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전문가들, “북한 후계자 승계 따른 위기 가능성 배제돼야”

중국 톈진에서는 어제 (13일) 세계경제포럼(WEF) 하계대회가 개막됐습니다. 그런데 이 행사에서 경제 문제가 아닌 북한의 권력 승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고 합니다. 베이징 온기홍 기자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톈진에서 개막된 세계경제포럼(WEF) 하계대회에서 북한의 후계 문제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고요. 먼저 그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답) 하계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하계대회가 어제 중국 톈진시 메이장 컨벤션센터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됐습니다. 그런데 아주 이례 적으로 경제 문제가 아닌 ‘북한에 후계 승계 위기가 나타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권력 승계를 논의하는 세션이 마련됐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김정은에게 권력 승계가 이뤄졌을 때 북한 상황이 순조롭게 넘 어갈지 아니면 문제가 발생할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 토론은 포럼을 주 관하는 측의 제안을 중국 정부가 승인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북한 후계 문제와 관련한 세션에는 누가 토론자로 참석했나요?

답) 한국 측에서는 2000년과 2007년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한 바 있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현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이 참석했습니다. 중국 측에서는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옌쉬에통 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했고, 일본 측에서는 수 년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주장을 폈던 시게무라 토시미츠 와세다대학 교수가 나왔습니다.

문) 중국 측 참석자들은 북한 내 권력 승계와 관련해 위기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견해를 내놓았나요?

답) 중국의 한반도와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후계 문제가 당사자들의 몫이라고 전제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북한의 안정이라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중국 정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소의 전문가인 양시위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서 이른바 후계 승계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중 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습니다. 양시위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상 당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요, 중국 전문가들의 발언은 중국 외교부가 지난 7일 장위 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권력세습 문제는 완전히 북한 내부의 일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 중국 측 전문가가 북한에서 후계 승계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배제돼 야 한다고 주장한 근거는 뭔가요?

답) 양시위 연구원은 북한의 후계 승계와 관련해, 새 지도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 구조에 관한 것이라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북한의 노동당이 밝힌 대로 노동당 대표자회는 새 고위 지도체제를 선출하는 회의이며, 대의원들은 당의 정책 결정을 논의하고 당의 인적 변화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의 리더십은 자신감에 차 있으며 최근 6자회담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북한의 후계 구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 참석자들은 어떤 의견을 내 놓았나요?

답)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북한사회에서는 지도자가 갑자기 부상할 수 없는 구조이며 후계 승계 위기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정인 교수 는 그러면서 북한이 이미 지난 해 4월 이후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북한 지도부 내에도 내분 징후가 없다며, 외세 개입 흔적도 없는 만큼 이제는 북한을 정상적 국가로 보고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한국이 북한 후계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표명할 처지가 아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충돌 문제만 없다면 지도자 선택은 당사자들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성욱 소장은 김 정은 체제 안정성은 초기 1년이 중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문) 최근 남북한 간 대립과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들이 나왔나요?

답) 중국 측 전문가들은 동북아시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 와 안정을 포함한 정세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북한의 급변사태는 누구에 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중국 학자들은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나타난 이른바 한국-미국-일본 대 북한-중국의 대립 구도를 해소해 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천안함 출구전략’과 더불어 6자 회담 재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통일 문제와 관련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면서 그러나 남북한이 통일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유관 각국은 보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측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한국 정부로선 북한에 급변사태가 있다 없다는 얘기를 해서 얻을 게 없다고 말하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세와 관련해서는 분단 극복과 통일을 위해 준비해 나간다는 것일 뿐이라며 체제붕괴를 전제로 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문)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력을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물려주는 것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서요?

답) 네. 중국 정부는 김정은의 권력 승계 여부는 내정 문제라며 구체적인 논 평을 자제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언론매체들은 주로 외신을 인용해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여러 사진과 함께 북한의 후계자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 데 여기서 중국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제뉴스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10일 북한정국 코너에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권력 승계설에 대한 20여 개의 기사를 게재했는데요, 보도 이후 환구시보 웹사이트 토론방에는 북한의 권력 승계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 수백 개가 올라 왔습니다. 중국 당국이 북한의 권력 승계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도록 묵인한 것도 이례적인데요, 댓글에는 북한의 세습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렸고 중립적인 의견도 들어 있습니다.

문) 반대 의견은 주로 어떤 내용인가요?

답) 북한의 권력 승계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대 의견을 보면, 북한이 3대 에 걸쳐 세습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비롯해 역사적 후퇴이고 국가와 인민의 치욕이라는 주장이 들어있습니다. 또 만일 마르크스가 살아 있어서 쿠바나 북한이 이처럼 사회주의를 하는 것을 보면 부끄러워할 것이라고도 꼬집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또 김정일 정권이 국가와 인민을 자기 집 토지나 노예로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의 댓글을 올렸습니다.

아울러 김정일 위원장이 이처럼 오래 집권했으면 마땅히 일찍 후임자를 키워 야 했고 더욱이 북한이 지금 개인 숭배주의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국가의 앞 날에 불리하다고 지적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도 올라왔습니다.

문) 반면 북한의 세습을 지지하는 내용은 뭔가요.

답) 북한의 세습을 지지하는 댓글 중에는 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지 않으며, 중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기만 하면 누구든 지지한다는 내용들이 올라 있습니다. 또 중국과 북한은 형제이며 북한의 정권이 누구에게 가든지 중국은 최선을 다해 지지하겠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해 함부로 이런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미국을 도와 북한을 때리는 미국의 앞잡이라고 주장하며 북한의 권력 승계를 지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