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산실, 미국 대학을 찾아서]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1)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미국육군사관학교 교정에서 열린 퍼레이드에서 사관생도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미국의 대학들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미국 최고의 정예 육군 장교들을 배출하는 '미 육군사관학교(United States Military Academy)'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사관학교"

멋진 제복에 절도 있는 움직임, 높은 기상과 품위, 전 세계 많은 청소년이 한 번쯤은 꿈꿔봤을 사관생도들의 모습이죠.

미국 육군사관학교는 1802년 세워진 4년제 고등교육 기관입니다. 넓은 의미로 볼 때 일종의 국립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미국에서 38년간 대학 진학 상담과 교육을 해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도움말 먼저 들어보시죠.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한국에는 국가에서 세운 대학이라는 의미로 국립대학들이 있습니다. 영문으로 번역하면 'National University'라는 말이 되는데 실상 미국에서 한국의 국립대학 역할을 하는 건 '주립대학(State University)'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권한이 상당 부분 주 단위로 위임되어 있기 때문에 주립대학들이 주민 교육의 주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연방정부 단위에서도 운영하는 대학들이 있습니다. 바로, 육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해양사관학교, 해안경비대사관학교 같은 5개의 국립사관학교가 대표적인데요. 이들 5개 사관학교는 모두 4년제 대학으로서, 연방정부가 전액 학비와 개인 용돈을 보조하는 대신, 학생들은 졸업 후 일정 기간 복무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사관학교는 정예 장교들을 배출하는 일종의 군사학교이면서 동시에 학위를 취득하는 특별한 대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대 국립 군사학교 중 육군사관학교가 가장 먼저 세워졌습니다.

매년 미국 대학 평가서를 발표하는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지 2020년 발표에서 육군 사관학교는 전국의 리버럴아츠칼리지들 가운데 공동 21위에 올랐습니다. 리버럴아츠 칼리지, 좀 생소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을 듯한데요.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설명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미국의 대학들은 크게 분류하면 대개 '유니버서티(University)'라고 하는 종합대학교 부류와 '리버럴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라고 하는 순수학문을 지향하는 칼리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리버럴아츠 교육이라고 하면 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어학, 예술 등의 넓은 분야를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리버럴아츠 교육은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가 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How to Think' 과정을 강조합니다. 시대가 변천하면서 리버럴아츠의 범주는 그 영역이 포괄적으로 넓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농업, 경영, 의학, 약학 같은 실용주의 학문은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플리브(plebe)에서 퍼스티(Firstie)까지"

육군 사관학교의 관문은 상당히 까다로운데요. 일단 입학하면 4년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학문과 군사교육, 엄격한 신체 훈련 등을 받아야 합니다. 일반 대학교 학생들과는 달리 사관학교 학생들은 사관생도라고 부릅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보통 미국의 대학들은 1학년을 프레시맨(freshman), 2학년은 소포모어(sophomore), 3학년은 주니어(junior), 4학년은 시니어(senior)라고 하는데요. 웨스트포인트에서는 1학년을 프레시맨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플리브(plebe)' 라고 하는데 곧 평민이라는 뜻입니다. 2학년이 되면 한 살짜리 말인 '이얼링(Yearling)', 3학년은 젖소(Cow), 졸업반이 되면 비로소 '퍼스티(Firstie)' 이른바 '1등 말'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학사 학위를 받고 육군 소위로 임관돼 5년간 장교로 복무하게 됩니다.

