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오늘날 미국과 세계에 갖는 미국 건국 이념의 의미가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미국 헌법 전문가인 제프리 로젠 미국 국립헌법센터 명예 CEO는 미국은 자유와 법치의 등불이 돼 왔으며, 독립선언문에 담긴 건국 이념은 오늘날에도 세계 민주주의에 중요한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건국 이념을 미래 세대가 계승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로젠 명예 CEO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국이 독립 250주년을 맞았습니다. 독립선언문은 단순한 역사적 문서를 넘어 오늘날에도 미국의 건국 이념과 가치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문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십니까?
로젠 명예 CEO)
독립선언문은 미국의 신념과 그 위대한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 합의에 기반한 정부는 미국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규정합니다. 미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장소에서 태어났거나 특정한 인종이나 종교에 속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한 단 하나는, 미국의 이념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미국의 이념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자유, 평등, 그리고 국민의 동의에 기반한 정부라는 이상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다른 시민들과 반드시 같은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가치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어려운 시기에도, 희망에 찬 시기에도, 독립선언문과 그 이상을 법적으로 구현한 헌법은 미국을 규정해 왔고 독립 250주년을 맞은 오늘날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미국을 규정해 나갈 것입니다.
기자) 독립선언문에 담긴 원칙 가운데, 미국의 오늘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칙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로젠 명예 CEO)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말했듯이, 자유민주주의에서는 권력이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부터 권력의 정당성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권력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국민은 정부의 각 부문에 제한된 권한만 부여하며, 정부가 사회를 만든 근본적인 이유인, 국민의 기본적 자유를 보호하는 동안에만 그 권한을 인정합니다. 이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뜻하며, 사람들이 자유롭게 반대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활발한 표현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또한 독립적인 사법부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법부는 성문헌법이 정한 권력의 한계를 집행하고 권력분립 원칙을 유지함으로써, 어느 한 정부 기관도 모든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기자) 미국의 독립은 단순히 미국 역사의 전환점을 넘어 세계사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은 민주주의, 자유,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데요. 독립선언문의 이상이 이 같은 공통의 가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십니까?
로젠 명예 CEO)
미국 역사에서 오랫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미국을 민주주의의 등대로 여기며,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옹호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물론 미국이 국제사회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는 시대마다 직면한 외교적 과제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은 분명 자신들을 자유를 위한 세계적 혁명의 일부라고 인식했습니다. 그들은 계몽주의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로, 이성이 점차 전 세계로 퍼져 나가기를 기대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새로운 형태의 정부를 성공적으로 세울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하나의 실험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그 실험이 성공한다면 미국은 다른 나라들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 각국이 자유주의적 가치와 법치주의를 받아들이도록 영감을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기자) 전 세계에는 여전히 권위주의 체제 아래 살거나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미국이 독립 250주년을 맞은 지금, 독립선언문과 미국의 건국 경험은 이들 국가에 어떤 교훈을 준다고 보십니까?
로젠 명예 CEO)
사회를 분열시키고, 시민과 정치인들이 공동선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이기적인 이익에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제임스 매디슨은 ‘연방주의자 논고’ 제10편(Federalist No. 10)에서 '파벌'을 다수든 소수든 이성이 아니라 열정에 의해 움직이고,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정의했습니다. 매디슨은 헌법이 정치적 결정이 충분한 토론과 신중한 숙고를 거치게 하고, 군중이 쉽게 형성되지 못하도록 하며, 사람들이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갖도록 만든다면 공화국의 덕성과 공화주의(republicanism)가 번영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매디슨의 낙관론을 약화시키는 수많은 요인들이 존재합니다. 소셜미디어와 즉각적인 통신 기술은 매디슨이 기대했던 여러 제동장치와 완충장치를 약화시켰습니다. 알고리즘에 의한 급진화, (자신과 비슷한 의견만 반복해서 접하는) 필터 버블과 에코 체임버 현상, 그리고 사람들이 이미 동의하는 의견을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반복해서 접하게 되는 오늘날의 뉴스 환경은 건전한 민주적 의사결정을 어렵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이러한 원칙들을 더욱 깊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가들이 공동선을 지키는 중요성을 잊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민주주의도 영원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헌법 제정자들이 무엇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공화국입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지켜낼 수 있다면 말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 말의 의미는 미국 시민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시민들이 자신의 덕성과 끊임없는 자기 교육을 통해 공화국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라는 실험은 결국 실패할 수 있습니다.
기자) 전 세계인들이 독립선언문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문장이 있다면 어떤 것을 꼽으시겠습니까?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로젠 명예 CEO)
최근 월터 아이작슨이 말했듯이, 이것은 지금까지 쓰인 문장 가운데 가장 유명한 문장입니다. 제가 한번 낭독해 드리죠.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진리들을 자명한 것으로 믿는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 권리에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포함된다.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인간들 사이에 조직되며,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피통치자 즉 국민의 동의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정부가 이러한 권리를 파괴하는 존재가 될 때에는, 국민은 그 정부를 변경하거나 폐지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더욱 잘 보장할 수 있는 정부를 새로 세울 권리이자 의무를 가진다.” 이 문장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장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미국의 건국 이념과 자유주의의 핵심 원칙을 가장 아름답고 간결하게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평등입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국민의 동의에서 나온다는 원칙입니다. 셋째는 정부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할 경우 국민에게 그 정부를 바꿀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퍼슨 자신도 말했듯이 제퍼슨이 이 사상을 처음 만든 것은 아닙니다. 1776년 버지니아 권리장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 표현되었고, 민주주의를 옹호했던 건국의 아버지 제임스 윌슨 같은 사상가들도 유사한 주장을 했습니다. 또한 영국의 위대한 역사학자 캐서린 매콜리도 영국 혁명사에서 비슷한 생각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제퍼슨은 이러한 이상을 누구보다도 더 아름답고 간결하게 표현함으로써 미국 독립혁명에 영감을 주었고, 국제사회에 혁명의 정당성을 제시했으며, 그 이후 오늘날까지도 세계 각국의 정부에 계속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기자) 미국이 앞으로의 250년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 미래 세대가 미국의 건국 이념 가운데 가장 소중히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로젠 명예 CEO)
저는 앞으로도 사람들이 독립선언문과 헌법의 이상을 지켜나가기를 바랍니다. 그 이상은 처음 쓰였던 당시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생하고, 의미 있으며, 진실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원칙들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 맞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 자체는 보편적으로 타당한 진리입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그것이 자명한 진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들이 말한 '자명한 진리'란 공리(axiom)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2 더하기 2는 4'라는 명제처럼, 이성을 통해 논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바라는 것은, 오늘날처럼 이성이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 시대에도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졌던 '이성에 대한 신뢰'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한 원칙을 스스로 배우기 위해 시간을 들였으면 합니다. 그일은 인공지능(AI)이나 소셜미디어, 또는 다른 사람에게도 대신 맡겨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독립선언문을 읽고, 무엇이 진실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결코 쉬운 제도가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권리뿐만 아니라 시민의 의무도 요구합니다. 저는 앞으로 250년 후에도 시민들이 미국의 건국 이념을 배우고 이해하기 위한 어렵지만 꼭 필요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제프리 로젠 미국 헌법센터 명예 CEO로부터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독립선언문이 오늘날에도 갖는 의미와 건국 이념의 가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