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명박 정부와 상종 안해’ 강경비난

김정일 사망을 애도하는 김정은과 북한 지도층

북한의 새 지도부가 한국 정부와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며 대남 비난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행동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한국 이명박 대통령과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30일 밝혔습니다.

국방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방침을 강하게 비난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이명박 역적 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무지하고 도덕적으로 저열하며 인간의 초보적인 갖춤새도 없는 이명박 역적 패당과 상종한다는 것은 깨끗하고 선량한 우리 민족의 수치이다.”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애도 기간이 끝난 뒤 처음으로 나온 북한의 대남 메시지입니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대변인 성명이 아닌 기관 명의의 성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방위원회는 특히 이번 성명이 당과 국가, 군대와 인민의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김정은 체제에서도 국방위원회가 최고 권력기관으로 정책을 결정해나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북한은 또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천안함 관련 발언과 보수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한국 군의 경계태세 등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특히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보여온 유연한 대북 접근에 대해선 교활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성명에서 6.15와 10.4 공동선언의 실현을 강조하며 “남측은 우리에게서 어떤 변화도 바라지 말라”고 강조해, 향후 북한의 대외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청와대는 향후 북한의 행동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번 성명이 대북정책에 당장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이 아닌 만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본입장을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성명 내용이 다소 실망스럽지만, 북한이 성명 말미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만큼 남한과의 대화를 완전히 거부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하루속히 안정을 회복하고 남북관계에서 건설적인 태도를 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장례 절차가 끝나자마자 북한 새 지도부가 대남 비난에 나서면서, 남북관계는 한동안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추도대회 다음 날에도 조문을 문제 삼아 당시 한국 김영삼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했고, 남북관계는 한동안 얼어붙었습니다.

한편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김 위원장의 사망을 발표한 지난 19일 김 위원장에게 최고 명예칭호인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했다고 이날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