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특집 인터뷰: 찰스 랭글 연방 하원의원]

찰스 랭글 연방 하원의원

미국 연방 의회 의원들 중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이 5명 있는데요, 그 중 한 명이 올해 80살인 찰스 랭글 의원입니다. 뉴욕 주 출신의 20선 의원인 랭글 의원은 한국전쟁 당시 미 보병 2사단 소속으로 참전해 부상을 입고, 퍼플 하트 무공훈장을 받았는데요, 미 의회에서 한국전쟁 관련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한국에 대해 항상 지속적인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6.25 전쟁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랭글 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

문) 랭글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25일)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는 날인데요, 60주년이 의원님에게 어떤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까?

답) 60주년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60살이 되면 다시 인생을 시작한다고 생각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20살에 한국전쟁에 참전했으니까 60년이 지난 오늘, 다시 인생을 시작한다면 제 나이는 아직도 20살인 셈이겠죠? (웃음)

문) 의원님께서는 지난 해 ‘참전용사 인정 법안’을 발의해 한국전 휴전일에 미국 전역의 관공서에서 조기가 게양되도록 했고, 또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안하셨는데요, 이런 일들이 왜 중요합니까?

답) 10년 전 빌 클린턴 대통령과 한국전쟁에 관해 논의한 일이 있습니다. 북한 공산주의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유엔 21개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은 우리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 희생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리는 신호였다는 것이죠.

그리고 10년이 지나서 당시 영부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한국전쟁을 기념하기 위해서 미국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상기시켰습니다. 국무부는 오는 9월 말 한국에서 있을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저 역시 그 행사에 동참할 예정입니다. 의회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실 등이 협력해 24일 의사당에서 대규모 한국전쟁 6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습니다.

문) 의원님께서 한국전쟁에서 싸운 경험담을 듣고 싶습니다.

답) 내가 전쟁에서 어떻게 싸웠는지 이야기하는 것은 참 어색합니다. 단지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문) 한국전쟁에서 중공군과 교전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답) 제가 소속됐던 부대는 미국 본토를 출발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최초의 부대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일본에 주둔해 있던 미군이 파병돼 전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미군이 부산, 낙동강, 38선, 평양, 그리고 압록강까지 진격하자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중공군이 압록강을 넘어와 저희들을 포위한 것이죠.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어요. 살아남은 것이 행운입니다.

문) 미 의회 내에서 의원님처럼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하고, 그 역사적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세대가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쉽지는 않나요?

답) 미 의회 내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의원들은 극소수이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의원들도 5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라크전쟁 참전자들은 징집이 아니라 자원한 것이죠. 그러고 보면 아주 소수가 전체를 위해서 희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대통령과 미 의회가 중대하다고 판단하는 문제라면 미국은 그 원칙을 위해 싸우고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들이 국가의 부름으로 희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싸우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결정한다면, 그 전쟁은 싸울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문) 북한은 지난 3월 한국의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해 침몰 시키는 등 한국전쟁 이래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있습니까?

답) 한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고, 미국은 중국과 전쟁을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중국의 경제적 지원 없이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못합니다. 또 중국은 현재 북한의 존재가 미국에 대한 일종의 균형을 가져온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문명국들을 파괴시키려는 테러 등 외부 세력에게 중국도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게 설득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당신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한 정세 악화보다 해결해야 할 더 심각하고 큰 현안들이 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은 대북 제재 등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 때문에 최근 미 의회 내에서 중국을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답) 중국이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고립되지 않는 것이 자신들에게 정치적, 경제적으로 혜택이 된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고, 그들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을 신뢰하고 공조할 수 있도록 불안감을 없애 줘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중국과 미국은 적이 아니라, 중국 역시 미국처럼 테러의 공격 대상이며, 외부 세력의 희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이란에 대한 제재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았습니까? 중국과 그런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제재하는 것이 중국의 이해에도 부합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북한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독자적으로 미국과 맞설 위치가 되지 못합니다. 중국은 자국에 연결된 북한의 생명줄을 언제든지 끊을 수 있습니다.

문 ) 의원님의 지역구인 뉴욕 주에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요, 그 중에는 북한에 가족을 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 방안이 있다고 보십니까?

답) 가장 어려운 점은 북한이 마음을 열고, 남한을 향해 문을 열도록 하는 것입니다. 북한도 아주 오랜 세월에 걸친 이산의 고통과 아픔을 느낀다면 이산가족들을 만나도록 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비록 한시적일 지라도 말이죠. 정부가 이념을 이유로 어떻게 형제, 자매의 등을 돌리도록 하는지 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 결의안을 통과시킨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 찰스 랭글 미 연방 하원의원과의 인터뷰를 보내드렸습니다. 인터뷰에 유미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