만 t 입니다. 이후에 2010년과 2011년에는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 없었습니다.

문) 2008년 지원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때 늘 분배감시 문제가 논란이 됐었죠?

답) 예. 미국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을 발표하면서 이번에는 더욱 철저히 감시하기로 유례없는 합의를 했다고 말하곤 하는데요. 그럼에도 전용 문제와 관련해 받는 북한과 주는 미국이 갈등을 많이 빚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제개발처 USAID 처장을 지낸 앤드루 나치오스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앤드류 나치오스 전 USAID 처장] North Koreans were extremely upset with policy shut the deliveries off they decided..

나치오스 전 처장은 미국이 한꺼번에 식량을 전달하기 보다는, 북한이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 달 분을 보내지 않는 정책을 부시 행정부 때부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정책에 크게 반발해 미국이 주는 식량을 받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등 미국과의 합의사항을 거듭 어겼다고 나치오스 전 처장은 밝혔습니다.

문) 이번에도 식량이 전달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감시가 잘 이뤄져야 중간에 중단되지 않겠군요. 그런데 미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이라는 단어를 써오다가 이번에는 ‘영양 지원’을 한다고 밝혔는데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답)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때 당국에 전달한 적은 한번도 없고요, 언제나 유엔 세계식량계획과 미국 구호단체들이 분배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도 쌀과 밀, 옥수수 등 곡물이 전달된 것이 아니라 이것들을 재료로 해서 가공된 가루나 과자가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에게 지원된 것이죠. WFP의 앨런 주리 미국관계국장은 미국 정부와 협의 결과 ‘영양 지원’에는 비타민과 과자, 영양강화식품이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용어가 바뀐 것은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의 성격을 보다 잘 규정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