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사일 사거리 연장, 이유 있어"

한국 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오랫동안 미국에 사거리 연장을 요구해 왔는데요,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군의 탄도미사일은 지난 2001년 한국의 미사일기술통제 체제 (MTCR) 가입과 함께 개정된 ‘미-한 미사일 지침’에 따라 사정거리 300km로 제한돼 있습니다.

이에 반해 북한은 사정거리 500km인 스커드와 1,300km인 노동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1998년과 2006년, 2009년 세 차례에 걸쳐 사거리 4,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포동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4월 시험발사에 실패한 은하 3호 미사일 역시 사정거리 4,000 km급인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한국도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미사일 사거리를 1,000km로 늘릴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미-한 미사일 지침’은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가 따르는 국제 규범은 아니지만 두 나라 간 약속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가능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의 래리 닉쉬 박사는 한국 측의 요구는 이미 오래 전에 수용됐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쉬 박사]I think it makes very little sense for S.Korea…

북한이 한국을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하고 강력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받는다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것입니다.

닉쉬 박사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조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제력 측면에서 미국과 한국 모두에 혜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방부 한국과장을 지낸 마이클 피네건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변화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지적하며, 한국의 요구에는 논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네건 전 미 국방부 한국과장]A lot of original restrictions…

사거리 300km 제한은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많이 달랐을 때 이뤄진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피네건 전 한국과장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위협이라는 새로운 상황에서 한국에 필요한 대응 능력을 평가하고, 이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미-한 미사일 지침’에 어긋난다면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한국과 이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군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한반도의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로렌스 코브 박사의 말입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미 국방부 차관보] I don’t think it is a good idea at this particular…

현 시점에서 한국 군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미국과 한국이 적대적 공격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북한의 선전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핵 개발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가속화 할 이유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코브 전 차관보는 그러면서 북한의 위협에 맞서 미국이 한국에 충분한 방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미 국방부 차관보]We got more than enough forces in the area…

한국에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만큼 충분한 미군 병력이 주둔해 있고, 한국 군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보충할 만큼 미군이 충분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요청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네건 전 국방부 한국과장의 말입니다.

[녹취: 피네건 전 미 국방부 한국과장]The real concern on the United States’ side…

전세계적으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제한함으로써 긴장을 늦추기 위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서 한국에 예외를 적용하면 다른 나라들도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추진해 체제 약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요구하는 사정거리 1,000km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중국 등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국방안보 전문 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박사의 말입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 연구소 박사]Those also will reach into China…
미국이 한국의 요구대로 사정거리 1,000km를 허용한다면 이는 중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거리로, 중국이 강한 불만을 표출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미국과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타결 전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피네건 전 한국과장은 그러나 양측이 모종의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네건 전 미 국방부 한국과장] I think the two sides can come up with…

미국이 한반도의 새로운 안보 상황을 인식하고 미사일기술통제 체제의 비확산 체제를 손상시키지 않는 방안을 찾는다면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베넷 박사는 한국이 요구하는 사정거리 1,000km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박사] Something more in 500~700 km range…

베넷 박사는 사거리 500~700 km 수준이면 중국에 대한 영향은 제한하면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갖추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유미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