미국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

"호연지기를 기르는 웨스트포인트"

미국 육군사관학교는 정식 이름보다 '웨스트포인트(West Point)'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합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어 있는지 다시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도움말 들어보시죠.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육군사관학교는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학교 주소인 West Point를 따서 'West Point'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미국 육군사관학교의 정식 명칭은 'United States Military Academy at West Point'입니다. 미국 동부 뉴욕시에서 북쪽으로 50mi(약 8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웨스트포인트는 캠퍼스 규모만 해도 1만6천ac에 달하는, 거대한 미국의 명당자리라고 불리는 곳에 있는데요. 이곳에서 향후 미국의 국방을 책임지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국가의 간성들이 양성되고 있습니다. 탁 트인 절벽 아래 흐르는 허드슨강을 내려다보면 가슴 속에 절로 호연지기가 싹트고, 드넓은 하늘과 대지를 바라보는 사관생도들의 어깨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안보가 걸려있다는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전략 요충지로 활약한 곳"

웨스트포인트의 역사는 미국의 독립전쟁과 궤를 같이합니다. 당시 미국 대륙군의 총사령관이었던 조지 워싱턴 장군이 이 웨스트포인트 지역이 천혜의 환경을 갖춘 북부 지역 최고의 전략 요새로 판단해 이곳에 군사기지 건립을 명령했다고 하는데요. 이게 바로 오늘날 미 육군사관학교의 기초가 됩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조지 워싱턴 장군은 전쟁 영웅 타데우스 코시우스코 장군으로 하여금, 웨스트포인트 지역에 천혜의 환경을 살린 군사기지를 세우도록 명령했고, 이듬해 대륙군 총사령부는 이 웨스트포인트 요새로 이주해왔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이 지역에 군사 시설을 넓혀가면서 전략 요충지대뿐만 아니라 허드슨강을 가로지르는 150t 무게의 철선을 연결해 이 지역을 지나는 영국군의 함대를 통제할 수 있는 해저 방어시설도 건립했습니다. 영국군의 끊임없는 공격과 아군의 반역 활동이 있기도 했지만, 웨스트포인트 요새는 단 한 번도 함락당한 적이 없는 철옹성이었으며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략기지로 남아있습니다."

"1802년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의 서명으로 탄생하다"

독립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고, 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 등 신생 미국의 지도자들은 자체적으로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의 최종 서명으로 1802년 미국 육군사관학교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 중 5대 교장이었던 실바너스 테이어 대령은 '웨스트포인트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오늘날 웨스트포인트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시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설명 들어보시죠.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실바너스 테이어 교장은 1817년부터 1833년까지 재임하는 동안, 육군사관학교의 모든 교과과정의 체계를 설립했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간성이 갖추어야 할 군인 정신, 정직성에 대한 기틀 등을 마련했습니다. 테이어 교장은 장교들이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의 역량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해 커리큘럼에 토목공학 교육도 보강했습니다. 육군 사관학교가 설립되고 졸업생들은 오늘날 후손들이 마음껏 향유하고 있는 대륙횡단 간선도로, 교량, 철도, 항구 등을 건설하는 공병부대 기술 장교들이자 군사 엔지니어들로 활약했으며, 파나마 운하도 육사 졸업생들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매년 수여되는 테이어상은 육사생들에게는 가장 영예로운 상의 하나기도 합니다.

"수많은 전선을 누벼온 웨스트포인트 생도들"

웨스트포인트 생도들은 미국의 남북전쟁, 제1,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 수많은 전선에서 큰 활약을 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잘 알려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도 웨스트포인트가 배출한 수많은 인물 중의 1명인데요. 맥아더 장군은 웨스트포인트의 최연소 교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맥아더 장군은 현대전을 치르는 능력 있는 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엄정한 체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식해, 모든 생도는 프로 운동선수만큼의 체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에 따라 체력단련 프로그램과 스포츠 프로그램을 더욱 보강했습니다. 또 전 생도들의 교과 과정에 역사학과 인문학 교육에 비중을 뒀습니다. 맥아더 장군은 특히 정신교육을 통해 생도들에게 육사의 교훈인 임무, 명예, 조국을 심어주면서 생도들의 많은 존경을 받았습니다."

"한국 전쟁과 육군사관학교"

그런가 하면 1950년에 있었던 한국 전쟁은 육사생들에게는 가장 가슴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1950년 6월 25일 발발해서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된 한국전쟁은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동문들에게는 가장 가슴 아픈 역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육사 졸업생 157명이 한국전에서 전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