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대 의회 앞 점거

파업을 시작한 수에즈 운하 노동자들

30년 간 장기집권 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인들의 시위가 9일로 16일째 계속됐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시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시위대의 기세는 꺽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은정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한때 수그러드는 듯 했던 이집트의 시위 사태가 참가자 수나 강도 면에서 다시 강화되고 있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시위대는 전날에 이어 9일에도 무바라크 정권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이날은 특히 약 2천 명의 시위대가 자유의 광장 근처에 있는 의회 건물 앞으로 진출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광장 안에서 시위를 펼친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만한데요. 시위대는 의회가 즉각 해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시위는 비교적 평화적으로 이뤄졌고, 군 부대가 의회 건물을 보호했습니다. 시위대는 의회당 앞에서 아예 이불을 깔고 자리를 잡았고, ‘정권 붕괴 시까지 휴회’라는 간판을 내걸었습니다.

문) 시위대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외에 의회 해산까지 요구하는 이유가 뭡니까?

답) 많은 시민들은 지난 해 11월 실시된 총선이 무바라크 정권의 개입 속에 부정하게 치러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집권 국민민주당이 전체의 83%가 넘는 의석을 차지했는데요, 무바라크 대통령은 7일 의회와 고등법원에 지난 해 총선과 관련한 부정사례들을 다시 조사하도록 지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입니다.

문) 이집트 정부가 시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시위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군요.

답) 예.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8일 이집트 언론사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타흐리르 광장에서 계속되는 시위를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며, 현재의 위기가 최대한 빨리 끝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술래이만 부통령은 또 무바라크 대통령이 당장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가 없을 경우 쿠데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날 경찰기구로 이집트 사회를 다루고 싶지 않다고 한 술레이만 부통령의 발언이 계엄령 발동을 암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 9일 자유의 광장에 모인 시위대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답) 몇 천 명 수준으로 알려졌는데요, 핵심 인원들이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반정부 세력은 앞으로 시위 규모를 대폭 확대하면서 주말인 오는 11일 또다시 ‘백만인 시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 지금까지는 시위대가 ‘백만인 시위’, ‘퇴진의 금요일’ 같이 특별한 날을 정하면 수 십만 명이 모이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략을 바꿔서 ‘백만인 시위’를 자유의 광장에서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카이로 도심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입니다.

문) 반정부 시위와는 별도로 전국적으로 노동자들의 파업도 확산되고 있다죠?

답) 예. 이달 초부터 카이로와 수에즈 등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통신, 철강 분야와 항구, 공장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습니다. 알 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9일에는 파업 노동자들의 규모가 전국적으로 2만 명에 달했습니다.

문) 파업도 또 다른 형태의 반정부 시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답)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파업 참가자들은 임금 체불 등에 불만을 가진 노동자들인데요, 경제적인 요구만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조와 반정부 시위대가 결집하면 국가를 뒤흔드는 폭발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전면적인 정권교체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문) 시위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8일 이집트 정부에 정치개혁과 관련해 진전을 보이라고 압력을 넣었죠?

답) 예.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8일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바이든 부통령은 통화에서 이집트의 합법적이고 질서있는 전환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이집트 정부가 야권단체들과 약속한 것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계엄을 즉각 해제하고, 다양한 야권 인사들과 대화에 나서며, 정권이양 일정 작성에 야당 인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집트 정부에 권력이양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죠?

답) 예. 반 총장은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이집트 당사자들이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반기문 총장은 이집트 정부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진정한 열망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며, 권력이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권력이양 과정이 질서있고 평화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