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외무위, 한-일 도서협정 비준안 의결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는 오늘 (27일) 한-일 도서협정 비준안이 통과됐습니다. 외교 관계자들은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는 1천205권의 한국 도서가 반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도쿄 김창원 기자 연결해 듣겠습니다.

문)일본에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네요. 오늘 한-일 도서협정 비준안이 통과됐다구요?

답)네, 일본 중의원 외무위는 오늘 회의를 열고,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된 조선왕실의궤 등 1천205권을 한국으로 반환하기로 한 한-일 도서협정을 가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도서반환협정은 28일 열릴 중의원 본회의에서 표결로 결정되게 됐습니다. 중의원에서는 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자민당을 제외한 공명당 사민당 등 야당도 찬성한다는 입장이어서 중의원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하지만, 자민당 등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참의원 통과도 남아있지 않나요?

답)네 말씀하신 대로 다음 달 13일 열리는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해야만 일본 국회의 비준 절차가 모두 끝납니다. 하지만 일단 중의원에서 협정이 가결되면 사실상 비준은 종료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헌법은 국가끼리 맺은 조약의 경우, 중의원 가결 우선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참의원에서 부결되더라도 협정이 발효됩니다. 또 야당인 공명당이 이미 찬성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참의원도 통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참의원에서 한-일 도서협정 비준 절차가 종료되면 조선왕실의궤 등 궁내청에 보관된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 1천205권에 대한 반환 절차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문) 사실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자민당이 중의원 외무위의 심의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협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자민당 내에서는 우익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국 도서를 돌려주면 한국에 있는 일본 도서도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자민당은 지난 해 11월 한-일 양국이 도서협정을 체결하자 한국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된 일본 도서 쓰시마종가문서 등 9만 여점이 있다며 이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약탈한 도서와 일본인들이 문화교류 차원 목적으로 한국에 자발적으로 들여온 도서를 동일시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조차 “조선왕실의궤 등을 한국에 인도하는 것은 총리 담화에 근거한 자발적 조치”라며 “한국에 있는 일본 도서를 이것과 같은 위치에 놓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문)일본 제2야당인 공명당이 협정에 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게 국면전환의 실마리를 제공했다지요.

답)네, 지금까지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던 공명당이 지난 주 금요일 “한-일 도서협정에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상황은 급반전 됐습니다. 이노우헤 요시히사 공명당 간사장은 “양국의 우호 교류를 위해 한-일 도서협정이 실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면서 “만장일치가 바람직하지만, 무리라면 실현 방안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표 대결로 결정하자는 의견을 낸 것이지요. 이에 따라 자민당도 일단 찬반 표결에 참가하기로 해 오늘 표결이 이뤄진 것입니다.

문)그럼 도서 반환이 실제로 이뤄지는 시점은 언제쯤이 됩니까.

답)네 일단 국회비준 절차가 끝나면 일본 외무성은 곧바로 실무 작업에 착수해 가능한 이른 시기 안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 달 21, 22일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도쿄를 방문하는데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일단 이 때 도서의 일부라도 한국에 반환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만약 일정상 힘들다고 하더라도 올해 상반기 안에는 모든 책이 반환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이번에 반환되는 도서는 조선왕실의궤 말고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답)네 일본 궁내청의 왕실도서관인 쇼료부에는 조선왕실의궤, 제실(帝室) 도서 등 총 639종 4678책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이번에 반환되는 도서 문화재는 조선왕실의궤 167책, ‘대전회통(大典會通)’ 1책,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99책, 규장각 기타 도서 938책 등입니다. 특히 조선왕실의궤는 조선시대 왕실의 주요 행사를 그림 중심으로 기록한 책으로 조선 왕조가 얼마나 치밀하게 역사를 기록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입니다. 또 ‘대전회통’은 고종 때인 1865년 왕명에 따라 만들어진 조선시대 마지막 법전이고요, ‘증보문헌비고’는 18세기 백과사전 ‘동국문헌비고’를 고쳐 1908년 간행한 전통문화 백과사전입니다. 하지만 이번 궁내청 소장 도서 가운데 반환이 기대됐던 제실도서와 경연은 대상에서 빠져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