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출신 탈북자들 왕성한 활동

북한의 자유를 염원하는 예술가, 문학가 출신 탈북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장르가 다양할 뿐아니라 활동 범위도 크게 넓어지고 있는데요,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녹취:피아노 연주]

세계적인 팝 피아니스트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을 연주하고 있는 이 피아니스트는 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의 탈북자 김철웅 씨입니다.

[녹취: 김철웅] “저는 배고프지도 춥지도 못 입지도 않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 문화적 갈급함이 있습니다. 문화적 충족도 넉넉히 돼야 그 사람의 기본 인권이 보장된다고 생각합니다.”

수령 한 사람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인민이 자유롭게 즐기는 음악을 꿈꾸며 북한을 탈출한 김철웅 씨. 김 씨는 미국과 유럽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뛰어난 연주 실력 뿐아니라 북한의 열악한 예술 환경을 알리는 인권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철웅] “정부에 대해 의심을 품었고, 시스템에 대해 환멸을 느꼈고, 그런 체제에 있어야 되는 제가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부르고 싶고 귀를 갖고 내가 정말 원하는 음악을 듣고 싶고. 피아노를 손을 갖고 내가 치고 싶은 곡을 치기 위해서. 그 것만 될 수 있는 곳이면 OK 였습니다.”

[녹취: 존스홉킨스대 강연장 소음]

지난 달 사상 처음으로 탈북 화가의 전시회가 열렸던 워싱턴의 존스홉킨스 대학 강연장. 주인공은 빼어난 창의력으로 자유와 가족의 소중함을 화폭에 담고 있는 북한 선전일군 출신 송벽 씨입니다.

[녹취: 송벽] “북한의 예술가들, 화가들은 솔직히 자기 의지대로 작품하는 게 아니거든요.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하기 때문에 저는 그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독재정권의 통제로 눈과 귀가 먼 북한 주민들의 모습. 내부의 실상을 숨기려는 수령의 모습을 치마 속을 감추려는 세계적인 유명 여배우의 모습과 결합시킨 그림들. 미술 전문가들은 창의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송벽 씨의 이런 그림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송벽 씨는 그러나 한국에 입국해서 처음 그린 그림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송벽] “그 사회에서 예술의 자유가 뭔지 빨리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요. 흰 캔버스에 점 하나 찍고 처음에 뭐 그렸는지 아십니까? 큰 호숫가에 점 하나 그리고 거기다 오막살이 초가집을 지었어요. 그리고 거기에 흰 굴뚝에 쌀 밥하는 연기를 그려 놓았거든요. 우리 가족이 저렇게 다 모여 살면 얼마나 좋을까? 또 그렇게 그린다는 자체도 너무 자연스럽고. 작품하고 나하고 막 연애하는 기분이 들고.”

이렇게 김철웅 씨와 송벽 씨처럼 북한의 자유와 인권 개선을 호소하는 예술가와 작가 출신 탈북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장르도 음악과 그림 뿐아니라 뮤지컬, 영화, 시, 소설 등 매우 다양합니다.

[녹취: 뮤지컬 요덕스토리 홍보영상]

평양에서 연극과 영화를 공부한 탈북자 정성산 감독은 한국과 미국의 언론들이 극찬한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비롯해 장편영화 ‘량강도 아이들’을 제작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북한의 인권 실상을 고발하는 음악그룹 ‘목내노사’의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옛 소련의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처럼 북한판 솔제니친을 꿈꾸는 탈북자 출신 작가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 선두에는 고난의 행군 시절의 참상을 그린 시집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를 쓴 장진성 시인이 있습니다.

[녹취: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시 낭송] “지금 내 주머니엔 돈 100원이 있다. 월급 2천원을 손에 쥘 때마다 100원을 들고 시장에 나온다. 단 돈 100원이 없어 몇 달 전에 굶겨죽인 아내와 딸에 대한 죄책감. 이 시장만큼 간절해지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 때 이런 돈이 있었다면 나는 절대로 그 귀한 생명들을 언 땅에 묻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 통일전선부 선전일군 출신인 장 씨는 특히 다음 달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시 축제 행사에 북한 출신 대표로 참석합니다.

[녹취:장진성 시인]“북한은 지금 선군정치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대포보다 강한 게 시라는 것을. 그리고 자유와 인권의 실상에 대해 전세계 시인들, 그런 양심들 앞에서 호소를 할까 합니다.”

장 시인은 한국에서 첫 시집을 펴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시 원고를 갖고 탈북할 때까지만 해도 이 시집이 과연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여기 와서 시집을 출판하고 보니 아 이 게 바로 문학의 자유이고 시인의 자유이고 이 것이 권리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시를 쓰면서 저의 ‘시’보다 제 ‘시’에 댓글을 달아주는 독자들이 제게는 ‘시’였습니다.”

최근에는 조선작가동맹 출신의 탈북자 김유경(가명)씨가 한국에서 장편소설 ‘청춘연가’를 펴내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워싱턴에 있는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탈북 예술가와 작가들의 활동이 여러 측면에서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데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I think their role is very important for three main reasons …

북한을 떠난 실향민들의 목소리를 응집시킬 수 있고, 압제 받는 북한인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국제사회에 전달할 수 있으며, 자유의 소중함을 북한 주민들에게도 알릴 수 있다는 겁니다.

옛 공산 루마니아 출신인 스칼라튜 총장은 그러나 쿠바나 옛 동유럽 출신 난민들에 비해 탈북자 규모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배경의 전문인들이 외부세계로 나와 이런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동유럽 전문가인 타라스 쿠지오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원은 외부의 예술세계를 북한에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쿠지오 연구원] “If you grow up in authoritarian and totalitarian system..

권위주의적 전체주의 체제에 사는 주민들은 외부의 모든 것이 늘 새로운 만큼 그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길잡이 역할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